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의 일상 속으로!

4.19 장애여성의 세계 거리퍼포먼스

강진영 | 기사입력 2003/05/01 [00:07]

장애여성의 일상 속으로!

4.19 장애여성의 세계 거리퍼포먼스

강진영 | 입력 : 2003/05/01 [00:07]
정상성 중심의 사회를 거부하는 ‘장애여성의 세계’-거리퍼포먼스가 4월 19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펼쳐졌다.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주간을 맞아 마련된 이번 자리는 장애여성공감을 비롯해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여성해방연대,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경남여성장애인연대, 충북여성장애인연대,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WAW 등이 함께 만들었다.


장애여성의 날 기획단은 성명서를 통해 “장애여성은 일상적인 삶 속에서 항상 약자로, 소수자로 살아가야 했다. 사회의 일상적 억압은 장애여성의 성정체성 마저 거부하고 있다. 이것은 사회에서 부여하는 여성의 성역할에 대한 요구를 수행할 수 없는 몸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며, 사회가 지닌 ‘정상성의 신화’에 위배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정상’의 폭력에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 우리에게는 여성으로 존중받을 권리, 성적 지향을 존중받을 권리, 여성의 자매애를 인정받을 권리, 평화를 추구하고, 평등하게 살 권리가 있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날 기획단은 △장애여성 성폭력피해자의 인권 보장 △가정폭력으로부터 장애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사회적 지원체계 마련 △전문적인 장애여성도우미 제도를 통한 장애여성의 양육권보장 △장애여성의 건강권 보장 △100인이상 기업체의 장애인의무고용율을 5%로 확대하고 50%를 장애여성에게 할당 △장애여성의 교육지원 정책 수립 △장애인전용화장실이 아닌 장애여성화장실 설치 등을 요구했다.

이번 거리퍼포먼스의 특색은 시민들과 함께 하는 테마부스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장애여성공감의 박영희 대표는 낮 2시에 행사 시작을 알리면서 “장애여성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얼마나 억압받을까’라는 생각만 하고 그 억압이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직접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3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테마부스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찾아가 진행자들의 도움에 따라 체험해보도록 돼있었다. 참여자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부스 주변을 둘러싸고 체험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한편 행사 중간에는 ‘자살하기 좋은 날’이라는 이름의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장애여성공감의 박주희 운영위원은 “나는 나를 죽일꺼야. 너를 만나러 돌아올꺼야”라는 노래를 흥겹게 반복하면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싶다, 한번쯤 빗질 안 한 머리를 하고 싶다”는 평소의 소망을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작년 11월에 열린 ‘나는 장애를 가진 여성이다’ - 장애여성공감 2002 난장이 장애여성의 ‘존재’를 알리는 자리였다면 이번 거리퍼포먼스는 장애여성들의 ‘경험’을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테마부스의 3가지 색깔들>

-공감1 : 정상 VS 비정상-

첫 번째 방은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정상’과 ‘비정상’의 개념을 도치시킨 공간으로 표현했다. ‘!날 의성여 애장 회1제’ 식으로 글씨도 거꾸로 씌어져 있고 큰 신발·모자, 작은 옷 등이 소품으로 비치되어 있었다. 이곳을 체험한 장미 씨는 “왼손잡이라 창피 당했던 일이 많았는데 여기에는 왼손잡이를 위해 마련된 물건들이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공감2 : 가해자 VS 피해자-

두 번째 방은 장애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폭력을 체험해보는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휠체어에 앉아서 손이 묶인 채 진행자가 ‘너무 빠르게’ 혹은 ‘너무 느리게’ 먹여주는 음식을 먹었다. 공감 회원들이 실제 겪은 일을 바탕으로 한 역할극도 마련했다.

경남여성장애인연대의 김영순 씨는 장애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가해자 VS 피해자’ 방에 들렀다. 준비된 6개의 에피소드 중 그가 고른 것은 ‘가족 2- 오늘은 손님들이 오기로 한 날’.
오빠가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기로 했다면서 장애여성인 동생에게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말라고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있었던 퍼포먼스를 본 김영순 씨는 역할극이 끝날 무렵 “자살하러 갈래”라는 즉석 멘트를 날려 진행자들의 박수를 받았는데 “사실 이런 상황에서 대응하기란 힘들다. 이게 장애여성의 현실이다”라고 체험 소감을 밝혔다.

-공감3: 세상을 뒤엎는 한마디 “우당탕탕”-

세 번째 방에선 앞의 두 방을 체험한 사람들이나 행사를 보러 온 사람들이 느낀 점을 그림으로 제작했다. 천 위에 그려진 그림들은 그 자리에서 하나의 퀼트로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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