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과 동물실험에 대한 ‘불편한 질문’

<동물권 이야기> 농장동물과 실험동물이 겪는 처참한 현실

박김수진 | 기사입력 2013/08/02 [09:55]

축산과 동물실험에 대한 ‘불편한 질문’

<동물권 이야기> 농장동물과 실험동물이 겪는 처참한 현실

박김수진 | 입력 : 2013/08/02 [09:55]
동성애자 여성들의 인터뷰 기록 “Over the rainbow”의 필자 박김수진님이 “동물권 이야기” 칼럼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인 ‘동물권’에 대해 깊이 살펴보며,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생태적 삶을 모색해봅니다. 이 칼럼은 월 1회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비인간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이 글에서 저는 ‘학대’와 ‘착취’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인간동물의 입장에 보면, 인간동물이 비인간동물을 사용하는 것은 ‘필요’에 의한 것이기도 합니다. 과도한 육식과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과식의 문제를 본다면, 인간의 ‘필요’라는 것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요. 그럼에도 인간동물은 어떤 이유에서든 필요에 의해 비인간동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비인간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요. 인간동물의 ‘필요’를 비인간동물에 입장에서는 착취이자 학대, 살해 등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비인간동물의 권리를 이야기하면서, 비인간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는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동물권에 대한 논의들은 이 점에 관해 합의를 전제해야 합니다. 인간동물의 입장에서는 ‘필요’일 뿐인 문제가 비인간동물의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사실에 동의한 다음에야 대화와 논쟁이 가능합니다.
 
▲ 캐서린 그랜트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2012, 이후) 표지 이미지.
인간동물이 비인간동물을 착취하고 학대하는 방식은 크게 농장동물, 실험동물, 모피동물, 전시동물, 오락동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농장동물에는 소, 돼지, 닭, 오리 등 “식용”으로 사육되는 육지동물들과 광어, 고등어, 골뱅이, 참치 등의 바다동물이 포함됩니다. 실험동물에는 쥐, 개, 원숭이, 닭 등의 동물들이 있고요. 모피동물은 주로 밍크와 여우를 떠올리지만, 소가죽 등 다양한 상품들이 인간동물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전시동물은 동물원의 육지동물과 “씨월드”라고 불리는 전시장, 수족관의 바다동물들이 있죠. 오락동물에는 투견과 경주에 이용되는 개, 경마에 이용되는 말, 투계에 이용되는 닭, 로데오에 이용되는 소, 드라마나 영화에 이용되는 “연기동물” 등이 포함됩니다. 이외에도 한약 등 전통약재로 쓰이는 동물, 곰 쓸개즙 등 보신용으로 쓰이는 동물, 수렵의 대상이 된 멧돼지와 노루 등 야생동물, 종교 의식에서의 제물로 쓰이는 동물, 치료를 위해 쓰이는 동물들이 인간동물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애완동물”은 보통 비인간동물을 학대하고 착취하는 분야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든 개와 고양이의 자연권을 박탈하고 인간에 길들여지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그리고 분실, 유기, 안락사를 통해 학대 당하는 생명체라는 점에서, 저는 “애완동물” 역시 비인간동물에 대한 학대와 착취 분야에 포함시켰습니다.
 
반려동물, 동반자인가 ‘언어적 환상’인가
 
앞서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고, ‘왜 반려동물이 아니고, 애완동물인가?’ 의문을 가진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11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강아지 형상의 딸과 아들인 투투와 비비를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글에서 “애완동물”이라고 표기하는 이유는, 우리가 “반려동물”이라고 새롭게 이름 붙인다 하여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애완(愛玩)이란, 비인간동물이나 물품을 인간동물 곁에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기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완(玩)은 ‘희롱할 완’으로 장난하다, 희롱하다, 놀다의 뜻이죠. “애완동물”인 비인간동물은 물건과 동급이며, 인간동물의 기쁨을 위해 존재하는 생명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이라는 개념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새 개념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지요.
 
“반려동물”은 1983년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 심포지엄에서 처음 제안된 개념입니다. 개, 고양이 등 비인간동물의 지위를 인간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와 가족의 지위로 끌어 올린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반려동물의 지위를 가족이나 동반자로 생각하고 반려동물과 삶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저 역시 그 중 한 명이지요.
 
그럼에도 변화하지 않는 진실들이 있습니다. 비인간동물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간동물의 소유물이 되고, 인간동물의 보호와 관심 속에서만 생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만일 법적 소유주이자 가족인 인간동물이 변심하거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어 비인간동물을 보호할 수 없다면, 비인간동물은 그대로 버려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 비인간동물의 지위가 “반려동물”일지라도, 인간동물은 비인간동물의 행동 반경과 먹어야 할 음식의 종류와 양, 활동의 내용과 범위, 심지어 생존 기간을 조정하고 지배할 수 있습니다. 인간동물과 “반려동물”의 불평등한 관계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지요.
 
