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돌보는 요양보호사, ‘자기 돌봄’은 어떻게?

<일-돌봄-연대에 관한 청년여성들의 질문> 중년여성 요양보호사에게 묻다

이지구 | 기사입력 2020/12/08 [16:55]

노인 돌보는 요양보호사, ‘자기 돌봄’은 어떻게?

<일-돌봄-연대에 관한 청년여성들의 질문> 중년여성 요양보호사에게 묻다

이지구 | 입력 : 2020/12/08 [16:55]

*기자단은 7월,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진행하는 “페미니스트, 노동을 말하다” 기획을 통해 만났다. 각자의 위치와 상황 속에서 ‘일’하며 보고 들었던 경험을 토대로, 우리 사회에서 ‘노동’을 이야기할 때 배제되는 사람들이 누구이며 삭제되는 관점이 무엇인지 묻고 논의했다. 그리고 우리의 문제의식을 함께 풀어낼 수 있는 여성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듣고 기록했다. “일-돌봄-연대에 관한 청년여성들의 질문”은 그렇게 탄생한 여덟 편의 기사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페미니스트, 노동을 말하다” 기자단]

 

충분한 수면과 휴식, 규칙적인 식사, 주기적인 운동과 여행, 교양과 개성적인 취미 등은 건강한 삶과 ‘자기 돌봄’을 생각하면 쉽게 떠오르는 것들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늙어서도 자신의 삶을 즐기며 이렇게 살아가기를 원하겠지만, 실제로 가능한 사람은 많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노동을 통해 생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건강과 돈, 정신적·심리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꾸준히 자기 돌봄을 할 수 있는 조건들을 고민하다가 노년에 접어드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여성들은 어떻게 자기 돌봄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특히 타인을 돌보는 일을 업으로 삼아 일하면서도 스스로의 삶은 충분히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중년여성 요양보호사의 삶이 내게 가장 모순적으로 다가왔다. 아픈 노인들을 돌보며 그들이 죽는 순간까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우면서도 정작 자기 돌봄을 하기는 어려운 노동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요양보호사를 인터뷰해서 자기 돌봄에 필요한 조건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했다.

 

▲ 요양보호사 종사 현황. (2019 보건복지부 장기요양 실태조사 결과 발표자료 중 일부 편집)

 

혼자 생계를 부담하며 10년째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양은경 씨(가명)를 만났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그가 오히려 열심히 자기 돌봄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은경 씨는 안정적인 사회적 상황이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삶을 돌보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토록 적극적인 형태의 자기 돌봄은 내가 이전까지 알고 있던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연 자기 돌봄의 의미는 무엇일까? 양은경 씨는 어떤 상황과 생각 속에서 자기 돌봄을 하게 된 걸까? 이 기사는 이런 질문들에서 출발했다.

 

8시간 근무에 새벽기도, 강아지 산책, 영어공부, 등산, 소모임…

 

올해 61세인 양은경 씨는 하루에 8시간을 근무하면서도 새벽 5시부터 저녁 늦은 시간대까지 하루를 밀도 높게 채워 보내고 있었다. 그는 거의 예외 없이 패턴화된 일상을 보낸다.

 

“이제 새벽에 한 5시쯤에 교회를 갔다 와요. 새벽기도 드리려고. 그리고 갔다 오면 한 6시 정도가 되는데 그때 강아지를 산책을 시키면서 저도 이제 운동을 해요. 집에서 8시 반쯤에 나가서 일하고 들어오면 저녁 6시가 되고요. 그럼 집안일을 좀 잠깐 해놓고. 가끔 시간 나면 성경책도 보고, 또 수요일하고 금요일 날은 저희가 저녁 예배가 있어요. 목요일 날은 오늘처럼 영어 동아리에 가고. 잘은 안 되지만 젊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가지고 조금씩 배우고 있어요. 가끔 일 조금 일찍 끝나면 산에 가기도 하고. 사무실에 화장품 소모임, 등산 소모임, 뭐 영화 보거나 사우나 가거나 그런 소모임이 몇 개 있어서 코로나 이전에는 그런 것도 했어요.”

