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 읽기’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에요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12) 마일리 사이러스 “Wrecking Ball”

블럭 | 기사입력 2013/11/12 [14:23]

‘마일리 읽기’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에요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12) 마일리 사이러스 “Wrecking Ball”

블럭 | 입력 : 2013/11/12 [14:23]
음악칼럼 ‘블럭의 한 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웹진 스캐터브레인의 편집자이자 흑인음악 매거진 힙합엘이의 운영진입니다. [편집자 주]
 
약물, 전신노출 등 ‘트러블메이커’ 마일리 사이러스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는 미국의 팝 가수이다. 그리고 하루가 머다 하고 끊임없이 논란을 낳고 있다. 11월 11일 미국 최대 음악채널 MTV의 EMA(Europe Music Awards)가 열렸다. 이 시상식에서 마일리는 “Wrecking Ball”로 베스트 비디오 상을 수상하였다. 그녀는 수상 소감을 말하는 도중에 마리화나를 한 대 꺼내 피웠다. (시상식이 열린 암스테르담에서는 마리화나가 합법이다). 이 행동으로 또다시 그녀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 미국 팝가수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는 약물, 노출 등으로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공식 페이스북

마일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이슈들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마일리(Miley)라는 말이 은어로 통한다. 마약에 손을 댄 전력이 있어서 ‘약물’의 대체어로도 쓰이지만, 트월크(Twerk)라는 흑인여성들의 섹스 어필 춤과 동일한 의미로도 사용된다. 백인여성 셀레브리티가 트월크를 즐기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 전복적이다. ‘인종’이라는 개념을 가져오면 이런 현상의 의미는 엄청나게 복잡해진다. 그래서 마일리의 트월크는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올해 8월 26일 MTV의 VMA(Video Music Awards)에서 그녀는 자신의 무대에서 대놓고 트월크를 춰서 충격을 줬다. 시상식 자리에 있었던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당황했다. 심지어 일부는 화를 내기도 했다. 항의와 비난, 패러디도 이어졌다. 그만큼 부정적으로 이슈가 된 것이다. 그러나 본인은 스스로의 퍼포먼스에 만족스러워했으며, 아티스트들 중에는 그녀를 옹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여론은 그녀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특유의 혀를 내미는 표정과 정신을 놓은 듯한 춤사위는 세간에 오르내리며 많은 화제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 발매된 싱글 “Wrecking Ball”은 자연스럽게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뮤직비디오 일부 장면에서 마일리는 전라로 등장하였고, 공개 6일만에 조회수 1억을 돌파했다. 이 곡은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한다.
 
국민 여동생 급 ‘디즈니 스타’ 무너지다
 
▲ 마일리 사이러스는 11살에 이미 아이돌 스타가 되었다.  ©공식 페이스북
마일리 사이러스가 처음부터 이런 이미지였던 건 아니다. 그녀는 11살에 디즈니 채널의 오디션에 발탁되었으며, 이후 “한나 몬타나”라는 프로그램의 주연을 맡았다. 마일리는 순식간에 10대 스타가 되었고, 디즈니 컴퍼니 최초로 영화, 음악, TV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이돌이 되었다. 2009년까지 그녀의 스타 이미지는 지속되었다. 앨범, 영화 모두 호평을 받는 동시에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하였고 월드 스타가 되었다.

 
어느 날, 그녀가 갑자기 변했다. 2009년 클럽에서 사진이 찍힌 것부터 시작하여, 마리화나 소지 혐의 등 연달아 그녀의 기존 이미지에 금이 가는 사건들이 터졌다. 이후 그녀는 눈에 띄게 “망가져갔다.” 디즈니 회사는 그녀를 계속해서 ‘10대 아이돌’ 이미지로 소비하기 위해 급급했고, 마일리는 힘들어했다. 나이 들어가면서 과거의 풋풋한 모습을 잃게 되자 버려지다시피 하였다. 한때는 국민 여동생 급이었던 그녀가 후배들에게 밀려나고, 디즈니의 사업 방향에서도 밀려난 것이다.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하기에는 이미 과거의 이미지가 족쇄가 되었다.
 
마약 사건뿐 아니라 마일리는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져서 재활 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이후 돌아온 그녀는 지금과 같은, 소위 ‘막 나가는’ 컨셉을 택했다. 마일리에게는 안티 팬이 엄청나게 많다. 그녀가 옷을 벗고 혀를 내밀어도 많은 사람들이 ‘섹시하다’고 말하기보다는 ‘혐오스럽다’고 한다. 마일리는 이제 헐리웃 가십 스타가 되었다. 각종 타블로이드 기사 1순위를 기록하고 한국에서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린다.
 
