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야말로 “사후피임약을 약국에서”

일본에서 십대여성 임신 증가, 정책적 전환 필요성 제기

가시와라 도키코 | 기사입력 2020/10/29 [13:17]

코로나 시대야말로 “사후피임약을 약국에서”

일본에서 십대여성 임신 증가, 정책적 전환 필요성 제기

가시와라 도키코 | 입력 : 2020/10/29 [13:17]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에 따라 휴교 조치가 내려진 3~4월경부터, 십대들의 임신과 피임에 관한 상담이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2.7배나 늘었다. 젊은 세대에게 성에 관한 지식을 보급하고 상담하는 단체 ‘필콘’은 그 이유에 대해, 휴교의 영향으로 성행위 기회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 중학교에서 ‘성교’나 ‘피임’에 관해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을 배경으로 분석했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십대 여성들에게 사후피임약이 절실하지만, 그에 관한 정보와 접근성이 떨어져서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후피임약을 구입하려면 처방전이 필요한 한국의 현실에서도 매우 중요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 시대 임신 위기를 포함해 여성들이 당면한 성과 재생산의 문제, 그리고 ‘#사후피임약을 약국에서‘ 운동 소식을 전한다. [편집자 주]

 

▲ ‘사후피임약의 약국 판매를 실현하는 시민 프로젝트’(kinkyuhinin.jp) 홈페이지

 

사후피임약은 의사 처방 없이, 싸게 구할 수 있어야

 

사후피임약은 성행위 후 72시간 이내에 약을 복용하면 높은 확률로 임신을 막을 수 있는 ‘응급피임약’이다. 일본에서 성건강에 관한 담론과 환경을 바꾸고자 활동을 시작한 ‘#왜없어 프로젝트’(관련 기사 http://ildaro.com/8486)와 필콘은 공동으로 지난 5월 11일부터 20일까지, 코로나 감염 확산 상황에서 의도치 않은 임신 상황과 사후피임약에 대한 접근성 관련한 조사를 실시했다. 1,545명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조사에 따르면, ‘의도하지 않은 임신에 대한 불안에 직면했다’는 사람은 116명, 그 중 약 30%는 일본에서 ‘주류’ 피임법인 남성용 콘돔 문제라고 응답했다. 먹는 피임약인 저용량 필을 코로나로 인해 구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10%였고, 파트너를 포함한 상대 남성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답변은 11.2%에 이르렀다.

 

또한, 코로나에 의한 ‘배우자의 스트레스가 쌓여 성행위를 거절할 수 없었다’(30대),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어 원조교제를 했다, 파파활동(인터넷 드라마 제목으로 원조교제 상대를 구하는 것을 뜻함)을 했다’(10대) 등의 답변도 보였다.

 

그런데 실제로 임신 불안을 안고 있는 사람 중, 사후피임약을 구한 사람은 17.2%에 불과했고 32.8%는 약 구하기를 포기했다. 포기한 이유는 ‘값이 비싸서’(55.3%)가 제일 많았다. 일본에서 응급피임약을 처방받으려면 최소 6천 엔부터 2만 엔(약 22만 원)까지 비용이 든다. 십대 여성들이 감당하기에 힘든 금액이다.

 

사실 사후피임약은 “모든 여성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으로, 의학적 관리 하에 둘 필요가 없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약이다. 다른 많은 나라에서는 편의점 및 약국 등에서 팔고 있고, 의사의 처방전 없이 손쉽고 저렴하게(수백 엔부터 5천 엔) 살 수 있다.

 

일본에서는 작년 7월 의료인이 약제사 연수를 받고 3주 후부터 진료한다는 조건으로, 초진에서 사후피임약 ‘온라인 진료’가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이 개정되었다. 그리고, 올해 4월부터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한시적 특별조치로서 그 요건도 더 완화되었다. 하지만, 필콘과 ‘#왜없어 프로젝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온라인 진료에 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겨우 33%였다.

