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블럭의 한 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평론가이자 음악웹진 “웨이브”(weiv)의 운영진입니다. [편집자 주]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가수인 더-드림(The-Dream)
더-드림(The-Dream)은 미국의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가수이다. 비욘세(Beyonce)의 “Single Ladies”,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Baby” 등 꽤 많은 빌보드 차트 1위 곡과 그래미 수상 곡들을 만들었으며, 2007년을 기점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프로듀서나 작곡가로서뿐만 아니라 직접 노래를 부르고 다른 가수의 곡에 참여하였으며, 자신의 앨범도 발표하였다. 그는 알앤비 장르를 서사적으로 다룰 줄 알고, 그만큼 확실하게 곡의 분위기를 짚어내며 극적으로 연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더-드림이 유명해진 것은 달콤한 팝 노래들을 통해서이다. 성공을 거둔 곡들은 주로 사랑에 관한 노래나 섹스 어필이 강한 노래였다. 많은 대중적인 알앤비-팝 곡들이 그렇지만, 더-드림은 특유의 미성 덕에, 거기에 지금까지 써온 곡들이 겹치면서 ‘섹시하고 부드러운 곡을 잘 만드는 가수’ 같은 이미지가 되었다. 그러나 2011년 [Terius Nash: 1977]이라는 앨범을 공개하면서 그 이미지를 바꾸게 된다.
이 앨범은 처음에 무료로 공개되었다가 이후 약간 다듬어져 정식 발매되었다. 전자음악의 소리를 알앤비 음악으로 가져오는 시도도 신선하지만, 그간 스스로 이야기해왔던 것들을 깨부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더-드림은 이 앨범을 통해 세상에는 달콤함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앨범은 이별과 좌절, 실패, 그리고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닌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폭력, 인종 차별, 영웅 서사가 없는 세상
그러다 이후의 앨범 [IV Play]에서는 반대로 더욱 자극적이고 섹슈얼한 이야기를 꺼내더니, 이번에 공개한 곡 “Black”을 통해 인종 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더-드림이 사랑 이야기 외의 소재를 알앤비 음악으로 가져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힙합 곡에서의 피쳐링이나 무료 공개곡 등을 통해 다양한 화두를 꺼낸 더-드림이지만, 확실히 이번 곡은 새롭다.
힙합 곡에서는 종종 언급된 적 있긴 하지만 흑인 커뮤니티 내의 모습을 직접적인 이야기를 통해 제시한다는 점,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뭉뚱그리지 않고 지적하고 있는 점이 이 곡의 특징이다.
최근 알앤비 음악이 하는 이야기들은 힙합과 근접해지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팝음악에 가까운 사랑 노래가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관한 이야기, 또 비극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담는다.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Black”에서 그는 폭력, 인종 차별, 영웅 서사, 그리고 자유를 향한 사회운동이 종결될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 최근 시카고의 높은 범죄율을 언급하기도 하며, 자신이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으면서 깨달았던 것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곡의 끝에서 “이제는 인종 차별만이 차별이 아니다 / 누구든 사회에서 고립되거나 소외된다고 생각이 들면 차별 받는 것이다 / 계급 차별은 새로운 인종 차별이다” 라고 이야기한다.
‘계급은 피부와 연결되어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인종 차별이, 혹은 계급 차별이 어디 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인종 차별은 존재한다. 인종 차별이 계급 차별로 연결되는 지점들은 한국에서 봐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원어민 강사는 백인이고, 동남아시아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아직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 사회는 제노포비아(xenophobia. 이방인에 대한 혐오)가 드러나고 있다. ‘수원 토막 사건’ 같은 끔찍한 범죄의 가해자가 중국인이라든지, 이주민으로 알려지면 제노포비아는 더욱 기승을 부리며 인터넷에 오래도록 회자된다. 얼마 전 4.11 총선 당시 이자스민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정치색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인격적으로 깎아 내리려 하기도 하였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종 차별과 계급 차별, 성차별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구조적 차별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진정한 의미에서 다문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 단체와 모임들도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인종과 차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사회의 편견이나 배타적인 분위기는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들의 사회적 역할이 커지고 있는 지금
미국 남부 애틀랜타 출신의 흑인여성 작가 카라 워커(Kara Walker)는 인종, 성별, 섹슈얼리티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종이와 실루엣으로 흑과 백을 나타내며 여성과 남성 간의 관계를 전복시키거나, 혹은 백인과 남성의 폭력에 대한 묘사를 적나라하게 하여 자신이 느껴왔던 불편함을 드러낸다.
워커의 실루엣 작업은 노예 부리기가 한창이던 19세기 백인들 사이에서 유행한 실루엣 초상화 기법에서 착안하여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 기법의 장점 중 하나는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의 그림자가 작품들 사이에 놓인다는 점인데, 이는 작품의 일부가 되는 동시에 반강제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더욱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예술의 많은 영역에서 이렇게 인종 차별이 사회에서 복잡하게 변화하거나 더욱 견고하게 되어가는 과정을 다루는 작품 활동이 현재진행형이다. 가까운 몇 년 사이 더욱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예술가들의 사회적인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러한 흐름들이 가시화되고 차별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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