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달리기를 위한 조언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부드럽게 달리는 방법

최하란 | 기사입력 2019/09/21 [11:39]

즐거운 달리기를 위한 조언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부드럽게 달리는 방법

최하란 | 입력 : 2019/09/21 [11:39]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편집자 주]

 

힘들게 말고, 즐겁게 달리기

 

나는 달리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내가 달리기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마라톤을 하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마라톤 대회는 10km 코스만 다섯 번 참가해봤다. 그것도 친구들과 함께 달리고 싶어서 참가한 것이었으니, 마라톤은 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마라톤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몇 km를 달리냐고 질문한다. 그러면 ‘내가 몇 km나 달리지?’ 하고 잠시 생각해본다. 사실, 대중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그때 다르다고 대답한다.

 

달리면 정말 즐겁다고 말하면, 걷는 것은 하겠는데 달리는 것은 힘들어서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원래 달리기는 즐겁고 간단한 놀이다.

 

플라톤은 ‘놀이’가 동물이든 인간이든 어린 것들의 ‘도약’ 욕구에서 유래한다고 했다. 서너 살에서 대여섯 살의 아이들을 보면, 달리기는 그들의 기본욕구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제자리에서 뛰어오르거나 무엇인가를 뛰어넘거나 누군가를 쫓거나 도망가거나 숨이 턱에 찰 때까지 달리려고 한다.

 

▲ 여덟 살 소녀와 함께 언덕 달리기     © 최하란

 

꼭 빨리 달리거나 멀리 달려야 할 필요는 없다. 살갗을 스치는 바람결을 느껴보고 발바닥이 부드럽게 땅을 딛고 나아가는 느낌, 견갑대와 골반이 살랑살랑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다면 충분하다. 힘들게 말고, 즐겁게 달려보자.

 

달리기 전 준비운동이 필요하다면

 

주변에 미취학 아동이 있다면, 한 번 유심히 보자. 십중팔구 그들이 정말로 좋은 달리기 선생이다. 달리기는 워낙 단순한 인간의 움직임이라 장애가 없다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달리기 자체가 가장 좋은 ‘풀기’(release & connect)라서, 가볍게 달린다면 따로 준비운동이 필요하지 않다. 거의 매일 아침과 오후에 달리는 태국 무에타이 선수들도 5분 정도 걷다가 3~12km를 달리고 다시 5분 정도 걷는다. 나도 10분 정도 걷다가 3~12km 달리고 10분 정도 걷는다.

 

그런데 내가 직업적으로 하는 일은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거의 달리지 않고 살아온 성인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전력을 다해 달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미 수천 명을 그렇게 만들었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 평소 거의 전혀 달리지 않는 성인들을 달리게 할 때는 반드시 준비운동을 하고 시작한다. 경우에 따라서 나 자신도 준비운동을 할 때가 있다. 여독이 있다든지 전날 훈련이나 오랜 문서작업의 후유증이 클 때다.

 

이제부터 소개하는 운동들은 달리기 전에 준비운동이 필요할 때 하면 좋을 것이다. 평상시 몸이 뻐근하거나 피곤할 때 해도 좋다.

 

관절 돌리기

 

흉곽과 견갑골, 골반과 고관절을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 한쪽, 한 방향 당 4~20회씩 한다. 목 돌리기와 팔꿈치, 손목, 무릎, 발목 돌리기도 필요할 것이다. 여유가 있다면 혀 돌리기와 눈 돌리기까지 해주면 더욱 좋다. (영상: https://youtu.be/0tnAUmWIq3U)

 

▲ 골반 돌리기     © 스쿨오브무브먼트

 

-골반 돌리기

① 발을 골반너비 정도로 벌려서 선다. 

② 손을 골반 위에 두고 크게 원을 그리며 돌린다.

③ 딱딱하게 서서 돌리지 않는다. 몸이 저절로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둔다. 자연스레 발까지 움직여져도 좋다.

 

▲ 다리 돌리기     © 스쿨오브무브먼트

 

-다리 돌리기

① 발을 어깨너비보다 넓게 벌려서 선다. 

② 균형을 잘 잡으면서 다리를 앞에서 안쪽으로 돌린다. 

③ 균형을 잘 잡으면서 다리를 뒤에서 바깥쪽으로 돌린다.

④ 딱딱하게 서서 돌리지 않는다. 몸이 저절로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둔다.

 

▲ 팔 돌리기     © 스쿨오브무브먼트

 

-팔 돌리기 

① 발을 골반너비 정도로 벌려서 선다.

② 손끝을 멀리까지 뻗는다는 느낌으로 돌린다.

③ 양팔을 동시에 돌리기, 한 팔씩 돌리기, 양팔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동시에 돌리기

④ 딱딱하게 서서 돌리지 않는다. 몸이 저절로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둔다. 자연스레 발까지 움직여져도 좋다.

 

▲ 몸통 돌리기     © 스쿨오브무브먼트

 

-몸통 돌리기 

① 발을 어깨너비보다 넓게 벌려서 선다.

