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스트림 팝 음악과 페미니즘 사이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대중문화 사이에서 페미니즘을 드러내고 실천으로 이어갈 수 있을 가능성까지 찾아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팝 페미니즘에 대한 개념을 나름대로 정의하는 과정이 될 것이며, 대중적으로 가볍게, 재미있게 풀어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는 전업으로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필자 블럭)
팝 음악과 페미니즘 사이의 관계에 관하여 이미 전부터 이야기한 바 있다. 각각의 작품, 각각의 곡에 담긴 페미니즘의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이 남았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팝
시간이 지날수록 주체로서의 여성과,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품은 장르를 불문하고 많아지고 있다. 그러한 작품을 지지하는 움직임도 많아졌으며, 단순히 의미만 지닌 게 아니라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도 함께 챙기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많은 매거진이 최고의 앨범으로 뽑은 작품 중 두 장은 여성뮤지션 비욘세(Beyonce)의 <Lemonade>, 그리고 솔란지(Solange)의 <A Seat at the Table>이었다. 또한 트랜스젠더 여성 뮤지션 아노니(ANOHNI)의 앨범 <Hopelessness> 역시 많은 매체가 그 해의 앨범으로 꼽았다.
유명한 음악가 중에서도 과거 몇 소수만이 여성인권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온 것과 달리, 이제는 함께 연대하고 행동하는 풍경을 많이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월 21일 워싱턴 DC에서 열렸던 ‘여성행진’(Women’s March) 행사만 해도 알리샤 키스(Alicia Keys), 자넬 모네(Janelle Monae), 마돈나(Madonna), 비욘세는 물론 맥스웰(Maxwell), 존 레전드(John Legend)가 등장했다.
외에도 지금까지 꾸준히 여성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온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 핑크(P!nk),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도 참여했다. 빅 션(Big Sean), 안드레 3000(Andre 3000)과 같은 래퍼부터 씨아라(Ciara),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등 팝 스타도 함께했다. 여성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분위기에서 이제는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진 단계까지 온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봤다.
페미니즘 메시지를 전하는 뮤지션들
이들 뿐만이 아니다.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 “Fucked My Way Up To The Top”)와 아델(Adele, 자신에 관한 외모 품평에 대해 ‘나는 잡지 모델처럼 되고 싶지 않다’고 발언)은 음악 산업 내 남성중심 구조를 드러냈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이야기한 팝 음악가들도 이제 많아졌다. 그리고 그들의 영향력을 통해 자신의 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물론 유명한 이들만 이러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아니다. 신인이나 인기를 얻기 시작한 스타의 곡 중에서도 헤일리 스타인펠드(Hailee Steinfeld)의 “Love Myself”를 포함해 피프스 하모니(Fifth Harmony)의 “That’s My Girl” 등 여성의 힘 모으기를 외치는 곡도 많다.
반면 메간 트레이너(Meghan Trainor)의 “No”는 ‘아니오’라고 한 건 여성이 속으론 좋은 게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아니오’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곡들은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팝 음악계 상황에서 각각의 작품을 꾸준히 주목하고 소개하고 동시에 내 생활 가까이에서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힘과 효과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팝 음악은 이만큼 페미니즘과 가까워져 있으며, 그것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이뤄온 것이다.
팝 페미니즘의 세계로!
하지만 많은 이들이 마돈나를 ‘놀랍고 흥미로운 무언가’로 확대해석하는 동안, 레이디 가가(Lady Gaga)를 ‘급진적이고 특이한 사람’으로 논의하는 동안, 안타깝게도 페미니즘은 더욱 주체로서 점유하지 못하고 여러 기존 논의의 장에서 소비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나중에 마돈나 페미니즘, 가가 페미니즘이라는 책이나 단어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지만, 우리는 좀 더 즐겁게, 우리 것으로 마돈나와 레이디 가가를 즐기고 또 인용할 수 있다.
또한, 우리에게는 전복적 해석과 향유가 있다. 비록 어떠한 방식으로 발표가 되었건 간에 우리는 작품을 즐길 수 있으며,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우리가 재미있게,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늘려나가고 앞으로 만들어질 것들, 그리고 지금 만들어지는 것들에 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싶다.
앞으로 긴 시간에 걸쳐 팝 페미니즘이라는 것에 관한 논의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팝 음악이 생겨난 이후 여성 음악가는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재현되었고 또 어떤 이야기를 해왔는지, 나아가 어떤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지 까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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