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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상주시 함창읍 함창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카페 버스정류장”.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머무는 이 까페의 문을 연 박계해 선생님은 “학교를 떠나 산골로 들어간 한 여자의 귀촌일기” <빈집에 깃들다>의 저자입니다. -편집자 주
수업을 나가던 여자중학교의 축제에 공연을 올리는 것을 끝으로 올해 방과 후 수업이 마무리되었다. 공연에 이어 남은 축제 프로그램이 많았으므로 뒤풀이 날을 기약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회경이는 왜 안 왔니? 핸드폰도 안 받네?” “회경이, 공연 끝나고 엄청 울었어요. 공연 중간에도 막 뒤에서 조금씩 울었고요, 무대인사 끝나고 바로 없어졌어요.” “왜?” “제가 회경이래도 너무 속상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앞 다투어 들려주는 내용은 이랬다. “무대에 불이 들어오자마자 앞줄에 앉은 언니들이 막 욕을 했어요. 침을 뱉는 언니도 있었고요.” “맞아요. 욕하는 내용도 다 들리고........ 우리도 주눅이 들어서 쫄아드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연습한 대로 하긴 했어요.” “아냐, 난 신경 쓰여서 제대로 못했어. 언니들이 계속 그러니까 대사도 버벅거리고 신경이 얼마나 쓰였는지 몰라요.” “맞아, 나한테도 화장 이상하다고 하고, 못생긴 게 옷도 이상하게 입었다고.......” “배역 때문에 아줌마 옷 입었는데 그것 갖고 욕하고........” “공연에는 관심도 없고 트집 잡으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았어.” 아이들이 공연 초반에 보이던 활기가 후반에 들어서자 풍선에 바람 빠지듯 꺼져갔던 것이 무엇 때문인지 알 것 같았다. 회경은 아예 돌처럼 딱딱해져 있어서 차마 쳐다보기가 민망하였다. 선생님들은 모두 맨 뒤의 의자에 앉아계셨으니 무대 앞의 작은 소란을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었다. 아이들 말로는 자기들한테는 조금 그랬는데 회경이한테는 평소에 무슨 감정이라도 있는지 일거수일투족을 다 비웃었다고 했다. 그래도 잘 참아서 다행이었다고, 자기들 같으면 그 자리에서 무대 아래로 달려가 싸움이라도 했을 것 같다고. 회경이 모범생은 아닌 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소위 노는 아이도 아니었다. 아이들은 회경이 평소에 칼라렌즈를 끼거나 옷차림이 좀 튀는 게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노는 언니들은 자기들보다 짧은 치마를 입거나 멋을 부리는 후배들을 손봐주려고 벼르므로 자신들은 항상 주의한다고. 그리고 우리가 당했으니까 3학년이 되면 우리가 그럴게 분명하다고,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라고 진단까지 했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나는 다시 카페의 주인장이 되었다. 그들이 빠져나간 흔적을 정리하고 자리에 앉자 가슴이 조금 쓰려옴과 동시에 회경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늘 무기력한 저를 보고 선생님이 그러셨죠. 이번 한번만 미쳐봐, 끝장을 봐, 망가져봐, 너를 던져. 공연이 끝난 후 너는 더 이상 권태롭지 않을 거야.회경의 목소리는 여기서 멎었지만 나는 열심히 귀를 기울여 잘 들리지 않는 한마디를 기어이 들었다. ‘그래도 선생님 잘못은 아니니까 괜히 마음 불편해하지 마세요. 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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