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X장애X여성 문제는 ‘복합차별’에서 온다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 사회”를 요구하는 여성장애인들

사사키 사다코 | 기사입력 2020/08/29 [16:08]

코로나X장애X여성 문제는 ‘복합차별’에서 온다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 사회”를 요구하는 여성장애인들

사사키 사다코 | 입력 : 2020/08/29 [16:08]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영향은 다른 재난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약한 입장에 놓인 사람에게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일본에서는 지난 4월, 장애인이자 여성으로서 사회적으로 ‘복합차별’을 당하는 위치에 놓인 장애여성들이 정부에 <여성장애인에 대한 시책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 DPI 여성장애인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사사키 사다코(佐々木貞子) 씨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장애인으로서, 여성으로서 겪는 ‘복합차별’에 주목

 

일본 DPI 여성장애인 네트워크는 장애가 있는 여성들의 자립을 촉진하고 우생보호법(강제불임 조항 등)을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1986년, 당사자들이 중심이 돼 발족한 느슨한 네트워크 조직입니다. 그동안 여성장애인에 관한 바람직한 법률과 제도,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내외 과제에 주력해왔습니다. 

 

▲ 일본 ‘DPI 여성장애인 네트워크’는 복합차별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장애여성의 여러움을 사회적으로 가시화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사진은 정례모임.   © 사사키 사다코 제공


2011년에는 장애인임에 더해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사회적으로 가시화하고자 전국의 동료들 87명의 생생한 목소리를 수집하고 정책을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로 이듬해 <장애가 있는 여성이 겪는 생활의 어려움>이라는 제목의 ‘복합차별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복합차별 실태조사에서는 다수의 성적 피해, 불안정한 경제 상황, 돌봄의 부족, 부정되기 쉬운 성과 생식의 권리, 본인이 의사와 상관없이 과도하게 떠안게 되는 가사노동과 육아, 그리고 가족 돌봄의 부담 등의 실태가 명백하게 밝혀졌습니다.

 

장애인 차별과 여성 차별이 얽혀 정책의 골짜기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복합차별’이 우리의 삶에 어려움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동일본대지진 등의 재해 시, 그 어려움이 더욱 커져서 덮쳐온다는 사실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우생보호법이 모체보호법으로 교체된 후에도, 장애가 있는 사람을 ‘열등한 존재’로 간주하는 우생사상이 뿌리 깊은 이 사회에서 여성장애인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는 드러나지 않은 채 묻혀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장애여성들의 요구서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DPI 여성장애인네트워크 회원들과 주변인들이 겪는 여러 문제들이 불거지고 불안의 목소리가 단체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 DPI 여성장애인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필자 사사키 사다코 씨.  ©필자 제공


우리는 장애여성의 생명과 생활이 경시되지 않도록, 4월 30일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에 따른 여성장애인의 권리와 생활 유지에 관한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➀가정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있어서 장애를 가진 피해자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②돌봄을 비롯하여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뒷받침하는 서비스는 불가결한 지원으로서 유지되어야 한다. 철저한 감염 예방과 돌봄 노동자에 대한 충분한 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 

➂장애, 성별, 연령 등 환자의 특성에 따라 검사와 치료가 선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의료체제를 정비, 확충해야 한다.

➃긴급사태 중에도 성적 재생산 건강/권리에 관한 서비스는 불가결하므로, 여성장애인들이 차별을 당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➄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정보의 접근성에 유념하고 정보 격차를 없애야 한다.

➅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과 그로부터의 회복에 관한 정책 토론의 장에 각 분야의 당사자를 참여시키고, 특히 ‘복합차별’의 관점을 가진 여성장애인을 포함해야 한다.

 

2011년 복합차별 실태조사에서 어느 뇌성마비를 가진 여성이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을 때, “자궁을 들어내면 낫는다”는 의사의 말에 “아이를 낳고 싶다”고 대답하자 의사가 너무 놀라는 걸 보고 큰 상처를 받았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여성은 아이를 출산할 일이 없을 거라는 의료진의 선입견에, 질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방침이 좌우되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선별치료에서 밀리지 않을까, 가정폭력 위험도 커져

 

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선 들려온 목소리는 돌봄 지원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돌봄은 사람과의 접촉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돌보는 사람으로부터 바이러스를 옮거나, 돌보는 사람에게 옮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방역 대책을 세워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만약 감염될 경우, 의료기관이나 임시 거처에서 케어를 받을 수 있을까, 그 이전에 입원이나 입소를 거부당하지 않을까, 의료진이 내 장애를 이해하고 적절한 대처를 받을 수 있을까, 트리아지(치료 우선도 선별)마저 일어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결코 안심할 수 없습니다.

 

또한, 외출 지원과 가사 지원 등 비교적 단시간의 돌봄을 받고 있는 시각장애 여성이나 지적장애 여성들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감염이 두려워 활동지원사 파견 시간을 줄인다든지, 담당자가 그만둬 식자재를 전혀 구하지 못하는 경우마저 있습니다.

 

집에 머물거나, 시설이나 병동에 있는 사람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봉쇄한다는 대책이 취해졌지만, ‘머물러 있는 곳’이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깥으로부터의 시선이 닿지 않기 때문에 환경이 악화되는 밀실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장애여성은 수입과 돌봄을 가족에게 의존할 수밖에 경우가 많아서 가정 내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이 있습니다.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여성은 일상에서 가족을 돌보는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고, 마스크나 소독 등의 위생용품과 식료품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구비하는 등의 책임을 맡게되는데, 장애로 인해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이 마치 장애여성의 잘못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면서 가정폭력의 원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현실입니다.

 

한편, “파트너가 무관심해서 감염을 예방할 수 없는 것도 가정폭력”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되었습니다. 장애여성의 파트너가 지배권을 갖고 있는 가정에서는 당사자의 생각대로 감염 대책도 세울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소에도 장애가 있는 가정폭력 피해자는 장소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 상담을 받기도 쉽지 않고, 폭력피해여성을 위한 쉼터 등에 들어가기도 어렵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하에서는 가정폭력 문제가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 일본 DPI 여성장애인 네트워크가 6월 개설한 사이트 https://dwnj.chobi.net (한글 번역 버전)


DPI 여성장애인네트워크는 더욱 폭넓게 여성장애인들의 경험을 수렴하고자 6월 1일 <코로나 사태/여성장애인의 목소리> 사이트(https://dwnj.chobi.net)를 개설했습니다. 여기에 모인 목소리를 몇 가지 소개합니다.

 

-한 활동지원사 파견 사업소에서 장애여성의 행선지가 ‘밀접 접촉지역’에 해당한다며, 활동지원 의뢰를 메일로 일방적으로 거부했다.

-코로나 치료 과정에서 장애로 인한 심신의 특징이 이해되고 있는지 불안하다. 장애인은 약의 효과 등이 일반적인 경우와 다를 수도 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인공호흡기와 ‘위 조루’(복벽을 통해 위에 인공적으로 구멍을 만들어 주는 일) 관련 도구의 재고가 없을 경우 구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

-지자체에 따라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해 전화만, 혹은 전화나 팩스 상담창구만 열어두는 경우가 있다. 청각장애인, 그리고 집에 팩스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코로나라는 암흑이 언제 밝아질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누구도 방치하거나 남겨두지 않는 사회를 위해 장애여성들의 입장에서 계속해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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