매일 먹는 음식들 속에 숨겨진 오만과 편견

<이 시대 청년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죽음의 밥상 外

도은 | 기사입력 2012/12/07 [09:23]

매일 먹는 음식들 속에 숨겨진 오만과 편견

<이 시대 청년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죽음의 밥상 外

도은 | 입력 : 2012/12/07 [09:23]
아이들과 함께 펴낸 책에도 썼지만, ‘무얼 먹고 살까’ 하는 문제는 젊을 때의 나에겐 그리 중요하게 다가오지가 않았다. 청년 시절의 나는 자취방과 기숙사를 옮겨 다니며 대충 끼니를 때웠고, 먹는 음식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무릇 청춘이란 음식 같은 사소한 것(!) 말고 다른 중요한 일에 관심을 쏟아야 훨씬 그럴 듯해 보였나 보다.
 
또 이삼 십년 전에는 지금만큼 극성스럽게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 음식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지 않았다. 별 생각 없이 먹어도 사람들의 건강에 아주 큰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내 경우는 30대 초반에 아이들을 낳아 기르면서 비로소 ‘우리 입으로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가?’를 생각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큰 아이가 어려서 아토피를 앓았고, 좀 커가면서는 사 먹는 빵이나 과자에 중독 비슷한 증상까지 보였기 때문이다.
 
아토피, 식이장애의 원인을 찾아서
 
▲ 존 로빈스의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아름드리미디어, 2000)는 공장식 축산의 끔찍하고 잔인한 행태들을 하나하나 파헤친다. 
도시에서 결혼, 임신, 출산, 이혼, 나 홀로 양육이라는 터널 속을 헤매다가 시골로 터전을 옮겼지만, 여전히 여자로 사는 게 꽤나 혼란스럽고 버거운 시절이었다. 나란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사는 지도 잘 모르겠고, 세상 흐름을 읽어낼 줄도 몰랐다. 또 고립돼 있었고 자존감도 상처를 입은 터라 풀이 죽은 상태였다. 삶의 중심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면서 더럭 아이를 낳은 무지하고 몽매한 초보엄마였으니 그럴 수밖에.

 
엄마의 이런 처지를 알아줄 리 없는 어린 아이는 야속하게 굴었다. 머리 싸매고 풀어야할 숙제를 능력 없는 나에게 계속해서 내주곤 했던 것이다. 나란히 앉아서 열심히 숙제를 같이할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당황스럽고 짜증이 나서 흉한 얼굴로 아이를 다그치고 몰아세운 적도 많았다. 뺑덕어멈 수준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부모가 짜증을 낸다고 아이의 증상이 나아지거나 해결되지는 않는다.
 
할 수 없이 아이가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무슨 해결 방법이 없는 지를 스스로 어떻게든 알아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당시에 나온 이런저런 건강 서적들을 읽었더랬다. 육식이나 계란, 우유가 어린이 아토피의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터라 그런 것들을 먹이지 않기로 했다. 일방적인 금지라서 아이는 심리적으로 반항했고, 한참 동안 우리 모녀사이에는 껄끄러운 보풀들이 날아다녔다.
 
어쨌든 그 시절에 내 마음을 오고갔던 여러 가지 생각들 중에서 이것 한 가지는 기억이 난다. 많은 건강 책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흥미롭기도 했지만, 어떤 때는 하품이 나고 살짝 신물이 날 때도 있었다는 것. ‘세상이 망하든 말든 내 한 몸 잘 건사해서 질기게 오래 살아보자!’ 종류의 책들과 허풍만 심하고 실제 내용은 부실한 건강 관련 글들을 읽을 때 특히 그랬다. 인간이 뭐 이렇게까지 자기 건강에 집착을 떨어야 하나 싶어서. 물론 나도 건강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이 세상과 다른 존재들을 몽땅 더럽혀놓고는 자기 혼자서만 깨끗하고 건강하겠다는 것은 지독한 소아병적 망상이자 탐욕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다가 존 로빈스의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아름드리미디어, 2000)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당시에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공장식 축산의 끔찍하고 잔인한 행태들을 하나하나 파헤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육식의 폐해를 고발한 책이 준 깨달음
 
