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도 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 광고에 화가 납니다

국가배상소송 제기한 일본 가정방문 요양보호사 후지와라 루카

가시와라 토키코 | 기사입력 2020/05/24 [09:38]

“주부도 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 광고에 화가 납니다

국가배상소송 제기한 일본 가정방문 요양보호사 후지와라 루카

가시와라 토키코 | 입력 : 2020/05/24 [09:38]

일본에서는 작년 11월 1일, 가정방문 요양보호사 3인이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의 원인이 사업소 측의 문제가 아니라, 요양보험 구조에 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관리 권한과 책임이 있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가정방문 요양보호사들의 형편없는 임금은 누구 탓?

 

요양보험이 만들어진 지 20년. 일본의 GDP 대비 사회보장비 비율은 국제기준에 비해 높지 않음에도, 최근 일본 정부와 국회는 사회보장비를 삭감하는 방향으로 요양보호법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 명의 요양보호사가 방문 요양 현장에서 노동조건이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 후지와라 루카 씨(1955년생)는 도쿄도 내 방문요양사업소에 등록된 요양보호사이자, ‘함께 요양을 배우고 독려하는 네트워크’ 대표이다. 일할 때의 모습.   ©촬영: 우이 마키코


이들이 문제로 꼽은 방문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실태는 다음과 같다.

 

1) 서비스 이용자의 급한 볼일이나 입원 등으로 일정이 변경되는 경우에 따른 노동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 2)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 취소로 인한 공백이 생겼을 때 급여를 보장받지 못한다. 3) 여러 군데 방문 시 이동시간이 노동시간에 산정되지 않는다. 4) 대기시간 및 보고서 작성시간은 노동시간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상황으로 인해 일본의 기업 평균임금이 33만 엔인 것에 비해 방문요양사들의 임금은 8만 엔에 불과하다. 이직률이 높고, 신규 진입하는 인력은 줄고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구직자는 점점 노령화되고 있다. 결국, 서비스 이용자들도 돌봄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인권침해도 발생하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요양 인력은 2035년에는 79만 명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소송을 가장 반긴 이들은 가족돌봄을 하는 사람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원고 중 한 명인 후지와라 루카 씨를 만났다. 후지와라 씨(1955년생)는 도쿄도 내 재가방문 요양사업소에 등록된 요양보호사로, ‘함께 요양을 배우고 독려하는 네트워크’ 대표이기도 하다. 저서로 <요양보호사는 봤다-세상 신기한 폭소! 노후 사례집>과 <요양보호사는 출장 접대가 아니다-재택 실태와 갑질>(겐토샤)을 펴냈다.

 

“요양보험이 탄생한 지 20년. 요양등급 1·2조차 요양보험에서 제외하려는 논의가 불거진 지금, 근본을 지탱하고 있는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후지와라 루카 씨는 방문 요양보호사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작은 체구지만 다부진 느낌을 주었고, 주위를 편안하게 하는 웃음과 따뜻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도 그의 말에는 패기가 느껴졌다.

 

“방문 요양보호사들은 이동시간이나 대기시간, 갑작스러운 이용자의 취소에도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죠. 이동시간만 따져도 연간 50만 엔을 받지 않고 일하는 셈이에요. 요양보험 제도 자체가 무상노동을 대대적으로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모든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이들이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에 가장 큰 반향을 보인 사람들은 요양보호사보다 오히려 ‘가족 돌봄’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고 한다.

 

방문 요양의 현장은 지금 심각한 인력 부족 상태. 병원에서 퇴원하고 싶어도 가정방문 요양보호사를 찾지 못해 퇴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양 인력 부족으로 한 달에 한 번밖에 목욕을 못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력 부족은 국가가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그 영향이 고령자나 주변의 가족 구성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죠.”

 

▲ 2019년 11월 1일, 국가배상 청구소송 고소장 제출 후 기자회견. 왼쪽부터 사토 쇼코, 이토 미도리, 후지와라 루카 씨  ©페민


요양보험 개정 때마다 ‘퇴보’…자원 봉사하라는 건지?

 

후지와라 루카 씨는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해서 장애어린이 수영 코치를 했었다. 겸할 일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어느 장애아동의 보호자가 가정방문 요양보호사를 추천했다. 그래서 당시 네 명의 어린아이를 키우며 서른다섯 살에 도쿄도 내 복지사무소의 공무원 요양사로 일을 시작했다.

 

그때는 요양보험이 탄생하기 전의 ‘조치시대’. 월급제였고,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바로 사무소에 알려 개선했다. 헌법과 복지를 공부한 것도 이 시기다.