할 헤르조그라는 학자는 “인간동물들이 비인간동물을 반려동물이라 명명하는 것은, 동거하는 동물이 소유 대상이 아닌 듯 보이게 포장하는 언어적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저는 개념을 새롭게 만들고 사용하는 것이 “언어적 환상”에 불과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관계를 재정립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개념이 등정함으로써 ‘실제로 권력 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우유 생산을 위해 평생 임신상태에 있는 젖소
 
앞으로 두 차례에 걸쳐 농장동물, 실험동물, 모피동물, 전시동물, 애완동물에 대한 학대와 착취 문제를 간략하게나마 들여다보려 합니다. 그런데 인간동물 역시 동물이지요. 인간동물이 비인간동물을 학대하고 착취한 결과는 또 고스란히 인간동물에게 되돌아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인간동물을 포함시킨 전체 동물들의 피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먼저, 농장동물과 실험동물에 관해 소개하겠습니다.
 
▲ 조너선 사프란 포어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2011, 민음사) 표지 이미지
세계적으로 사육되고 있는 “가축”들은 세계인구의 10배인 6백억 마리로 추정됩니다. 1961년에 7천1백만 톤의 “고기”를 소비했던 인류는 2007년에 2억8천4백만 톤을 식용으로 소비했습니다. 또 세계의 약 4만5천억 마리 육지동물들이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사육되고 있습니다. 이 통계 안에 바다동물은 제외되어 있으니, 양식 등의 생산 시스템을 통해 키워지는 바다동물 수를 생각하면 공장식 생산 방식에 의해 희생되는 비인간동물의 수는 몇 배에 달하겠지요.

 
공장에서 빠른 속도로 자동차를 찍어 내듯 공장식 축산은 소, 돼지, 닭 등 농장동물을 공장식으로 찍어냅니다. 공장식 축산업이 도입되어 생산력이 증대되면서, 이러한 시스템은 소비자로 하여금 더 많은 고기를 더 빠르고 더 값싸게 소비하도록 유도하였으며, 소비가 증대될수록 공장식 축산법으로 길러지고 도축되는 농장동물의 수도 더욱 증가하고 있지요.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의 연쇄 반응이 또 다시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를 부채질하는 형국입니다.
 
돼지는 많은 사람들이 가진 편견과 달리, 매우 영리하고 예민한 동물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돼지들은 집단생활을 하며 하루 최대 50Km 가까운 거리를 이동한다고 합니다. 출산 예정인 돼지들은 출산을 위한 장소를 찾기 위해 10Km를 이동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공장식 축산업 속에서 돼지들은 태어나자마자 꼬리와 송곳니를 절단 당하고, 몸 하나 겨우 들어가는 좁은 철제 공간에 갇혀 평생을 살다가 도축됩니다. 출산을 한 돼지들은 새끼들과 철저하게 분리 수감되고, 출산 후 다시 철제 독방으로 이송됩니다.
 
소도 돼지의 신세와 다르지 않습니다. 공장식 축산업 속에서 소 역시 철제로 만든 몸 하나 겨우 들어 갈만한 크기의 독방에 감금됩니다. 소의 자연수명은 20년 정도지만, 공장식 축산업 속에서 소의 수명은 길어야 4년이라고 합니다. 젖소가 인간동물이 마시는 우유를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임신 상태에 있어야 합니다.
 
저는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먹는 우유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본 일이 없습니다. 어느 날, 젖소가 우유를 만들어 내기 위해 평생을 임신 상태로 지내면서 출산과 임신을 반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유를 최대한 생산하기 위해서 젖소에게 유전자 조작 성장호르몬 주사를 투여합니다. 우유를 만들어내기 위해 평생을 강제 임신 상태에 있어야 했던 젖소들은 출산 후 새끼들과 분리 수용되며, 4년 후 도축되어 식용 분쇄육으로 사용됩니다.
 
돼지든 소든, 철제우리 안에 갇혀 평생을 보내야 하는 농장동물들이 할 일은 먹고 싸는 일뿐입니다. 고개를 돌리거나 몸의 방향을 바꾸는 일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습니다.
 