② 상체 전체를 전후좌우 크게 원을 그리며 돌린다. 

③ 딱딱하게 서서 돌리지 않는다. 몸이 저절로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둔다. 자연스레 하체까지 움직여져도 좋다.

 

스트레칭

 

바닥에 앉거나 눕지 않고 선 채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어깨 주변을 늘려주고, 몸통을 늘리고 짜주고, 하체를 여러 방면으로 늘려준다. 특별히 피로가 적체된 상태라면 정적인 스트레칭도 활용할 수 있지만, 대체로 리듬감 있게 움직임이 이어지는 다이내믹 스트레칭 위주로 한다.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한다. (영상: https://youtu.be/T3LpbVQqPek)

 

▲ 어깨 스트레치     © 스쿨오브무브먼트

 

-어깨 스트레치

몸을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팔을 옆으로, 위로 보내서 스트레치하고 마지막은 손등을 골반에 두고 팔꿈치를 잡아 안쪽으로 당겨주면서 스트레치 한다.

 

▲ 골반과 몸통 스트레치     © 스쿨오브무브먼트

 

-골반과 몸통 스트레치

발을 넓게 벌리고 손으로 무릎을 짚고, 골반을 무릎 높이로 충분히 낮춘다. 몸통을 트위스트 하면서 골반과 몸통을 스트레치 한다.

 

▲ 다리 스트레치     © 스쿨오브무브먼트

 

-다리 스트레치 

몸통을 앞으로 기울이고, 대각선으로, 옆으로 기울이면서 발바닥부터 다리 뒤쪽 그리고 골반과 몸통 뒤쪽까지 전체적으로 스트레치 한다.

 

▲ 사이드 런지 스트레치     © 스쿨오브무브먼트

 

-사이드 런지 스트레치 

구부린 다리는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반대쪽 다리는 최대한 펴서 깊게 스트레치 한다. 잘 되지 않는 경우는 손을 바닥에 짚고 할 수도 있다.

 

부드럽게 달리기

 

준비운동이 끝나면 온몸을 툭툭 털어준다. 바르게 선 자세에서 손을 가슴 높이쯤으로 가볍게 든다. 전신을 살짝 앞으로 기울인다. 그러면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저절로 발뒤꿈치가 바닥에서 떨어지며 한쪽 발의 앞쪽이 땅을 짚게 될 것이다. 이것이 달리기의 첫 발자국이다. 그 추진력을 이용해 발뒤꿈치를 가볍게 엉덩이 쪽으로 차올린다. 일부러 멈추지 않는다면 팔과 다리가 저절로 움직일 것이다. 목과 어깨와 가슴을 부드럽고 편하게 한다. (영상: https://youtu.be/HqKOJ99VNkE)

 

팔이나 다리에 과하게 힘을 주지 않는다. 모든 것이 가볍게 편하게 부드럽게 이어지는 게 필요하다. 빨리 달리거나 오래 달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평소에 달리지 않던 성인이라면 이런 느낌으로 달릴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조금 달리거나 천천히 달려도 심장박동이 금세 빨라질 수 있다. 무리해서 억지로 달리지 않는다면 괜찮다. 건강한 정도 안에서 심장박동수를 충분히 올리는 운동은 심장과 폐의 능력을 좋게 한다. 달린 다음 휴식할 때 갑자기 멈춰서지 않는다. 가능한 코로 숨 쉬면서 가슴을 웅크리지 않은 자세로 천천히 걷거나 뛰면서 호흡이 편해지고 심장박동이 일상적인 상태로 돌아올 때까지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게 좋다.

 

달리는 자세에 대한 세세한 설명은 하지 않고 동영상으로 대신한다. 설명이 많으면 생각이 많아질 것이고, 생각이 많으면 느끼기가 힘들다. 무리해서 빨리 달리거나 오래 달리지 않는다면 부자연스러운 자세가 당장 큰 문제를 만들진 않는다. 그러나 무리한 욕심은 부상의 원인이 된다. 그러면 달리기는 즐거움은커녕 괴로움이 될 것이다.

 

▲ 달리기에 좋은 계절 가을, 난지한강공원     © 최하란

 

훌륭한 사진기도 내 눈으로 본 아름다움을 모두 담아낼 수 없는데, 달리기의 즐거움과 행복감을 글로 쓴다는 것은 아무래도 내 능력 밖의 일이다. 하지만, 한강변을 달리면서 내가 느끼는 행복감을 다른 누군가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됐다. 참으로 달리기 좋은 계절이 왔다.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화를 신어보자. 어떤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을까 궁금하다면 예전에 쓴 칼럼이 도움이 될 것이다. (기사: 우리의 ‘발’을 위한 선택 http://ildaro.com/8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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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흑 2019/09/26 [16:27] 수정 | 삭제
  • 있는 힘껏 달리기엔 관절이 걱정되는 나이 ㅠㅠ 그래도 풀밭에서라면 괜찮을 것만 같네요 아이랑 뛰는 모습이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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