 

일본 의료인들 사이에서는, 사후피임약을 구하기 쉬워지면 ‘안일한 성관계가 늘어난다’는 편견이 뿌리깊게 박혀있어서 굳이 사후피임약에 관한 정보를 알리거나 권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6월 17일, 필콘 등이 주최한 스터디가 국회에서 열렸다. 여기서 산부인과 의사인 엔미 사키코 씨는 “의료진이 눈앞의 여성을 판단할 권한이 있을까?”라고 문제 제기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든 세계 표준의 방식과 가격으로 사후피임약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적절한 정보와 지원을 받아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행사 주최 측은 ‘사후피임약의 약국 판매를 실현하는 시민 프로젝트’(kinkyuhinin.jp)를 설립했으며, 7월 21일에 후생노동성 장관 앞으로 <사후피임약에 대한 접근성 개선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약 6만7천 명의 서명과 함께 제출했다.

 

[임신으로 당혹스러워하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편지]

 

코로나19 감염 확산 상황에서 십대들의 원치않는 임신에 대한 불안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24세의 한 여성이 일본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 기고한 수기를 공개한다.

 

▲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네덜란드 단체 Rutgers에서 제공하는 시각적 이미지 https://rutgers.international


<일본 학교에서 휴교 조치가 취해진 외출 자숙기간 중에 “중고생으로부터의 임신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학교가 휴교에 들어가고, 집에 있기에도 어려운 소녀들이 임신을 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었죠.

 

감염병 사태로 사회가 혼란에 빠지고 그냥이라도 큰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 ‘나는 임신을 한 게 아닐까’, ‘아기, 어쩌지…’ 하는 불안으로 괴로워하는 소녀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십대 여성들이 너무 어렵고 무거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니, 그 심정이 어떨지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그중에서 임신중지를 선택하는 사람이 적지 않겠죠. 그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괴로워하는 여성이 늘어나지 않았으면 해서 적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여성이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단을 한다 한들, 결코 그 선택을 타인에게 비난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자기의 몸에 대한 결정을 했다.’ 그것뿐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존엄한 아기의 생명을 빼앗아도 괜찮은가?’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죠. 그렇지만 저는 묻고 싶습니다. 그 아기가 머물러 있는 곳이 당신의 몸입니까? 아니죠, 타인의 몸입니다. 지금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은 당신이 아닙니다.

 

마취제를 쓰지 않고, 수술 도중 눈을 뜨게 하는 의사

 

일본에서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이 임신중지를 위한 수술을 받을 때, 마치 벌을 주듯이 마취제를 쓰지 않거나 수술 도중에 눈을 뜨도록 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저는 재작년, 동의하지 않은 성교에 의해 임신했고, 임신중지를 선택했습니다. 그때 제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가 딱 그랬습니다. 인터넷상에서도 같은 경험을 한 많은 여성의 목소리를 발견했습니다.

 

병원은, 가정은, 그리고 ‘타인들의 눈’은 여성이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한 것,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는 것, 혹은 임신중지를 하는 것, 그 모든 것을 질책합니다. ‘섹스를 한 여성에게 잘못이 있다’고, ‘자신을 소중히 하지 않으니 그런 일을 당했다’고.

 

여성들은 있는 힘껏, 임신 상황을 마주해 마음을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이 사회에서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는 경험을 질릴 정도로 겪고 있습니다. 과연, 다음 섹스에서는 갑자기 ‘자신을 소중히’ 할 수 있다고, 정말 믿고 있는 걸까요?

 

‘임신을 한 이상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하다, 임신중지 같은 건 있을 수 없다’고요? 사람마다 사정이 다른데, 한 번 임신을 하게 되면 더이상 그녀의 인생은 없나요?

 

알려진 바, 임신중지는 여성 서너 명 중 한 명이 경험하는 일입니다. 살기 위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여성에 대해서 사회 전체가 들러붙어 공격을 멈추지 않습니다. 마치 범죄자를 대하듯 합니다.

 

선택, 당신이 몸은 당신의 것

 

생명이 존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상실해도 될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눈앞에 살아 있는 여성에게 ‘네 몸이 중요해’라고 말해주지 못할까요. 왜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나요? 학교의 성교육은 원치 않는 임신의 무거운 죄책감과 공포보다 “네 몸은 너만의 소중한 것”이라고 먼저 가르쳐야 했습니다.