전 세계에 사육되는 산란계의 수는 약 47억 마리인데 그 중 70~80%는 상자형 닭장에서 사육되고 있습니다. 상자형 닭장은 A4 용지만한 크기로, 한 상자 안에 평균 6마리 닭이 감금됩니다. 산란계는 1년 동안 감금된 채로 달걀을 생산하는 도구로만 사용되다가 1년이 지나면 도축되지요. 자연 상태에서의 수명은 10년 정도지만, 오늘 날 닭의 수명은 7,8주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산란계가 낳은 암탉은 신경조직이 가득한 부리를 절단당하며, 수컷은 탄생 직후 그대로 분쇄됩니다. 축산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수억 마리의 수평아리를 가장 인도적이고 효율적으로 죽이는 방법으로 고속 분쇄법을 만들어냈습니다. 수평아리는 탄생 직후 살아있는 채로 분쇄 기계를 통과하여 비료나 또 다른 닭의 사료로 이용된다고 합니다. 현대의 육계들은 1950년대 닭들에 비해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양의 먹이를 먹지만, 성장 속도는 세 배나 빠릅니다.
 
의약품, 샴푸, 색소 개발…수많은 동물실험
 
미국 농무부가 발행한 1988년 보고서를 보면 약 14만 마리의 개, 4만2천 마리의 고양이, 5만 마리의 원숭이, 43만 마리의 모르모트, 33만 마리의 햄스터, 46만 마리의 토끼, 그리고 17만8천 마리의 야생 동물 등 1백63만여 마리의 동물이 실험에 사용되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발표한 동물 수는 총 사용 동물수의 약 10%만 포함되어 있으며, 이 모든 수치들에는 동물실험에 사용되는 쥐와 생쥐의 수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 동물실험반대 캠페인  © fightinganimaltesting.com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현재 한국의 실험동물은 약 143만8천 마리에 이릅니다. 저는 국내에서 발표된 1945년~2011년까지 석/박사 학위논문 중에서 동물생체실험 논문들을 수집, 분석해보았는데요. 그 수가 약 1천2백 편입니다. 이 수치는 동물세포실험, 원생동물실험, 초파리 실험 그리고 바다동물 실험을 제외한 것으로, 이 실험들까지 다 포함하면 동물생체실험 논문 수는 약 3천 편에 이를 것입니다.

 
1945년부터 2011년까지 석/박사 학위논문을 위해 주로 사용된 실험동물은 쥐, 병아리, 닭, 개, 고양이, 다람쥐, 돼지, 오리, 토끼 등이 있고요. 붕어, 이스라엘 잉어, 누에, 개구리, 두꺼비, 굴, 게, 소금쟁이, 피조개, 꿀벌, 뱀, 송사리, 나방, 거머리, 지렁이, 개불, 지네, 모기, 달팽이, 불가사리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학위 취득을 위한 동물실험에 관한 수치일 뿐이며, 학회논문 등 연구논문이나 의학적, 산업적 이유로 실시되는 연구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몇 배에 달할 겁니다. 연구자가 원하는, 혹은 예상하는 결과를 얻기 전까지 사용된 동물의 수를 고려하면 그 수치는 더욱 높아지겠지요.
 
동물실험의 목적은 대부분 인간동물의 수명 연장과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비인간동물을 이용한 실험의 결과가 인간에게도 적용될 확률은 5~15%에 불과하고, 비인간동물을 이용한 실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인간동물의 사망 감소율은 1~3.5% 정도에 그친다고 합니다. 미국 식약의약국(FDA)에서는, 동물실험을 통해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된 약품의 92%는 인체에 전혀 효과가 있지 않거나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동물실험 결과를 통해 판매가 허용된 소수의 약품들도 차후 인체에 나타난 부작용으로 인해 판매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인간동물의 평균 수명을 늘리는 데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 동물실험을 위해 수많은 비인간동물들이 제물로 바쳐지고 있습니다. 모든 동물실험이 인간동물의 건강과 생명 연장의 꿈을 위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수많은 비인간동물들이 상업적 목적에 이용당하고 있죠. 화장품과 샴푸, 색소, 광택제 등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동물실험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연구 실적을 올리거나 단순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동물실험들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쥐들이 수면 부족 상태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33일간 잠을 재우지 않는 실험이라든지, 막 태어난 쥐의 앞다리를 절단하고 그 뒤에도 정상 상태의 쥐가 하듯 몸단장을 하는지 확인하는 실험, 수컷 쥐를 굶긴 뒤 성적 행동에 변화가 나타나는지 관찰하는 실험, 태어난 지 10일 된 고양이의 눈을 꿰매 눈을 뜨지 못하게 한 후 기력 상실이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실험 등이 그것입니다.
 
