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뒷받침하는 ‘돌봄노동’의 가치는 여전히 뒷전

언제까지 여성 몫으로,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남길 것인가!

박주연 | 기사입력 2020/05/22 [16:32]

코로나 시대 뒷받침하는 ‘돌봄노동’의 가치는 여전히 뒷전

언제까지 여성 몫으로,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남길 것인가!

박주연 | 입력 : 2020/05/22 [16:32]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이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은 세계 경제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경제 위기와 더불어 노동자들이 직면하게 될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경제 위기의 지표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런 논의와 분석에 늘 제대로 포함되지 않는 노동이 있다. 바로 돌봄노동이다.

 

경제 위기 지표에서 사라지는 여성들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여성의 일시 휴직은 남성에 비해 무려 두 배나 높으며, 사업부진과 조업 중단으로 인한 일시 휴직자의 수는 남성보다 네 배나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코로나19와 젠더> 토론회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 임윤옥 자문위원은 이같은 통계를 보고했다.

 

▲ 전년도 대비 일시휴직자 증감 성별 비교. 5월 12일, 서울 여성미래센터 소통홀에서 열린 <코로나19와 젠더> 토론회 자료집 중.


여성의 일시 휴직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많은 이유는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기 때문에 경제위기 상황에 더 취약”한 탓도 있지만, “여성은 집(가정)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인식으로 인해 우선해고의 대상이 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자기 돌봄뿐 아니라, 가족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을 때, 결국 그 몫이 여성에게 부과된다는 점도 또 하나의 이유다. 즉 ‘자의적’으로 ‘바깥노동’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던 여성들도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교 등의 공공교육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집에서 자녀들의 시간을 책임져야 하는 건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 되었다. 재택근무를 하게 된 여성들도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을 한꺼번에 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가중된 노동 환경 속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할 때, 여성들은 가정을 우선시 하도록 종용 받는다. 가정으로 돌아간 여성은 ‘경제지표’에서 사라지게 된다. 돌봄 노동은 ‘당연한 여성의 일’로 여겨지며 노동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지도 못한다.

 

▲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5월 17일)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에서 개최한 기자회견. 가정과 사회에서 요구되는 돌봄노동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재난 속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드러내고 성평등노동과 돌봄의 사회적 가치를 재고하라고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한국여성노동자회

 

고용 위기 속, 60대 여성의 고용률은 왜 올랐을까?

 

‘경제 위기의 지표’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돌봄노동도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는 전년동월대비 47만 6천명 감소했고 고용률은 60.8%에서 59.4%로 1.4% 하락했다. 여성과 남성의 고용률은 각각 1.6%와 1.3% 하락하여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연령별 통계를 보면 특이점이 눈에 들어온다. 고용률에서 가장 큰 하락을 보인 건 20대 여성으로, 5.7%의 하락율을 기록해 20대 남성의 3.7% 에 비해 상당히 높다. 여성 청년의 고용 상황이 가장 나쁜 거다.

 

반면 여성과 남성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유일하게 고용률이 상승한 건 60대 여성으로, 0.9%의 증가 폭을 보였다. 같은 연령대인 60대 남성의 고용률은 0.2% 하락된 수치라는 점과 비교해 봤을 때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그리고 산업별 취업자 현황을 보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취업자는 3.5% 늘었는데, 이는 운수 및 창고업의 2.4%보다도 높은 수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된 시기에 하필이면 노년층으로 분류되는 60대 여성의 고용이 증가하고,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고용이 증가했다.

 

“고령층의 일자리를 산업별로 보면, 10년 전에는 농림어업, 도소매업, 청소경비관련 직종을 중심으로 한 사업시설 및 사업지원서비스업의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요양시설, 복지관 등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간병인 등의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고용이 크게 늘었다.”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월간 노동리뷰 2016년 12월호, ‘2016년 고령층(55세~79세) 노동시장 특징’)

 

이러한 분석을 참고한다면, 60대 여성의 노동 인력이 어디에 고용되고 있는지 예측할 수 있다. 공공서비스로서의 돌봄노동인 거다.

 

감염병 시대, 돌봄 공백을 메우고 있는 노동자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젠더> 토론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이후 온갖 종류의 방문돌봄 서비스들이 중단되지 않을까? 서비스를 이용하던 노인과 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방문요양보호사나 활동지원사라는 직업이 전부 없어지는 게 아닐까? 염려 했지만, 서비스가 그냥 진행되고 있다는 걸 확인 후 놀랐다”고 말했다.

 

▲ 12일 열린 <코로나19와 젠더> 토론회에서 ‘감염병 시대의 돌봄노동’에 대해 발표 중인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출처: 한국여성단체연합


“요양시설의 경우, 개인공간이 부족한 구조인 곳이 많은데다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요양을 제공하기에 부족한 인력들이 훈련과 활동 경험도 부족한 상황에서 돌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방문돌봄의 경우에도 자가격리된 노인이나 장애인 활동지원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풀리지 않은 문제가 산재해 있다.”

 

그럼에도 ‘고용률 증가’에 기여한 수치로 기록되는 것 이외에, 이처럼 취약한 돌봄노동 실태는 좀처럼 논의되지 않고 있다. 양난주 교수는 “요양보호사 등 제도권 내 돌봄노동자들이 감염 우려 속에서도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현실도 지적했다.

 

거기다 돌봄노동 영역은 “2018년 기준 장기요양기관등록 요양보호사의 95%가 여성”일 정도로 젠더화되어 있다. “장시간 저임금 혹은 단시간 저임금 노동일 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며 경력도 인정받지 못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격리의 시대에 위험을 마주하면서도 돌봄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노동자들임에도 말이다.

 

돌봄노동을 ‘고용과 안전이 보장되는 좋은 일자리’로

 

코로나19 시대는 사적인 영역에서도 공적인 영역에서도 돌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사회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국가의 코로나19 정책은 ‘고용 유지’와 ‘소득 지원’에 집중되어 있으며 돌봄에 대해선 이야기된 게 거의 없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감염병 시대에 결코 중단할 수 없고 중단될 수도 없는 ‘돌봄노동’에 대해,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돌봄을 누군가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게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이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돌봄노동을 재분배 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공공서비스의 돌봄노동을 ‘누구나 전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고용과 안전이 보장되는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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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0/05/22 [19:52] 수정 | 삭제
  • 고령여성의 돌봄노동이 더 늘었다니 충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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