 

▲ 임신중지는 코로나19 여파로 우선 순위가 떨어질 위험이 있는 의료 서비스 중 하나다. 자궁에 삽입하여 임신중지를 유도하는 Ipas MVA를 판매하고 있는 DKT WomanCare 팜플렛. https://dktwomancare.org

 

임신중지를 경험한 저는 이제 전과 다릅니다. 오랫동안 ‘전부 내 잘못이야’, ‘무서운 짓을 저질렀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저 역시 누군가에게 소중히 여겨져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회의 성차별적 가치관에 짓눌려진 한 명이다’, ‘내 몸의 결정권은 내가 가져야 한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 임신해서 당혹스러운 분, 아이를 낳기로 한 분, 그리고 임신중지를 선택한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잘못하지 않았어요. 사회는 여성이 ‘자기 몸의 결정권’을 일생 동안 단 1초도 내팽개치지 않아도 되도록, 당신을 도와야 합니다. ‘내 몸에 대해 결정’한 일 때문에 누구로부터도 질책당하지 않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든 자기를 응시하고, 스스로를 제일 사랑해도 괜찮아요. 안타깝지만 누구도 당신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해줄 수는 없습니다. 대신해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이 당신의 편이 될 겁니다. 무슨 말을 듣든 당신 편이 누구인지. 신뢰할 수 있는 상대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하고 가급적 정직한 마음으로 이야기해보세요.

 

시간은 걸리겠지만, 반드시 당신 스스로가 당신 마음을 낫게 할 거예요. 지금은 슬픔의 밑바닥이어도, 살아갈 기력이 샘솟지 않아도 괜찮아요. 자기를 책망해도, 분노로 자기를 잃어도 괜찮아요. 하지만, 인간에게는 누군가와 아픔을 공유하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서로 북돋우는 능력이 있습니다.

 

당신은 이전과 다르지 않게 행복해져야 할 존재입니다. 괜찮아요, 살아주세요.

당신의 몸은 당신의 것.>

 

-이 기사는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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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0/12/02 [08:49] 수정 | 삭제
  • 사후피임약 임신중단약 모두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 2020/11/08 [13:26] 수정 | 삭제
  • 아무나 살수 있다면 부작용이 심할수있다고 생각하시는건 사후피임약을 구매해본적이 없다는 반증입니다. 지금도 아무나 살수 있기 때문이죠. 단지 비싸고 번거로울뿐. 병원가서 무슨일로 오셨나요? 물어보는 의사에게 사후피임약이요. 하면 더 묻지도 따지지도 별다른 주의사항이나 복용법 설명도 않고 바로 처방전 받을수 있습니다. 대략적인 복용법 설명은 약국에서 약사가 해줍니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의사의 의학적 지식이 개입됩니까? 무슨 어른한테 구매 허락맡는것같은 기분밖에 안들던데요. 병원가서 의사대면하고 "무슨일로 오셨나요?" "사후피임약요." "아, 네." 3초밖에 안지났는데 그것도 진단이고 처방전이랍시고 병원비 뜯기고 대기시간 버리고.. 그리고 토요일에 일생겨서 다음날 일요일에 먹어야하면, 병원도 약국도 문닫았는데 어디서 구하나요? 이 약은 하루이틀이 급한정도가 아니라 한시가 급한 약입니다.
  • 사르휘 2020/11/05 [21:39] 수정 | 삭제
  • 일반인입니다. 제의견은 아무데나 살수 있다면 부작용이 심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방전 혹은 다른 서류 이런것들을 간소화 하는것에는 찬성이지만 무조건 살수 있다는건 그약의 기능을 아시는 분이라면 결코 찬성하시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무분별한 구매는 막을 필요가 있는 약입니다.
  • ㅇㅇ 2020/11/04 [16:59] 수정 | 삭제
  • 일본도 답이 없구나 ㅠㅠ
  • maga 2020/11/01 [10:41] 수정 | 삭제
  • 사후피임약은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 TAUA 2020/10/29 [21:01] 수정 | 삭제
  • 진짜 사후피임약은 하루가 급한데 의사 처방전 받게하는 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약국에서 살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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