국내 학위논문 사례들 중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들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학위를 취득하기 위한 논문들 중 청량음료가 비인간동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투여 관찰하는 실험, 마취하지 않은 비인간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할 경우 나타나는 심맥관계 반응 연구, 발광 특성을 보이는 화학물질을 마취하지 않은 동물에게 투여한 후 심혈관 기능의 변화 반응 연구, 지속적인 전기 자극을 받은 비인간동물의 세포능 변화 반응 연구, 소음의 양을 증폭시킬수록 나타내는 동물의 반응 연구 등이 있습니다.
 
현대의 동물실험은 이미 알려진 정보나 지식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라든지, 반드시 비인간동물을 대상으로 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지식을 검증하는 실험, 동물실험의 결과가 비인간동물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도 강행되는 실험을 포함하여 학위 취득과 연구 실적을 쌓기 위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비인간동물의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
 
농장동물, 실험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살펴보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인간동물이 비인간동물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이상, 인간동물은 필요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비인간동물들이 살해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동물의 생명 연장을 위해 원치 않는 고통과 죽음을 당해야 하는 생명체들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비인간동물들이 인간동물의 건강과 혀의 만족을 위해 감금되고 학대당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실제 벌어지고 있는 고문과 살해의 현실을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모르고 지냈습니다. 뭔가 불편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모른 척 지나칠 때가 더 많았지요. 필요에 의한 것이든, 만족이나 행복을 위한 것이든, 그것은 인간동물의 만족이자 행복이지 비인간동물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사실을 부정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동물이 비인간동물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윤리적이고 사회적인 논쟁을 하기 이전에, 우리는 종종 ‘희생’으로 묘사되곤 하는 비인간동물의 처참한 현실을 바로 들여다보려고 애써야 합니다. 비인간동물이 처한 현실을 외면한 채 동물권에 관해 논의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 논의들은 비인간동물에게 가 닿지 못하고, 허공을 맴돌다 사라질 테니까요.
 
비인간동물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좋을 몇 가지 질문들이 있습니다. 인간동물은 반드시 육식을 해야 하는 동물인가? 혹은 이렇게까지 과도하게 육식을 해야 하는 동물인가? 인간동물의 육식을 위해 고통 받다 살해당하는 비인간동물의 환경과 수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인간동물의 생명 연장의 꿈, 어떻게 볼 것인가? 신제품을 만들기 위해 자행되는 동물실험은 필요악인가?
 
이와 같은 질문을 모피동물, 전시동물, 애완동물 그리고 인간동물에 대해서도 던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동물의 피부와 털로 만든 옷을 입어야만 할 만큼 추운가? 대체할 소재가 발견되지 않았나? 비인간동물을 전시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반려동물은 애완동물이 아닌가? 동물해방의 ‘동물’ 속에 과연 인간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
 
누군가에겐 낯설고 불편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동물에게 착취당하고 살해당하는 비인간동물을 생각하는 마음과 의지가 든다면, 반드시 몇 번이고 물어야 할 질문이기도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모피동물, 전시동물, 애완동물 그리고 인간동물의 현실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더 많은 질문들을 함께 던져 보길 희망합니다.


[참고문헌]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지 『함께 나누는 삶』. 2011년 봄호.
동물자유연대. 2012. “4월 24일은 세계 실험실동물의 날, 실험동물을 위한 작은 실천”
http://bit.ly/IU4ceh
마크 롤랜즈. 2004. 『동물의 역습』. 윤영삼 역, 달팽이.
마크 베코프. 2011. 『동물권리선언』. 윤성호 역, 미래의창.
멜라니 조이. 2011.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노순옥 역, 모멘토.
박상표. 2012.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개마고원.
조너선 사프란 포어. 2011.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송은주 역, 민음사.
진 바우어. 2011. 『생추어리 농장』. 허형은 역, 책세상.
클레어 드루스 외. 2012. 「유럽의 동물 입법」. 피터 싱어 편.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들』. 노승영 역, 시대의 창.
캐서린 그랜트. 2012. 『동물권,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가』. 황성원 역, 이후.
피터 싱어. 1999. 『동물해방』. 김성한 역, 인간사랑.
피터 싱어 & 메이슨, 짐. 2008. 『죽음의 밥상』. 함규진 역, 산책자.
한국동물보호연합 리플렛. 2012.
할 헤르조그. 2011.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김선영 역,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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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7/07/27 [02:51] 수정 | 삭제
  • 비인간종들의 생명권 논의에서마저도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해 인간종과 유전자가 가깝고 고통을 공감하기 쉽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종들을 위주로 한 선택적 차별은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 . 2017/07/27 [02:49] 수정 | 삭제
  • 최근에 일다에서도 동물권 관련 기사를 써주셔서 반갑게 여기고 있습니다만 역시 주류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으시는군요. sd님이 어떤 의도로 식물권을 언급하셨건 채식에도 농약, 제초제 식물을 한정된 공간에 집약해 기르는 것, 유전자 변형 생체실험 등 육식과 같은 문제들이 만연합니다. 그리고 더욱 가시화는 되지 않죠. 애초에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있고요. 철저히 인간을 위해 심어져 일상에서 전시되어있는 가로수, 화단의 식물들. 동물보다도 더욱 '물건' 취급을 받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가능하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채식을 선택한다면 그럴 수록 식물에 대한 복지 또한 주류인
    척추동물만큼이나 더욱 거론하는게 마땅하지 않은지요.
    일다에 정도 있고 기대도 있으니 이대로 입 다물기가 불편해 조금 적어봅니다.
  • . 2017/07/27 [02:36] 수정 | 삭제
  • 식탁 바깥에서의 그런 종차별도 거대 기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실 수 있으신지요.