아, 인간이란 정말 해도 너무한다. 대규모 고기를 저렴하게 생산하기 위한 완전 밀집 사육, 더 많은 자동화, 완전 감금 시스템, 수많은 항생제와 호르몬제 투여, 돼지 꼬리 자르기, 닭 부리 자르기, 갓 태어난 수평아리 쓰레기통에 던져 죽이기, 더 많은 우유 생산을 위해 갓 태어난 송아지를 어미 젖소로부터 무자비하게 떼어놓기, 조립라인 시스템, 피가 흥건한 지옥을 방불케 하는 도살장 풍경…….
 
속담대로 우리가 뿌리는 대로 거두는 법이라면, 다른 존재를 어떻게 대하는 지가 우리에게 그대로 되돌아온다면, 어쩌려고 그럴까. 지금은 옛 사람들처럼 힘들게 사냥을 하거나 가족이 소규모로 길러서 고기를 먹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는 기업에 장악당한 시장 자본주의, 상품 경제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시스템의 깊숙한 그늘인 대형 기업식 축산 공장에서 공산품처럼 ‘생산되고 도살’된 동물의 죽은 고기를 돈으로 사서 먹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런 고기를 먹는 순간, 한때 살아 있었던 닭과 돼지와 소의 끔찍한 분노와 무시무시한 공포와 처참한 불행을 같이 먹고 있다는 것! 그들의 고통과 질병을 함께 먹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또 고기와 계란과 우유가 몸에 좋다고 세뇌시키는 축산 기업들의 선전술과 사기극에 대해서 세심히 파헤치는 점도 당시의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정말이지 우리는 얼마나 쉽게 세상의 통제 신화를 그냥 따라가는지 모른다. ‘고기가 힘을 주고, 계란은 완전식품이고, 아이들은 우유를 많이 먹어야 키가 크고 건강하다.’라는 것이 기만적인 사기라고 주장하는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는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쌀밥에다 콩을 약간 섞거나 신선한 야채를 반찬삼아 먹기만 해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과 열량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채식과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서 이런 이야기가 비교적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그래도 인간은 고기를 꼭 먹어야만 한다고 우악스럽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단백질 신화로 인한 과도한 우유 단백질 섭취 때문에 철분이나 칼슘이 몸에서 빠져나가 오히려 골다공증이 걸리기 쉽다는 것, 또 신장병에 걸리기도 쉽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기쁜 소식이었다. 생각보다 적은 양의 단백질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소식이었으니까.
 
왜냐하면 내가 아이들에게 고기와 계란과 유제품을 금지하자 주변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영양이 부족해지면 어쩔 거냐. 단백질 부족이 될 거다. 제대로 못 자라면 어쩔 거냐 등등. 거의 협박에 가까운 말도 들었다. 그러니 아이들과 내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며 헤맬 때 딱 필요한 책이었다. 10여 년도 훨씬 더 전의 일이다.
 
