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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타임즈업 운동…‘여성노동’ 이슈로 이어져
타임즈업(Time’s up) 이후 더 큰 변화를 촉구하는 여성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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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MeToo)가 사회 곳곳의 성폭력을 폭로하며, 문화 전반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모여 타임즈업(Time’s up)이라는 재단이 결성된 지 약 4개월이 흘렀다. (관련 기사: 여성들이여, 세상을 바꿀 시간이 되었다! http://ildaro.com/8093) 미국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변화는 순식간에 ‘딱’하고 일어나는 게 아니니까.

 

3월 4일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투로 인해 직장 내 성희롱 이슈가 부각된 이후, 남성들이 여성인 동료와 일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한 비율이 51%나 된다. ‘별로 차이가 없다’고 답한 36%와 ‘더 좋아졌다’고 말한 12%에 비해 높은 비율을 보였다. 한국에서 미투 고발이 이어지자 남성들 사이에 ‘펜스 룰’(Pence Rule; 여성과의 대면을 피하는 것)이 유행한 것처럼, 미국에서도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직면하기보다는 ‘예전보다 살기 불편해졌다’며 불평하는 이들이 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장 내 성희롱 이슈 중 현재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중복 응답)으로는 ‘성희롱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 것’(50%)과, ‘피해자의 말을 믿지 않는 것’(46%)이 꼽혔다. 미국인들 다수가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 않고 빠져나가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미투(#MeToo) 운동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에 대한 처분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하비 와인스틴(Harvey Weinstein)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성폭력 혐의로 재판을 받을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미투(#MeToo) 이전인 2014년, 다수의 피해여성들의 폭로로 성폭행 전력이 알려진 미국 코미디의 대부 빌 코스비(Bill Cosby)의 재판도 아직 진행 중이다. 작년 여름 진행된 재판은 심리무효로 끝났고, 이후 빌 코스비의 변호인단은 피해여성들을 ‘돈을 노린 사기꾼’라고 칭하는 등 피해자를 공격하기 바빴다. 11일 다시 재판이 열렸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미투 이후 크게 바뀐 것은 없는가? 그건 아니다.

 

광고업계, 언론계, 실리콘밸리에서도 여성들 조직화

 

3월 12일, 2백여 명의 광고업계 여성들이 “자매들이여, 우리도 안다”로 시작하는 성명서와 함께 ‘타임즈업 애드버타이징’(Time’s Up Advertising)의 발족을 알렸다. 성명에서는 “광고업계 여성인 우리들은, 이곳이 우리가 이끌고 싶은 업계가 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바꿀 힘이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린 당신들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재능을 보고 있습니다. 어떤 불평등이 있는지 보고 있습니다. 우린 모두를 위해서 힘과 목소리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라며, 앞서 성평등을 위한 행동에 나섰던 동료들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3월 13일엔 전현직 여성언론인들이 ‘프레스 포워드’(Press Forward)를 만들고 타임즈업과 파트너로 활동하겠다고 알렸다. 이들은 미국 언론, 특히 뉴스업계의 성차별과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언론인들이 안전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여성투자가들이 설립한 단체 ‘올 레이즈’(All Raise) 홈페이지 메인

 

이뿐만 아니다. 4월 3일, 포브스(Forbes)에서 매년 선정하는 최고의 투자가 리스트(Midas List)에서 작년 97위를 차지한 에일린 리(Aileen Lee)는 ‘올 레이즈’(All Raise)의 발족을 알렸다. ‘남초’라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있는 34명의 여성투자가들이 모여 성평등을 위한 비영리단체를 설립한 것이다.

 

에일린은 발족을 알리는 글에서, 작년 수잔 파울러(Susan Fowler)가 폭로한 우버(Uber)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과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난 성추행을 비롯한 불평등한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자신이 아는 여성투자가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사실을 이야기했다.

 

“제 생각에 우리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거예요. 지금 실리콘밸리의 ‘여성 부재’와 젠더 파워가 한 쪽으로 쏠린 현상은 옳지 않아요. 변화를 이끌 창구가 있지 않을까요? 우리 함께 모여서 업계를 좀 더 빠르게 변화시킬 방법을 찾기 위한 브레인스토밍을 하지 않을래요?”

 

에일린은 메일 발송 후 48시간도 되지 않아 모든 이들에게서 회신을 받았고, 그렇게 첫 모임이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몇 번의 만남 이후 여성투자가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고 ‘올 레이즈’가 만들어졌다.

