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점의 ‘혐한’ 책들, 오락으로 소비되는 혐오

중장년 남성이 주 독자…표현의 자유니까 괜찮다?

구리하라 준코 | 기사입력 2020/06/13 [18:01]

일본 서점의 ‘혐한’ 책들, 오락으로 소비되는 혐오

중장년 남성이 주 독자…표현의 자유니까 괜찮다?

구리하라 준코 | 입력 : 2020/06/13 [18:01]

일본에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내세우는 일명 ‘헤이트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책들이 서점에 진열되기까지의 구조와 원인을 분석한 책 『나는 서점을 좋아했습니다-넘쳐나는 헤이트 책, 만들어 팔기까지의 무대 뒤』가 나와 화제다.

 

지난 2월에 열린, 『나는 서점을 좋아했습니다』의 저자 나가에 아키라(永江朗) 씨와 게스트를 초청한 북토크의 리뷰를 싣는다.

 

▲ 『나는 서점을 좋아했습니다-넘쳐나는 헤이트 책, 만들어 팔기까지의 무대 뒤』 출간 기념 북토크에서 저자 나가에 아키라 씨(왼쪽)와 일본 국적의 자이니치 2세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 씨(오른쪽)  ©페민 제공


도쿄에 있는 서점 ‘교분칸’이 주최하고 나가에 아키라 작가와 초청 게스트가 대담하는 3회에 걸친 북토크가 열렸다. 마지막 회의 게스트는 부모가 자이니치(재일조선인)이고, 본인은 일본 국적을 취득한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深沢潮) 씨다.

 

일본 국적을 취득하기 전, 즉 한국 국적으로 살았던 시절에 취업 시장에서 차별을 경험했던 후카자와 우시오 작가는 “저는 슬프게도 차별에 내성이 있지만, 당사자(재일조선인)들이 헤이트 책에 대해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공포입니다”라고 말했다. 후카자와 씨는 “이런 책들이 서점에 놓여 있고, 팔리는 세상에 절망을 느낍니다”라고 덧붙였다.

 

『나는 서점을 좋아했습니다』를 쓰면서 서점, 출판유통사, 출판사 등을 취재한 저자 나가에 아키라 씨는 서점에 진열되는 책 대다수가 서점 측에서 주문하는 게 아니라 출판유통업자들로부터 자동으로 보내져 오는 것이라는 업계의 사정을 밝혔다. 독자 중에는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되어 놀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작가인 나가에 씨와 후카자와 씨는 전에 비해 업무가 바빠지면서 출판유통업자들이 보내온 책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진열하는 서점 직원들의 상황을 동정하면서도, 다른 방식을 취하는 곳들도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혐오를 담은 책을 받지 않는 서점들, 혹은 헤이트 책에 대항하는 내용의 책을 옆에 놓아서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서점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점 측에서 나름 균형을 잡고자 다른 주장을 하는 책이나 혐오에 반대하는 책을 옆에 진열한다 해도, 헤이트 책에 대한 큰 대항마가 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헤이트 책들이 사람들 손에 쉽게 닿는 진열대 위에 올라오는 배경에는 팔리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팔고 싶어 하는 출판사, 서점의 어려운 경영 상태, 혐한을 용인하는 일본 사회의 문화 등 여러 곳에 문제가 있다.

 

▲ 나가에 아키라 작가가 쓴 『나는 서점을 좋아했습니다-넘쳐나는 헤이트 책, 만들어 팔기까지의 무대 뒤』(다로지로샤 에디터스)


작년 9월, [주간 포스트](쇼가쿠칸)가 “한국 따위 필요 없다”라는 특집을 냈을 때, 이 주간지에 기고하던 후카자와 우시오 작가는 잡지가 혐오를 선동하는 것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연재를 중단했다. “‘화를 억누르지 못하는 한국인’이라는 내용이 문제였습니다. 한국인들이 표출하는 정당한 분노에 대해 그 원인 제공을 한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지 않고, 그저 화를 잘 내는 국민이기 때문이라는 말로 무효화시키는 것이죠.”

 

헤이트 책을 사는 사람은 주로 중장년의 남성들이다. 나가에 아키라 씨는 “역사연구는 항상 갱신됩니다. 일본뿐 아니라 어떤 사회에도 낡은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있죠. 그것을 메꾸는 것이 저널리즘의 책임일 텐데, 일본은 출판사를 포함해 저널리즘이 약합니다”라고 지적한다.

 

후카자와 우시오 씨는 “70대 정도의 일본 남성들은 (제국주의 침략과 전쟁범죄에 관한) 일본의 가해자성에 대한 이야기를 싫어합니다. 전쟁에 나갔던 부모들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분석한다.

 

후카자와 씨는 “자이니치(재일조선인)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입장인 사람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차별이 오락적으로 소비되는 상황이 없어지기를 바라지만, 일본은 워낙 경제지상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절반쯤은 포기했어요”라고 말하면서도,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놓치는 않았다.

 

“한국의 페미니즘 소설 등이 일본에서 팔리는 등 변화의 조짐은 있습니다. 일본의 문학은 ‘정치적 올바름’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한국 문학은 ‘올바름’을 있는 그대로 표현합니다. 일본의 가치관과 다른 것들이 밖에서 들어와서 안을 변화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나가에 작가는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상황에서도 사회에 배타주의적인 언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간토대지진(1923년 간토 지방에 발생해 수많은 사망자를 낸 지진으로,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루머가 번지면서 일본 곳곳에서 조선인에 대한 학살이 자행됐다)이 다시 일어난다면, 또다시 제노사이드(대학살)가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헤이트 책을 ‘표현의 자유’니까 허용해도 되는 것일까요?”라고 물었다.

 

저자는 『나는 서점을 좋아했습니다-넘쳐나는 헤이트 책, 만들어 팔기까지의 무대 뒤』를 통해 헤이트 책을 더이상 만들어내지 않으려면 일본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의식과 책임이 요구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편집자 주: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구리하라 준코 기자가 작성하고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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