배스킨라빈스 상속자가 폭로하는 아이스크림의 비밀
 
이번에 음식에 관한 글을 쓰려고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서 다시 읽어보았다. 자라면서 아이들도 여러 번 들춰봤는지 지저분하고 닳은 부분이 있지만 내용은 여전히 생생하고 재미났다. 원래 영문 제목은 <새로운 미국을 위한 식사(Diet For a New America)>이고, 부제는 ‘당신의 음식 선택이 어떻게 당신의 건강과 행복과 지구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까’이다. 1987년에 미국에서 출간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무지에서 깨어나게 한 책인데, 글이 치밀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원래 존 로빈스는 세계 최대 아이스크림 회사인 배스킨라빈스의 상속자였다. 그런 그가 용감한 내부 고발자가 되어서 아이스크림을 비롯한 각종 유제품과 축산물 속에 감춰졌던 인간의 오만과 편견들을 폭로한 것이다. 이번에 다시 읽으니 그의 정신과 영혼이 아주 섬세하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무관심과 부정이 당연시 되는 문화에서 억압의 껍데기를 깨트리는 건 고통스럽다. 이 불쌍한 짐승들이 겪는 고통을 보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무감각해질 수 있는지를 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또 실상도 모르면서 그 시스템의 산물을 먹고 있는 자신을 보는 건 절망스러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눈을 크게 떠서 그런 비극을 마주하고, 가슴을 활짝 열어서 저 깊은 곳에 있는 인간적 반응을 느끼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나는 이 책에서 역겹고 비인간적인 식품생산 시스템의 산물을 먹는 것이 여러분의 건강과 정신, 이 지구에서의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내고자 한다. (중략) 먹는 것은 즐거워야 한다. 축복이고 생명과의 친교이어야 한다.”
 
맞다! 땅이 키워준 생명력 넘치는 음식을 먹는 일은 진정 축복이고 경배할 만한 일들 중의 하나이다. 하여간 나는 원군을 얻은 기쁨으로 2001년에 미국에서 나온 존 로빈스의 다른 책 <음식 혁명>(시공사, 2002)도 구해서 읽었더랬다. 이 책은 훨씬 치밀하고 논쟁적이면서 확신에 가득 차 있다. 게다가 여러 가지 현장 조사와 연구 결과들에 관한 인용이 아주 풍부하다. 때로 읽어나가기 힘든 잔인한 가축 사육 장면들과 도살 장면들에 대한 사진과 묘사도 많아서 한숨 쉬어야 할 때도 많았지만.
 
“사람들은 우리를 ‘이유 있는 반항아들’이라고 부른다. (중략) 행동을 취할 때에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책임 있는 자의 특권은 활기찬 삶에 관한 것이며, 우리가 꿈꾸고 있는 최상의 삶에 대한 비전과 우리의 인생이 부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은 과거를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이다.”
 
“앞으로도 자연적이지 않은 것들을 먹으면서 비만, 심장질환, 암, 당뇨병 발생률이 치솟는 것을 볼 것인가? 아니면 건강에 관한 증거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우리와 아이가 건강하고 활기 있는 몸을 만들어주는 살아있는 음식을 먹을 것인가?”
 
“더 많이 공정하고, 정제하고, 변형시킨 가짜 음식을 먹음으로써 우리를 자연으로부터 격리시킬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도시 곳곳을 텃밭을 갖춘 곳으로 만들 것인가?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완전하고, 신선하고, 생명력 가득한 먹을거리를 즐기는 곳으로 만들 것인가?”
 
기쁘게도 내가 지난 번 글에 썼던 “도시 농업”이나 “로컬 푸드 운동”을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로빈스는 개인의 건강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먹는 일을 통해서 숲과 강과 땅과 하늘을 존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야가 넓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먹는 것'에도 윤리가 필요하다
 
▲ 피터 싱어와 농부이자 생태운동가 짐 메이슨이 함께 지은 <죽음의 밥상>(산책자, 2008)
피터 싱어와 짐 메이슨이 함께 지은 <죽음의 밥상>(산책자, 2008)은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이란 한국어 부제가 붙어 있다. 피터 싱어는 1975년에 <동물해방>을 써서 공장식 축산업의 추악함과 비윤리성을 지적했던 꽤 유명한 윤리학자이고 짐 메이슨은 농부이자 생태운동가이다.

