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과제는 ‘임신중지 비범죄화’ ‘다양한 가족구성권’

21대 국회 성평등 정책 가이드라인②

박주연 | 기사입력 2020/04/12 [18:35]

시급한 과제는 ‘임신중지 비범죄화’ ‘다양한 가족구성권’

21대 국회 성평등 정책 가이드라인②

박주연 | 입력 : 2020/04/12 [18:35]

헌법재판소에서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1년이 지났다.

 

전국 곳곳에서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쏟아져나와 ‘낙태죄 폐지’를 요구했던 여성들의 목소리에 힘입어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 형법 조항 제269조 1항, 제279조1 항의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라는 승리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헌재로부터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주문을 받은 지 1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국회에서 대체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난 20대 국회에선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현행 형법의 ‘낙태죄’를 폐지하고 형법 27장 ‘낙태의 죄’를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의 죄’로 바꾸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을 발의한 것 외엔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대체 법안을 마련해야 하는 기한이 올해 말까지이기 때문에, 21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낙태죄’ 폐지와 관련된 법안 논의에 불을 지펴야 한다.

 

▲ 4월 10일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1년 맞이 기자회견.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대체 입법을 통해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와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임신중지 비범죄화, 보험지원, 유산유도제 승인…각 정당 입장은?

 

촉박한 상황임에도, 거대 양당의 반응은 ‘아무 계획 없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낙태죄’ 폐지 운동을 벌이며 국회의 움직임을 촉구해왔던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총선을 맞이해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 민생당, 국민의당 다섯 곳에 정책 질의서를 보냈는데 정의당만 유일하게 회신을 했다고 밝혔다. 정책질의서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귀하(당)은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에 동의하십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법, 정책을 어떠한 내용으로 마련할 예정입니까?

 

2. 유산유도제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승인되지 않아 현재 많은 여성이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유산유도제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유산유도제의 승인과 안전한 보급을 위한 귀하(당)의 입장은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까?

 

3.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서는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의료비로 인해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여러 나라에서 보험 지원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귀하(당)에서는 임신중지 보험 적용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시행할 계획입니까?

 

4. 임신중지 비범죄화와 함께 피임과 출산, 성 건강, 성교육 등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를 아우르는 법과 정책이 다각도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귀하(당)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성과 재생산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가 꼭 마련돼야 한다

 

여성운동 진영은 ‘낙태죄’ 폐지와 더불어 성과 재생산권리를 보장하고 여성의 건강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 왔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이하 셰어)는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10대 정책 과제>를 만들어 그 내용을 상세히 정리해 제시했다. (http://srhr.kr)

 

▲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와 정의당 성평등선대본의 정책간담회 모습.   ©정의당 여성본부

 

우선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 보장)를 요구하고 있다. 셰어는 “임신중지를 결정하는 개인의 상황과 조건은 매우 다양하며, 몇 가지 사유로 타당성을 제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적절한 정보와 자원에 접근하기 어렵고, 파트너와 폭력적이거나 불평등한 관계에 있는 사람, 사회경제적으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며 취약한 조건에 있는 개인일수록 임신의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시기가 늦어지게 된다”는 것.

 

셰어는 “후기 임신중지의 상황에서도, 필요한 건 처벌이 아니라 전문의료인에 의한 상담과 안전한 의료적 조치”라고 설명하며, “처벌 대신 건강과 평등한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선 △보건 의료인들의 임신중지 관련 최신 의학 정보와 사전/사후 건강관리 △정보 제공과 상담에 관한 가이드를 꾸준히 향상하고 공유할 수 있는 보건의료 환경 마련 △아동/청소년, 이주민/난민, 장애인 등 정보와 의료기관 접근성이 취약한 사람들의 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자료제공 △의료환경 개선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등 관련 보건의료기관의 지역별 격차개선 △유급 유산/사산 휴가에 임신중지 휴가 적용 등의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약물적 유산유도제 도입”, “모두가 평등한 자원과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포괄적 성교육 시행”, “트랜스젠더/이주민/난민 등 소수자의 보험 적용 확대”, “강간죄 개정 등 성폭력 관련 법을 성적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 “성적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사회 근간에서 보장하는 기본법 제정” 등을 10대 정책에 포함했다.

 

1인가구 뿐 아니라 ‘다양한 가족 구성권’ 정책 나와야

 

비혼 선언, 이혼 및 졸혼 등 이성애 결혼 종료 등으로 인한 1인 가구가 늘고 ‘정상가족’ 범주를 탈주한 다양한 가족 형태가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정치가 전혀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놀라운 일이다.

 

▲ 민법은 가족을 혼인과 혈연 중심으로 규정해, 그 외의 관계에선 오래 동거하면서 생계를 같이했어도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  ©일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발표한 2020 정책 제안 <여성폭력 근절과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21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에는 “성평등한 사회문화를 위한 정책 수립을 위해 변화하는 가족 형태를 반영한 가족 정책 수립”과 “가족 구성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결혼과 혈연으로 맺어진, 즉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만이 ‘정상가족’이며 남성이 생계부양자”라는 기존 가족 정책의 전제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을뿐더러 차별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 제779조가 가진 문제를 지적한다. “건강가정기본법은 이성애에 기반한 배우자, 출산, 입양, 가정을 ‘정상가족’으로 한정하며,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등을 ‘위기가족’으로 분류하고 있기에 다양한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민법 제779조에 따르면 가족을 이성애 혈연 중심으로 규정하여 그 외의 관계에서는 오랜 기간 동거하면서 생계를 같이 하였어도 법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

 

또한 민법에는 ‘이혼 숙려제도’라는 ‘정상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가 있으며, 자녀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 ‘부계 혈통주의’ 유지 제도도 존재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법안들을 개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국회의원 후보 검증 페미 필터링’ 사이트에서 복지/가족 관련 핵심 질문에 대한 공약 검색 결과 중 일부.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민우회는 [21대 총선 이것만은 꼭!]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원 후보 검증 페미 필터링’ 사이트를 제작했다. 100명의 페미니스트 유권자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각 정당과 국회의원 후보자의 젠더 감수성을 검증하기 위한 100개의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핵심 질문 21가지 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힌 것이 “생활동반자법 입안 계획”을 묻는 문항이다.

 

‘2020 총선 페미 필터링’ 사이트(https://femifiltering.wixsite.com/mysite)를 방문하면 100개의 필터링 질문과, 그에 대한 각 정당의 정책을 검증할 수 있다. 물론, 선거 이후 이 공약들의 이행 여부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요가툰
메인사진
내가 싫어하는 요가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