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아니라 여럿인 동성애’

그르노블 국제 게이-레즈비언 영화제

황보신 | 기사입력 2003/04/30 [23:55]

‘하나가 아니라 여럿인 동성애’

그르노블 국제 게이-레즈비언 영화제

황보신 | 입력 : 2003/04/30 [23:55]
프랑스의 남동부에 위치한 그르노블 시에서 지난 4월 8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정면으로 보기’란 제목 아래 제2회 그르노블 국제 게이-레즈비언 영화제가 열렸다.

이번 영화제는 상이한 시대와 공간을 관통한 다양한 모습의 동성애, 즉 ‘하나가 아니라 여럿인 동성애’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15편의 장편 영화, 8편의 단편 영화, 그리고 4편의 다큐멘터리가 소개되었으며, 프랑스와 미국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독일, 캐나다, 아이티, 대만, 브라질, 스페인의 작품들도 함께 선보였다.

특히 티 얀 웡(Ti Yan Wong) 감독의 다큐멘터리 2부작 <상황의 유쾌한 면>(L'aspect rose des choses)은 프랑스에서 동성애를 정치적으로 부각시킨 보기 드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1980년에 제작된 1부는 80년 당시 그르노블 시의 동성애자들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커플, 게토, 투쟁, 광기, 소아성애, 자매애, 노동계층의 중압감- 조명하고 있다.

 
올해 제작된 2부는 동성애 공동체가 그르노블 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에이즈, 팍스(PACS) 등 사건을 둘러싸고 최근까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 그 속에 동성애자들의 투쟁과 사랑도 담고 있다.

장편 영화들 가운데 레즈비언 영화로는 <에메와 자카르>(Aimee et Jaquar, 1999, 독일), <처트니 팝콘>(Chutney Popcorn, 1999, 미국), <어떻든지>(By Hook or by Crook, 2001, 미국), <어떤 가족 문제>(Une affaire de famille, 2001, 미국), <서서 헤엄치기>(Treading water, 2001, 캐나다) 모두 5편이 포함되어 있다.

막스 푀르베르뵈크 감독의 <에메와 자카르>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한 유부녀와 유태인 레즈비언 간의 사랑을 통해 유태인 차별 문제와 여성 동성애 문제를 함께 보여준다. 니샤 가나르타 감독의 <처트니 팝콘>은 인도 출신의 미국인 자매를 통해 인도의 전통가치와 대리모 문제를 희극적으로 다룬다.

해리에타 도쥐와 실라스 하워드가 공동 감독하고, 또 주연 배우로도 등장하는 <어떻든지>는 불법적인 모험 속에서의 부치들 간 우정과 권위에 대한 불복종을 그리고 있다. 헬렌 레스닉 감독의 <어떤 가족 문제>는 레즈비언인 딸을 위해 여자 애인을 구해 주려고 노력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고 있다. 로렌 힘머 감독의 <서서 헤엄치기>는 가족과 연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레즈비언의 내면을 그리고 있다.

이 5편의 영화 모두 감독이 시나리와 작가나 배우를 겸하고 있는 것이 두드러져 보인다. 또 <처트니 팝콘>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프랑스에 소개되지 못한 영화들로 이번 영화제를 통해 비로소 상영 기회를 갖게 되었다.

동성애 영화의 80%가 상영관을 얻지 못하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할 때 그르노블 영화제는 동성애 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출로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작년에 비해 영화제 개최를 위한 공공기관의 지원금이 줄어들었지만 시의회와 청소년-교육부는 여전히 후원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참고>www.vuedenface.fre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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