 

“당시에는 목욕 돌봄을 할 수 없었어요. 교도소에도 주 2회 15분씩 입욕이 있는데 왜 고령자에게는 없느냐고 다그쳤죠. 그 후 의료진이 동석하여 목욕을 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0년 요양보험이 시행됨과 함께 퇴직하고 민간 사업소로 이직했다. 그러자 한때 500만 엔에 가까웠던 연간 수입이 150만 엔이 되었다.

 

요양보험이 ‘개정’될 때마다 불합리한 구조와 제약에 맞부딪혔다. 청소, 빨래, 요리, 물건 사기 등의 ‘생활 지원’은 2015년에 60분에서 45분으로 단축되었고(한 가지 지원에 15분으로 계산), 2018년에는 횟수 제한도 생겼다. “생활 지원은 자립 지원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국가는 말한다.

 

하지만, 이 일을 하다 보면 현장에서 갑작스러운 일이 일어나는 것이 다반사. 생활 지원만 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청소를 하러 갔지만, 이용자가 실금(소변이나 대변이 무의식, 또는 불수의로 배출되는 상태)을 했거나, 전날 끓여둔 국이 흘러넘쳐 있는 등등 말이다. 여기에 인간적으로 대응하다 보면 어느덧 근무시간 초과. 도대체 요양보호사들에게 자원봉사를 하라는 건지, 혹은 이용자들의 불편을 보고도 못 본 척하라는 건지….

 

“주부도 할 수 있습니다” 홍보 문구가 의미하는 것

 

일할 때는 뒤로 머리를 묶는다는 후지와라 씨는 요양보호사로서 자긍심이 높다. 요양보호사가 천직이냐고 물으니 고개를 옆으로 흔들며 이렇게 말했지만 말이다.

 

“원래 다다다다~ 말하는 타입이라 상대의 호흡에 맞추는 이 일은 안 맞아요. (웃음) 하지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방문 요양서비스 이용자의 80%가 인지증(dementia, 일본에서 ‘치매’라는 용어를 변경한 것)을 가진 고령자라고 한다.

 

“인지증 분에게 효과적인 것은 천천히, 초조해하지 않고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이 아닌 동작이나 표정을 읽어내는 것이죠. 어느 80대 인지증 여성은 우울 상태로 활기가 없었어요. 청소 일정으로 갔을 때, 냉장고 안에 시금치가 시들어 있어서 ‘물에 담가 둘까요?’ 했더니 아이들이 어렸을 때 참깨 무침을 해주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함께 절구를 찾고 하면서 굉장히 활기를 찾으시더라고요. 절구의 감촉, 참깨의 냄새, 까슬까슬한 소리… 깊은 곳에 축적되어 있던 오감의 기억이 문득 튀어나온 거예요. 하지만, 눈 깜짝할 새에 근무시간 초과죠.”

 

후지와라 씨는 요양보호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제도, 그리고 요양보호사의 일을 평가절하하는 사회에 대해 비판했다.

 

“요양보험으로는 이용자가 요양보호사와 함께 장을 볼 수 없어요. 건강이 좋지 않은, 과일을 좋아하는 이용자에게 감을 사서 가는 것도 계획에 잡혀 있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그러면 생활에서 점점 즐거움이 사라지고, 바깥에 나가지 않으니 고독과 고립에 빠지죠. 사람은 지역 안에서야말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잖아요. 요양보호사의 일은 이용자와 원래 그런 깊은 연결을 만드는 일인데, 이 일을 ‘주부도 할 수 있습니다’라며 얕잡아보는 식으로 홍보하다니 정말 화가 납니다!”

 

세계의 요양보호사들을 만나는 여행 기획 중

 

후지와라 루카 씨는 하루 500엔씩 저금해 ‘세계의 요양보호사를 만나는 여행’을 기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방문한 곳은 15개국. 요양을 이민자에게 맡기는 사회도 있고, 어디도 요양보호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는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북유럽의 요양보호사는 공무원 대우를 받고, 독일이나 네덜란드에서는 간호사와 대우에 차이가 없으며, 일본의 요양보험을 참고로 도입된 한국의 방문 요양보호사의 시급은 일본보다는 높다. 이탈리아의 로마나 벨기에 티볼리시의 요양보호사 파견의 목적에는 ‘고립, 고독을 막는다’와 ‘정신적 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전 세계의 노력을 들으면 위로가 되고, 해결의 실마리도 보입니다. 일본의 현장이 너무 심각하니까요. 국가 상대 배상소송에서 이겨 배상금을 받으면, 세계 일주하며 요양보호사들을 만나러 갈 겁니다!”

 

*편집자 주: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가시와라 토키코 기자가 작성하고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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