시네드 오코너(Sinead O’Connor)와의 설전
 
그런 그녀에게 충고를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시네드 오코너(Sinead O’Connor)라는 여성 아티스트이다. 처음 발단은 이렇다. 마일리가 자신의 “Wrecking Ball” 뮤직비디오 작업을 할 때 시네드 오코너의 “Nothing Compares 2 U” 뮤직비디오를 참고했다고 밝혔는데, 이 사실이 시네드 오코너의 귀에 들어가자 그녀는 마일리에게 장문의 편지를 쓴 것이다.
 
첫 편지는 ‘주변의 꼬드김에 넘어가 성을 상품화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반전은 마일리의 반응이었다. 마일리는 시네드 오코너가 TV에서 교황 사진을 찢어버려 화제가 되었던 사건 등을 언급하며 ‘웃기지 말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시네드 오코너는 네 차례의 편지를 더 보냈고, 마일리가 사과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했다.
 
시네드 오코너의 주장은 이렇다. 미국 음악산업에 종사하는 남성들은 젊은 여성들을 벗겨서 돈을 벌고, 결국 마일리도 희생양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자신은 과거에 성을 상품화하지 않아서 행복하며, 노출 컨셉을 택했던 이들은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하였다. 하지만 동시대에 활동했던 마돈나(Madonna)와 셰어(Cher)의 경우는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들에 비한다면 시네드 오코너는 “Nothing Compares 2 U” 외에 히트곡이라 할만한 게 없다. 오히려 다수의 편지를 받고서 마일리는 ‘나는 여전히 그녀의 팬이고,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의 마일리 사이러스는 자신을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또 혀를 내밀고 다니는 것도, 전라 노출도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MTV VMA에서 트월크를 췄을 때, 함께 있던 남성가수 로빈 씨크(Robin Thicke)에 대해서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를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포르노 업계에서는 그녀에게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많은 이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 빌모드 차트 1위를 기록한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의 싱글 “Wrecking Ball” 뮤직비디오    © YouTube

음악산업에서 성이 상품화되는 것은 무시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문제를 비판하는 방식은, 조금 뒤틀어 생각하면 ‘슬럿워크’(SlutWalk. 헤픈 여자 옷차림으로 걷는다는 뜻으로, 여성들이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며 벌인 시위)를 막는 논리와도 연결되어 버린다.
 
노출을 통해 돈을 버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섹시함을 표출하고자 한다면 상황은 다르다. 오히려 그걸 비난하는 이들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마일리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그의 노출을 혐오하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상황 속에서, 그에게 성을 상품화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조금 핀트가 어긋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부서진 공, Wrecking Ball
 
앨범은 어쨌든 빌보드 1위를 찍었다. 곡도 좋다. 구성도 알차고, 트렌드를 잘 읽어내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차용하였다. 마일리의 보컬은 사람들이 그리 높이 사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과는 달리, 굉장히 좋은 편이다. “Wrecking Ball”은 오디오로만 들으면 굉장히 슬픈 곡이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벽을 부수고자 ‘렉킹 볼’(철거용 철구)이 되고자 했지만, 결국 벽은 부서지지 않고 공이 돌아와서 스스로가 부서졌다는 이야기. 지금 그녀의 상황과 흡사하다.
 
미국 사회에서 마일리를 읽는 방식은 다양하다. 페미니스트 세대 간의 간극을 읽어내는 이들도 있다. 그녀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그 이유가 제각각이다. 세간의 기준에서 보면, 마일리는 시쳇말로 ‘먹히는’ 외모도, 몸매도 아니다. 그녀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표현한다. 마일리에게 ‘그런 식으로 장사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은 늘어난다. 팬의 규모만큼 안티의 규모도 큰 그녀에게, 과연 노출이 어느 정도 흥행 요소가 되는지 알 수 없다.
 
