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성매매, 필요한 건 휴게소?

한편의 코미디 같은 MBC 성매매 보도

김윤은미 | 기사입력 2003/05/01 [00:14]

화물차 성매매, 필요한 건 휴게소?

한편의 코미디 같은 MBC 성매매 보도

김윤은미 | 입력 : 2003/05/01 [00:14]
2003년 3월 9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갓길주차 유혹” 화물차 상대 술판매, 윤락>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뉴스가 보도됐다.

“여자가 트럭에 올라타자 운전석 뒤쪽에 커튼이 드리워집니다. 30분 뒤 여자는 차에서 내렸습니다.”

기자의 멘트에 이어 TV화면에서는 고속도로 갓길에서 남성 화물차운전자들이 술을 마시고 성매매 하는 광경이 자세하게 비춰졌다.

‘갓길주차’ ‘술 판매’ ‘윤락’이라는 선정적 단어로 도배된 뉴스. 성매매 여성의 도덕적 타락을 의미하는 ‘윤락’이라니 제목부터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무튼 이 뉴스
는 지금까지 보도되지 않았던 성매매 사건을 다룰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뉴스는 성매매 문제를 다루기는커녕, 화물차 갓길 주차 이유를 끄집어 내더니 갑자기 고속도로 휴게소가 모자란다는 이야기를 한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교통사고가 모두 1500 여 건으로 158명이 숨지고 700 여 명이 부상했습니다. 충분한 휴식공간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성매매는 사회적 범죄이자 여성들에게 절박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 보도는 성매매 문제에 대한 어떤 이해나 관점도 없는 언론의 몰지각한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많은 여성들은 강제적으로 성 산업에 유입돼 결근비, 지각비 등 터무니없는 벌금 때문에 빚더미에 올라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은 업소에서 빈번하게 신체적 폭력과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탈성매매 여성들의 경우 성매매 경험의 후유증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기까지 한다. 2000년, 2002년의 군산시 성매매 업소 화재사건은 성매매의 폭력적 실상을 드러낸 바 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현장 단체 및 현장 출신 운동가들은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명백한 폭력이며 성매매는 성을 사는 남성의 필요에 이루어진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 심각한 범죄 행위임을 여론화시켜 왔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는 고속도로에서 벌어지는 성매매 현장을 보도하면서 뜬금없이 운전자들의 휴식 공간이 부족하다는 황당한 결론으로 미끌어진다. 게다가 휴식공간이 절박하다고 강조하기 위해 친절하게도 교통사고 사망자 수까지 덧붙이다니, 가히 코미디의 경지에 이르렀다. 휴게소가 생기면 성매매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인가.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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