    소비자의 문제 이전에 거대 기업의 문제지만 거대 기업의 문제 이전에 말씀하신 윤리와 도덕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동물권 분들도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전가하지 않고 제대로 거대 기업들과 싸우고 계시니 안심하십시오.
  • . 2017/07/27 [02:33] 수정 | 삭제
  • 젖소라는 종은 애초에 없는 종입니다. 소젖 생산을 위해 착취되는 여성 소들을 그렇게 통칭한 것입니다. 종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워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sd님 댓글 식물권에 대해서도 언급하셔서 반가웠었는데 결국 책임 지기 싫고 모진 말 듣기 싫다는게 결론이셔서 여러모로 아쉽네요. 거대 기업들에 영향 받으니 어쩔 수 없이 공장식 채육식 하게 된다는 뜻에는 동의하지만 그걸 방패막이로 쓰신다면 입 다무는 것만 못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책임은 비단 그런 공장식 문제에만 있는게 아니에요. 식탁 바깥에서도 동물과 식물 종차별은 여성혐오처럼 공기중에 만연해있습니다. 어떻게 막아보든 책임은 결코 피하실 수 없으세요.
  • sd 2014/10/06 [12:33] 수정 | 삭제
  • 육식이든 채식이든 음식은 역사와 문화의 일부로 자유롭게 선택할수 있어야 하고 판단할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 문제는 중간 과정입니다. 동물의 공장식 사육과 비인간적인 사육,도축 행태, 학대와 같은 과정들이 문제고 유전자 변형과 농약등 채식을 선택해도 오는 문제는 여전합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말해야 하는 문제는 윤리적 도덕적 비판과 비난, 매도와 같은 억센 말이 아닌 제대로된 공정과 도덕적이고 공생할 수 있는 해결방안등일 것입니다. 거대한 기업들인 중간업체, 생산자들을 비난하지 못하니 소비자에게 그 화살을 돌리는 것만 같아 아쉽습니다.
  • 머루 2013/08/03 [23:29] 수정 | 삭제
  • 너무 거대하고 충격적인 현실을 마주하면 사고가 마비되어 버립니다. 비인간동물에 대한 인간동물의 지배와 착취의 현실이 그래요. 먼저 올바른 질문을 갖는게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가장 중요하겠지요. 차분히 질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 한걸음씩 앞으로 나가야 겠습니다.
  • 푸훗 2013/08/02 [15:48] 수정 | 삭제
  •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들'을 읽으면서 정말 불편한 감정이 들었어요. 난 고기를 좋아하는 '육식주의자'인데 책에 드러난 사실들은 제가 마치 윤리적이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서요. 후에 연인과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연인이 '동물권은 개소리다. 생태계는 하나다. 인간도 생태계 일부야. 공장식 축산이 불편해? 그러면 산아정책을 펼쳐서 인구를 줄이는 수 밖에 없어'라고 하는데 뭐랄까, 그럴듯한 소리로 들리기도 하고. 육식이 윤리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냥 축산환경과 도축과정이 절 불편하게 만들어요. 동물권은 참 생각할 거리가 많은 주제 같아요. 인간이 누려야 할 천부적인 권리가 있듯이 동물에게도 그것이 있는데 인간이 그것을 어떻게 존중해야할지는 많은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겠죠? 저번주에 모꼬지를 간 리조트에서 우리 홀 바로 옆에선 '한국동물실험학회'? 뭐 그런 곳의 세미나안내가 붙어있었어요. 아무래도 이번 여름은 동물권을 고민하라는 계시가 내려진 듯해요. ㅠ 아, 생각하는거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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