 
<죽음의 밥상>의 원래 제목이 ‘우리가 먹는 것에 관한 윤리(The Ethics of What we Eat)’이듯이, 이 책은 동물의 해방과 인간의 윤리적 소비에 관한 깐깐하고 논쟁적인 책이다. 두 저자가 식습관이나 쇼핑 방식이 아주 다른 미국의 대표적인 세 가족을 방문하여 함께 식사를 하고 그들이 식품을 구입하는 과정을 동행하는 이야기로부터 책이 시작된다. 마트에서 주로 음식 쇼핑을 하는 육가공품 애호 가족, 유기농 식품과 생선을 먹는 양심적 잡식주의자 가족, 완전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가족이 그들이다. 작가들은 그들이 먹는 것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하나하나 추적해낸다. 세심한 자료와 실제 현장 방문들을 바탕으로 해서.
 
윤리학이 강단 철학에서처럼 추상적인 말잔치일 필요가 뭐 있겠는가. 그리고 다른 면에서는 도덕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사람들이 먹을거리 선택에서만큼은 비윤리적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 사람이 충분히 주의하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올바른 선택에 필요한 정보 부족일 수도 있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그리고 전형적인 육류 위주 식단이 지구 환경이나 다른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그것은 결코 싸게 먹히는 식단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업식 대량 사육 축산업은 대중의 무지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 곳곳에서 미국 축산업자들은 자기들의 고기 생산 공정을 공개하기를 하나같이 꺼려한다.
 
“모든 비밀스러운 것은 부패한다. 공개되어 공론에 붙여지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안전하지 않다.”
 
“이러한 공장식 농업이 널리 퍼진 것은 전통 농업보다 싸게 먹힌다는 이유에서였다. 소비자에게 대량으로 싼 가격에 농산품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더 큰 비용과 위험을 우리 모두에게 전가하고 있다.”
 
또 고통을 느끼는 존재인 동물을 인간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여 맘대로 잔혹하게 대해도 된다는 생각은 비윤리적이고 잔인한 '종(種)차별주의‘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 없이 먹을거리를 구입하는 행위는 거대한 글로벌 산업 시스템에 동참하는 일이다. 식품 소비자들인 우리는 대규모 축산 기업들과 식품업체들이 유발하는 환경오염과 어느 정도는 연관이 있다. (중략) 게다가 동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들은 인간의 계획에 따라 태어나서 공장의 부품과 같이 살다가 살육되는 길을 가고 있다. 화학물질과 호르몬제는 강과 바다와 지하수에 흐르고, 조류독감과 같은 병이 번진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내린 먹을거리 선택으로 빚어진 일이다. 더 나은 선택은 가능하다.”
 
작년의 그 끔찍했던 구제역 파동이 생각나지 않는가? <죽음의 밥상>은 실제로 두껍고, 치밀한 자료조사도 많고, 윤리적인 생각까지 해야 해서 읽다보면 묵직한 마음이 드는 책이다.
 
공장 가공식품이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
 
▲ 공장 가공식품의 폐해에 초점을 맞춘 낸시 드빌의 <슈퍼마켓이 우리를 죽인다>(기린원, 2008)  
그에 비해서 낸시 드빌이 쓴 <슈퍼마켓이 우리를 죽인다>(기린원, 2008)는 술술 잘 읽힌다. 공장 가공식품의 폐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광우병보다 더 위험한 공장 가공식품’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솔직히 자기 몸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은 앞에서 소개한 책보다 이 책을 먼저 읽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맛있게 먹고 있는 음식들을 보면서 환경오염이나 윤리적인 문제를 떠올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법이니까. 불편한 일이고 어쩌면 불쾌할 수도 있다. 그보다는 더욱 건강해지고, 날씬해지고, 생생하게 살고 싶은 욕구가 우리에게는 훨씬 크다. 또 멋진 몸을 갖고 섹시해지고 싶은 욕구는 청년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책은 현재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비만(전체인구의 64%라던가)이나 다이어트 관련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다이어트 책은 아니다. 또 몸에 좋은 음식 소개나 조리법, 영양소의 기능이나 정보를 제공해주는 책도 아니다. 오히려 면밀한 자료를 가지고 통렬하게 가공식품업계를 비판하는 책이다.
 