표현의 자유, 인종 문제, 성적 표현 등 그녀와 얽혀 있는 이야기들은 꽤 많고 복잡하다. 이 글은 마일리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일리 읽기’는 분명히 흥미로운 작업이다. 그래서 나는 화두를 꺼내고자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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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린 2013/12/13 [18:25] 수정 | 삭제
  • 위에 -_-님. 수십년전 전성기때의 마돈나랑 지금이랑 같나요? 님만 공감못하는거지. 뭘 알고나 말해야지. 쯧쯧.
  • 곰발바닥 2013/11/29 [16:50] 수정 | 삭제
  • 마일리가 걱정되시나요? 저는 마일리가 걱정되요. 물론 마일리가 쓴 편지 받았다고 고소하지도 않을 거구요.
  • 잠깐 2013/11/14 [04:17] 수정 | 삭제
  • 본 기사와는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가디언지 기사에서 보니까 비욘세에 대해서 언급한 게 있어 덧붙입니다. The best Beyonce could muster when recently asked if she considered herself a feminist was: "That word can be very extreme … I do believe in equality … But I'm happily married. I love my husband."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칭하는데에 어려움이 있어보이는군요.
  • 우머니스트 2013/11/13 [17:48] 수정 | 삭제
  • 벨 후크스의 "Eating the Other" 같은 흑인 여성주의자들의 비평을 읽어보는걸 추천합니다. 서양 사회에서 백인여성의 여성성은 이상화된 반면에 흑인여성은 추하고, 동물적이고, 성적으로 타락한 존재로 생각되어져 왔습니다. 백인여성인 사이러스가 흑인문화를 무작위로 착용하고 VMA 공연에서 흑인여성의 엉덩이를 때리거나 하는 행동은 주체적이다 비주체적이다라는 이분법을 떠나서 그녀의 컨셉이 유색인종 여성들, 특히 흑인여성들의 여성성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해서 더 지면을 할애해주셨으면 조금 더 포괄적인 글이 될수 있지 않았을까요. 왜 많은 미국 백인 페미니스트들에게 사이러스는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지는 반면에 니키 미나지나 심지어 스스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부른 비욘세등 흑인여성들은 무대에서 노출만 해도 그 백인 페미니스트들에게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지, 왜 백인여성이 트워킹을 추면 전복적이지만 흑인여성이 트워킹을 추면 "ratchet"이나 "ghetto"라는 비난이 쏟아지는지 (대표적인 예로 이번에 나온 리한나의 "Pour It Up" 뮤직비디오에 쏟아진 비난들)등에 대해서 조금만 더 생각해보셨으면 좋았을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 -_- 2013/11/13 [17:06] 수정 | 삭제
  • 마돈나가 약발이 떨어졌다고요?? 저 말에 누가 동감을 할지...
  • 구경꾼A 2013/11/13 [05:46] 수정 | 삭제
  • 물론 나도 해답을 제시하는 건 아닙니다만ㅇㅅㅇ
  • 구경꾼A 2013/11/13 [05:43] 수정 | 삭제
  • 개인적으로 오코너의 지적도 좀 오버스럽다 느끼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려운 문제지만.. 글쓴이의 말대로라면 성상품화라는 문제 자체가 성립이 안될 듯.
    노출이나 섹시를 내세우는 여성 연예인 중 스스로 주체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님들이 존재하긴 함? 특히나 요즘 대부분의 여성 연예인들이 자신은 멋지고 당당하게 노출을 즐기는 주체적인 여성임을 어필하고 있음. 그럼 주체적으로 변한 여성 연예인들로 인해 한국의 성상품화 문제는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보면 되는 거임?
    아님 대중들이 부정적 시선을 보내면 좋은 노출, 긍정적 호응을 보이면 나쁜 노출??
  • 기린 2013/11/13 [00:47] 수정 | 삭제
  • 미국대중문화에서의 성상품화는 워낙 흔한 상업적 수단이고 사이러스는 그런 세태를 따른 수많은 여자연예인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런 세태속에서 그녀의 노출이 정말 순순하게 주체적이다라는 주장에 믿음이 가지않는것은 왜일까? 그리고 이러한 이들은 대개 파격적인만큼 빠르게 소비되고 오래가지 못한다. 마돈나나 셰어는 한시대를 풍미한 대스타들이라 예외적일뿐. 물론 약빨 다 떨어진지가 언제인지. 오코너의 히트곡 운운도 좀 어이없다. 그런 훌륭한 아티스트를 고작 히트곡 하나 내 가수라고 취급하다니. 허허. 슬럿워크를 글에 끌어들인것도 무리수일뿐이다. 자신의 몸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것과 자신의 몸을 상품화해 이윤을 보는 것이 왜 같은 맥락이 되어야하는것인지. 글쓴이에게 좀 더 깊은 사고를 요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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