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스트림 팝 음악과 페미니즘 사이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대중문화 사이에서 페미니즘을 드러내고 실천으로 이을 가능성까지 찾아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는 전업으로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필자 블럭]
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
1970년 비틀즈(The Beatles) 해체 이후, 존 레논(John Lennon)은 파트너였던 오노 요코(Yoko Ono)와 함께 음악 활동을 계속해나갔다. (두 사람은 비틀즈 시절부터 함께 작품을 만들어 왔다.)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낳은 앨범 [Some Time in New York City]는 비틀즈 해체 후 존 레논이 발매한 세 번째 정규 작품이다.
비틀즈는 설명이 더 필요 없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다. 영국에서 활동을 시작하여 미국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을 두고, 사람들이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영국의 침공)이라는 단어를 붙일 만큼 비틀즈의 성공은 하나의 큰 계기를 만들어 냈다. 나아가 세계적으로 굉장한 팬덤을 낳기도 했다.
비틀즈는 대다수 한국인이 아는 “Let It Be”, “Hey Jude”와 같은 명곡도 만들어 냈지만 동시에 파격적인 시도와 새로운 장르 개척 등 음악적인 모험도 강행했다. 그러한 부분이 비틀즈가 오랜 세월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비틀즈 멤버들은 개개인의 개성이 분명하고 서로 다름에 따라, 해체의 길을 걸었다. 특히 존 레논은 자신만의 음악 세계가 뚜렷하게 잡혀가는 중이었으며, 오노 요코를 만난 뒤 멤버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는 “Imagine”이라는 곡을 통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뮤지션이 되었지만, 안정적인 길을 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때부터 미국의 베트남전에 반대하며 세계 평화를 위한 정치적 화두를 과감하게 던지기 시작했다. (오노 요코는 Imagine이 나온 지 48년만인 올해 6월, 이 곡의 공동 작가임을 인정받았다.)
“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여자는 세상의 깜둥이)는 존 레논이 남긴 가장 파격적인 곡 중 하나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 제목부터 강렬한 이 작품이 나온 시기가 1972년임을 감안하면, 당시 사람들이 체감하는 느낌은 지금보다 더욱 컸을 것이다. 가사의 일부는 오노 요코가 1960년대 말에 이미 썼던 것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이야기한다.
존 레논과 오노 요코는 이 곡에서 쓴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Nigger)는 결코 흑인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했다. 또한 곡에서 이야기하는 흑인이 말 그대로 흑인만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곡은 당시 사회에 존재하던 두 계급을 동시에 언급하여 많은 사회적 논란을 낳았다. 이중으로 화제가 된 셈이다.
함께 선보인 곡 “Sisters, O Sisters” 역시 여성이 억압되어 있는 현실을 반영하면서 ‘자매들이어 일어서자’라는 페미니즘 메시지를 명확하게 담고 있다.
당시 비틀즈 팬들은 존 레논이 오노 요코를 만난 이후에 비틀즈가 해체하였기 때문에 밴드가 해체된 원인을 오노 요코 탓으로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오노 요코를 싫어하고 비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정작 오노 요코는 존 레논이 수시로 바람을 피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든 작품에는 오노 요코가 의도한 메시지가 뚜렷하게 담겨 있다.
오노 요코는 존 레논의 아내였다는 것으로 부각되었지만, 그는 백남준과 함께 미국에서 예술의 패러다임을 뒤집은 전위예술가 중 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행위와 예술 작업을 통해 그는 페미니즘과 실존주의를 화두로 던졌다.
당시 “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 “Sisters, O Sisters” 두 곡은, 그리고 이 두 곡이 수록된 앨범 [Some Time In New York City]는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저항하는 메시지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이 실제로 메시지에 주력하느라 음악적 면모를 갖추지 못했는지는 듣는 이마다 생각이 조금씩 다를 것 같다. 존 레논은 이 곡을 방송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라이브 공연에서 선보였다.
존 레논의 유명세 때문에 이 곡의 메시지가 사회 전역으로 퍼진 것은 사실이나, 개인적으로는 오노 요코 ‘다시 읽기’와 같은 작업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비틀즈의 팬덤이 말하는 마녀(오노 요코는 “Yes, I'm a Witch”라는 곡을 만들기도 했다)와 같은 존재가 아니다. 뛰어난 한 명의 주체적인 예술가인 오노 요코의 행적에 좀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존 레논, 오노 요코- 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 (1972) http://bit.ly/2wj59f5 ※존 레논, 오노 요코- Sisters, O Sisters (1971) http://bit.ly/2wqNPnI ※오노 요코(Yoko Ono)- Yes, I'm a Witch (1974) http://bit.ly/2x0etBA ※오노 요코(Yoko Ono)- Mrs. Lennon http://bit.ly/2waOny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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