 

더 많은 여성이 보여지는 사회를 만들자

 

미투(#MeToo)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여성들의 연대체들은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을 해결하고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목적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이 외치는 것들이 있다. 첫 번째는 ‘여성의 가시화’다. 지금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눈에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 레이즈’는 ‘미국 기반의 벤처 투자사의 결정권자 9%만이 여성’이며 ‘2017년 미국 벤처 자금 중 단 15%만이 여성창업자가 있는 팀에게 간 점’을 지적했고, 5년 안에 그 비율을 각각 9%에서 18%로, 15%에서 25%로 늘린다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타임즈업 애드버타이징’의 목표 중 하나도 광고업계 내 더 많은 여성인재를 키우고 이끌겠다는 것이다.

 

또한 6일 AP통신 기사에 따르면, 이번 미국 하원 의원에 출마하겠다고 등록한 여성의 수가 309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점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298명으로 2012년의 집계였고, 2014년과 2016년엔 그 숫자에 훨씬 못 미쳤다. (참고로 현재 미국 하원 의원 총 435명 중 여성은 83명으로 19.1% 비율이다.) 많은 여성들이 정치 진입을 하고자 하는 이유를, AP통신은 트럼프 정부에 대항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미국 ‘여성 행진’의 주요 의제 또한 ‘투표를 위한 힘’(Power to the poll)이었다. 

 

▶ ‘우리가, 우리가 기다리던 그 여성이다’라는 문구의 ‘여성 행진’ 홍보물 ⓒ2018 Women’s March

 

성추행 사건이 알려졌음에도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와, 이후 수많은 미투(#MeToo)를 지켜보았던 여성들이 ‘우리들의 메시지를 직접적인 정치 참여로도 보여주고 투표로도 보여주겠다, 또 그래야 한다’며 서로의 참여를 격려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가시화가 중요한가에 대한 답은 분명한다. 여성이 보여지는 것 그 자체로 전달되는 사회적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큰 자금을 움직이는 광고업계에서 여성을 보는 것,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실리콘밸리에서 여성을 보는 것, 국가를 움직이는 정치에서 여성의 모습을 보는 것이 주는 메시지는 ‘여성들이여, 성공하자’는 것만이 아니다. ‘소녀도 야망을 가질 수 있고, 여성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조금 앞서 달리고 있었던 여성들이 ‘이제 혼자 질주하지 않겠다, 함께 달리자’고 선언하는 것이 지금 꾸려진 여성연대체들의 움직임이다.

 

동일가치 노동엔 동일임금을!

 

두 번째 요구는 오랫동안 여성들이 외쳐왔던 것이기도 하다.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노동에는 동일한 임금을 달라는 것.

 

타임즈업을 설립한 멤버들의 다수를 차지하는 할리우드 여성 배우들은 공식 석상에서 전에도 몇 번이나 이 주제를 대중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2015년 패트리샤 아퀘트(Patricia Arquette)는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소감으로 “우린 이제 동등한 임금을 받을 때가 되었어요. 미국 여성들에게 동일한 권리가 주어지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소니 픽쳐스의 이메일이 해킹당한 사건으로 인해 제니퍼 로렌스(Jennifer Lawrence)가 같은 영화에 출연한 남성 배우보다 낮은 임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을 때, 제니퍼 로렌스는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소니가 해킹 당한 일로, 남성 성기 달린 행운아들이 저보다 얼마큼 더 받는지 알게 되었을 때 전 소니에 화가 나지 않았어요. 제 자신에게 화가 났어요. 제가 협상에서 일찍 포기해버렸다는 점에 대해서 말이죠.” (제니퍼 로렌스가 쓴 에세이 중에서)

 

그렇게 불만을 토로하며 변화를 촉구하던 여성들이 이제 조금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작년 12월, 미국의 E! 네트워크(E! Network) 앵커였던 캣 새들러(Catt Sadler)는 자신이 남성 앵커 연봉의 반 정도밖에 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회사를 그만 뒀다. 그리고 퇴사 이유가 불평등한 임금 때문이라는 걸 명확하게 밝혔다.

 

동료들도 적극적으로 그의 행동을 지지하고 지원했다. 지난 골든 글로브 시상식 레드 카펫 행사에서, 배우들은 E! 네트워크 리포터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전 E! 네트워크가 여성 앵커에게 남성 앵커들이 받는 만큼의 임금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정말 충격 받았어요”라고 비판했고, “캣이 그립다, 그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 동일한 임금을 받게 되면 여성들이 그 임금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표. ⓒ2018 ultraviolet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미국 케이블방송국 HBO는 타임즈업 창단 멤버이자 해당 방송국에서 방송 중인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의 제작자 겸 배우인 리즈 위더스푼(Reese Witherspoon)의 적극적인 노력과 의견 개진을 수용하여, 현재 제작 중인 프로그램들의 임금 현황을 조사하고 불평등 유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임금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계획을 THR과의 인터뷰에서 제시했다.

