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스트림 팝 음악과 페미니즘 사이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대중문화 사이에서 페미니즘을 드러내고 실천으로 이어갈 수 있을 가능성까지 찾아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팝 페미니즘에 대한 개념을 나름대로 정의하는 과정이 될 것이며, 대중적으로 가볍게, 재미있게 풀어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는 전업으로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필자 블럭)
디바! 그 화려한 이름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팝 음악 씬에서 뛰어난 두각을 보이는 여성 솔로 가수를 두고 ‘디바’라고 한다. 특히 팝 음악 시장은 디바를 많이 만들고, 또 좋아한다. 여성 솔로 가수는 꽤 긴 시간에 걸쳐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또, 팝 디바 중에서 일부는 게이 문화와 맞물려 게이 아이콘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1970년대에 소울, 알앤비, 디스코 음악을 선보이며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도나 썸머(Donna Summer)는 당시 게이 디스코 씬에서 게이 아이콘으로 통했다. 이러한 심벌이 마돈나(Madonna) 이후 등장한 여성 솔로 가수 중에는 훨씬 많은 편인데, 2000년대를 지나며 여성 솔로 가수가 많아지면서 게이 아이콘이 된 디바도 많아졌다.
최근은 과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여성 솔로 가수들이 존재하다 보니, 특정인에 대한 관심의 집중도나 대중의 주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사실 과거에는 ‘디바’라는 타이틀 자체가 무거운 짐이기도 했다.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경우 그러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약물에 손을 대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여성 재즈 보컬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여성 재즈 보컬은 남성 관객이 대다수인 쇼를 성공시키기 위한 도구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한 부담이 비극적 결말을 가져오기도 했다.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는 당시 인종차별을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동시에 많은 이들의 주목과 사랑을 받았다. 그러한 혼란 속에서 그녀는 약물을 맞이하였고 결국 마약중독으로 사망했다.
최근 가수 중에는 데미 로바토(Demi Lovato)가 어린 시절부터 활동해오며 체력적, 정신적 부담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10대 말기에 약물에 손을 대기도 했다. 데미 로바토는 복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카인 없이는 30분도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야기하는 여성 솔로 가수가 많아졌다. 이는 듣는 이에게도, 말하는 이에게도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한다. 앞선 기사에서 소개한 많은 음악가들이 그랬지만, 오늘 이야기하려는 가수는 나타샤 베딩필드(Natasha Bedingfield)의 이야기이다.
“누구도 널 대신해서 느낄 수 없어”
나타샤 베딩필드는 2000년대 데뷔하여 2005년, 2006년에 그래미 어워즈와 브릿 어워즈에 후보로 오르며 명성을 쌓았다. 2004년 처음 발표했던 앨범 [Unwritten]은 많은 주목을 받았고, 당시 영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앨범에 수록된 곡 “Unwritten”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신을 스스로 ‘쓰이지 않았다’(Unwritten)고 비유하며, 정의되지 않은 무언가로 표현한다. 스스로가 그 내용을 쓸 수 있다는 점을 말하면서 ‘오늘이 네 책이 시작되는 날이다’라고 말한다. 나타샤 베딩필드가 이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다음과 같은 가사 역시 인상적이다.
Feel the rain on your skin
나타샤 베딩필드에게는 다니엘 벤딩필드(Daniel Bedingfield)라는 오빠가 있었다. 다니엘 베딩필드는 2002년, 2003년에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가수다. 그래서 처음 나타샤 베딩필드가 등장했을 때는 다니엘 벤딩필드라는 존재가 꼬리처럼 따라다녔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내용의 곡을 냈다는 점은 굉장히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Unwritten”을 발표한 이후에도, 나타샤 베딩필드는 비슷한 메시지를 전하는 가사를 꾸준히 담았다. 두 번째 앨범 [Pocketful of Sunshine]에서도 “Freckles”라는 곡을 선보였는데, 다른 이들이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생각하는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을 때 강해진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가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사람인지를 느끼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이러한 가사에서 나타샤 베팅필드가 겪어 온 경험과 삶에 대한 태도가 묻어난다.
2010년에 발표한 “Strip Me”라는 곡을 통해서도, 타인이 아무리 자신을 재단하든 어쩌든 간에 나는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유일한 존재라는 뜻을 시사한다.
표현의 폭이 넓고 깊어진 팝음악 세계의 매력
이번 기사에서는 나타샤 베딩필드의 이야기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야기했는데, 사실 이렇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곡을 발표하고 활동을 이어가는 여성뮤지션들의 사례가 절대 적지 않다. 몇 팝 가수는 곡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재단을 만들거나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도 한다.
물론 팝 음악은 음악시장에서 가장 상업적이고 많은 자본이 투입된, 그리고 시스템화되고 기획이 많이 들어간 음악이다. 하지만 성숙한 음악시장은 인간을 그러한 산업구조 속 일부로만 취급하지는 않는다. 세일즈와 의미, 그리고 대중에게 선보이는 모습을 가지고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이 팝 음악 시장이 가진 매력이다. 또한, 퍼포머(performer)의 역할은 단순히 뒤에서 만들어준 무언가를 프론트맨(frontman, 간판)으로 선보이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책임의식을 가지고 대중 앞에 서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팝 음악가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지금은 팝 시장은 모습 자체가 많이 변화했다. 사회가 변화하며 때로는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이미지나 언어를 쓰기도 하지만, 그만큼 표현의 폭이나 강도도 넓어졌다. 대중음악, 팝에서의 모습은 이토록 다양하다. 이 영역 내에서도 페미니즘은 그래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내가 팝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이유에는 이러한 배경도 포함되어 있다.
※ Natasha Bedingfield - Unwritten (Official Video) http://bit.ly/Ue7fWK ※ Natasha Bedingfield - Pocketful Of Sunshine M/V http://bit.ly/18UEgeo ※ Natasha Bedingfield - Strip Me M/V http://bit.ly/1Rxd3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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