또 먹을거리와 건강에 대한 사회의 집단 무의식의 기원과 양상, 건강관련 정보의 허구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물론 청년들이 관심 있어 하는 다이어트 정보들과 제안들도 자세히 나와 있다. 자연적으로 생산된 음식을 먹으면 된다는 아주 간단한 이치를 가지고서. 그러니 몸을 병들게 하면서 돈까지 쓰라고 현혹시키는 상업적인 다이어트 책들 보다는 차라리 청년들이 이 책을 읽어보았으면 싶다.
   
“나는 연구를 하면서 전염병처럼 확산되는 비만이 소비자의 탓이 아니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오히려 소비자는 마음을 조종당하고, 강제로 음식을 섭취하면서 이상한 실험을 당하는, 우리에 갇힌 쥐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별 저항 없이 우리를 살찌게 하고 병들게 하는 음식 산업체에 자기도 모르게 굴복해온 것이다.”

 
“나는 절대 우리가 뚱뚱하거나, 병약하거나, 의지가 약한 것에 대해 비난하려고 이 책을 쓰지 않았다. 음식 산업, 다이어트 산업, 의약 산업이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내가 알게 된 것을 독자들과 공유함으로써 그들이 가장 건전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진짜 음식을 먹되, 적당히, 되도록 식물을 먹어라’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그동안 잘 모르던 부분을 꽤 많이 알게 되었다. 트랜스 지방의 화학 구조식이라든가 가공 우유나 지금 유행하는 저지방 식품들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것 등등. 그렇다고 내가 저자의 주장에 백 프로 공감한다고는 할 수 없다. 두어 번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읽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고통을 제외하면 어떤 것에도 무감각해져 있다. 많은 이들이 타락하고 희망이 꺾이고 좌절한 상태에서 모든 것을 농담으로 얼버무리면서 화학 처리한 공장 가공식품을 바보처럼 삼켜대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은 신경전달물질이 고갈되어버린 우리에게 건강과 아름다움, 만족을 약속하는 유혹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은 오직 우리가 그들이 만든 제품을 더 많이 먹고 마시기만을 바랄 뿐이다.”
 
“문제를 더욱더 악화시키는 것은 각성제와 당분, 화학성분의 지속적인 섭취로 인해 우리가 더욱 더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두뇌가 마비된 상태에서 언론 매체들은 외설적이고 기형적인 뉴스와 토크쇼, 리얼리티 쇼를 제공하고 있고, 기업들은 자기 제품을 팔기 위한 광고들을 그 속에 삽입하고 있다. 모든 곳에 해로운 가공식품들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기업 같이 권력을 쥔 자들은 먹는 일에 대해서는 ‘개인의 책임’이라는 말만 들려줄 뿐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어휴, 그러면 대체 뭘 먹고 살란 말이야?” 짜증이 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공장식 먹을거리에 대한 비판과 생명을 존중하고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이럴 때 즐거운 팁 하나가 있다. 아주 가볍고, 간단하고, 유쾌하기 그지없는 명랑한 책 <푸드룰(FOOD RULES)>(마이클 폴란, 21세기북스, 2010)을 손에 들어보자. 다 읽는 데 채 한 시간도 안 걸린다. 글자도 큼직하고 정말로 재미있다.
 
“먹으면 십중팔구 병이 나는 음식을 만들어 내다니, 문명의 업적은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이렇듯 감탄하며 들어가는 이 책의 메시지는 한 문장의 규칙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먹을 수 있게 만든 가짜 음식 말고 진짜 음식을 먹되, 너무 많이 먹지 말고, 되도록 식물을 먹어라. 끝!”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존 로빈스, 아름드리 미디어
<죽음의 밥상> 피터 싱어와 짐 메이슨, 산책자
<슈퍼마켓이 우리를 죽인다> 낸시 드빌, 기린원
<푸드룰> 마이클 폴란,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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