 

여성들의 이런 목소리와 행동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애플, 인텔, 어도비, 스타벅스 같은 대기업들도 임금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도비의 경우 이미 2016년에 남성이 1달러를 받을 때 여성이 0.99달러를 받는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그 차이마저 2017년엔 없앴다.

 

하나가 아닌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자

 

미투(#MeToo)와 함께 변화를 위한 목소리 세 번째는 ‘다양성’이다. 여성의 가시화,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특정한 여성 집단만 고려하고 있지 않다. 미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논쟁이 되었던 ‘백인 페미니즘’에 머물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타임즈 업 애드버타이징’은 변화에 대한 의무를 느끼는 책임감 있는 여성들이 모인 곳이다. 그리고 이건 백인여성만을 위한 게 아니다. 유색인종 여성과 남성, LGBTQ의 재능을 위한 것이다.” -창립 멤버 하이드 가드너(Heide Gardner)의 AD위크 인터뷰 중에서

 

올해 ‘여성 행진’에서 투표의 중요성을 말할 때도 ‘여성들이여 투표하라, 여성의 권리를 신경 쓰는 후보를 선택하자’고만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투표를 할 수 없는 이주민, 투표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왜 그들이 범죄자가 되었는지, 유독 흑인의 비율이 높은 환경에 대한 논의를 포함)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동일임금 이슈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얼마나 불평등한 임금을 받는지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종별로 그 차이가 어떠한지 알리며 유색인종 여성들이 겪는 불평등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있다.

 

여기에도 행동으로 변화를 이끌어 낸 사례가 있다. 아카데미 수상 경력이 있는 흑인여성 배우인 옥타비아 스펜서(Octavia Spencer)는 올해 초, 타임즈업 멤버이자 백인여성 배우인 제시카 차스테인(Jessica Chastain)의 도움으로 원래 받기로 한 임금의 5배로 계약한 사실을 밝혔다.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영화가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옥타비아는 흑인여성 배우가 어느 정도의 임금을 받는지 말했고, 제시카는 그렇게 불평등한지 몰랐다면서 “이번 영화에서는 당신도 나와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했다는 것. 그리고 둘은 같이 임금 협상에 들어갔다. 

 

▶옥타비아 스펜서가 제시카 차스테인의 도움으로 임금협상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렸다.(출처: 옥타비아 스펜서 트위터)

 

이 일로 대중들은 여성과 남성 간에만 임금 차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백인여성과 흑인여성 간에도 큰 간극이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되었다. 더 중요한 건, 그러한 차별은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강철문이 아니라 함께 두드리면 평등을 향한 문을 열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예민한 여자들’이 만들어낼 변화를 기대하라

 

우리 사회에서도 미투는 계속되고 있다. ‘이제 여성직원과는 회식도 못 하겠다’, ‘성희롱으로 받아들이니까 무슨 말을 못 하겠다’, ‘같이 일하기 불편하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번이나 기각되었다.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지속해 온 불평등한 채용 과정이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변화는 분명 일어나고 있다. 그저 어린 존재로만 여겨지던 고등학생들도 이제 성폭력과 불평등에 대해 저항하는 사회적 목소리를 낸다. 느리지만 치열하게,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변화가 목격되고 있다.

 

미투(#MeToo)는 계속되어야 한다. 여성들에겐 아직 전달해야 하는 목소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성폭력을 끝내기 위해서는 성차별과 불평등에 대해 더 많은 문제 제기가 나와야 한다. 여성들을 가시화하기 위해 정치 할당제,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한국에도 그냥 ‘여성’만 있는 게 아니다. 이주여성, 탈북여성, 성소수자 여성, 장애여성,십대여성 등 같지만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도 듣고 말해야 한다.

 

여성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괜한 일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그걸 폭로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변화를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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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17 [10:19]  최종편집: ⓒ 일다
 
에이프릴 18/04/17 [23:58] 수정 삭제  
  고무적인 뉴스네요 우리도!
ㅇㅇ 18/04/19 [12:38] 수정 삭제  
  페미니즘이 확산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조쿠마 ㅎㅎ
독자 18/04/21 [13:50] 수정 삭제  
  한국도 업종별로 여성단체가 생긴다면 좋겠다.
18/05/20 [14:11] 수정 삭제  
  경제권이 평등해야 진정한 평등이 가능해진다. 미투가 평등한 노동, 평등한 권리를 얻는데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하는 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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