 

그는 요양보호사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렇게 바쁜 일상을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40대 초반 남편의 사업 부도와 이후의 계속된 병간호로 혼자 생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 후 정년 없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직업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다. 그의 앞에 많은 선택지가 놓여있지는 않았다. 40대 여성이 아이를 돌보며 병행할 수 있는 일 중 가사 간병 도우미가 있었고, 그렇게 시작된 일은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방문요양 돌봄 노동으로 이어졌다. 

 

▲ 요양보호사 양은경 씨가 대상자 어르신 집에 방문하여 산책을 도와드리고 있다.

 

몇 달 전 남편과 사별한 후부터 그가 체감하는 부담의 정도는 더욱 커졌다. ‘정상적인’ 가족 중심의 사회에서 남편이 없는 60대 여성이 홀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언가 ‘결핍’된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후 꾸준히 ‘일할 수 있는 몸’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은 양은경 씨의 ‘자기 돌봄’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저 같은 경우는 끝까지 건강해야 제가 벌어서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 뭐 예를 들면 남편이 있어 가지고 어느 순간에 나는 잠깐 일 안 해도 되고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나는 이제 내 생계를 감당해야 되니까. 지금 우리 사무실에 가장 나이 많은 언니가 71살이에요. 제가 이제 그 언니를 보면서 앞으로 10년, 저 언니처럼 내가 건강하면 저 나이에도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거다, 이렇게 생각을 해요. 지금부터라도 내 노후대책을 세워야 하니까.”

 

적절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대상자 맞춤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재가방문요양 일의 특성상, 한 대상자를 꾸준히 돌보는 것은 돌봄 제공자와 대상자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타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우선시하며 정서적·감정적 유대를 필요로 하는 돌봄 노동의 현장에서는 희생이나 헌신을 요구받는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업무 관련 매뉴얼이 있지만 여전히 집에 방문한 손님에게 커피를 타다 주는 일, 김장 김치를 담그는 일, 보호자의 무례한 언행 등을 마주해야 한다. 노동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그만두면 다시 새로운 대상자의 생활 패턴에 적응하느라 초기 한두 달 노동강도가 더욱 높아진다.

 

이 때문에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신체적 건강은 물론, 자신의 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된다. 성향이 모두 다른 어르신들을 하루에 세 분 이상 만나는 양은경 씨는 매일 각 대상자에게 맞춤 돌봄을 제공하는 일에 있어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종교에 의지하는 것은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그가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도 다음날 이른 새벽부터 매일 교회로 나서는 이유다.

 

“내가 이제 정신적으로 안 좋거나 우울하거나 그러면 힘들어요. 사실은 현장에서 대상자를 만나면 좋은 일보다 힘든 일이 더 많아요. 근데 내가 하루를 그렇게 아침에 가서 기도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십자가 바라보고 울고 그렇게 정화시키지 않으면, 그 나한테 있는 스트레스를 그대로 가지고 가면 거기(일)에 영향을 주잖아요. 그러니까 어찌 보면 대상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나가서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하고. 그래서 종교적인 거에 많이 의지를 하고 그게 또 힘이 되고 그래요.”

 

최저임금도 받기 어려운 일, 건강관리는 노동자 몫

 

양은경 씨의 말처럼 꾸준히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의 노동을 관리하는 사무실에서는 노동자의 건강관리를 위한 별도의 지원을 하지 않는다. 경력을 반영한 임금 인상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안정적인 수입원을 마련해주지도 않는다. 공단에서 요양보호사에게 임금이 지급될 때 일정 부분은 사무실에서 가져가는 데다가, 사무실 자체의 운영비를 마련해야 한다며 요양보호사들에게 월별 회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양은경 씨가 느끼기에 사무실의 재정 상황은 늘 좋지 않아 보인다.

 

“항상 이렇게 보면 사무실에 돈이 없어. 항상 힘들어, 우리가 이렇게 보면. 그러니까 우리가 임금 인상 같은 거를 요구 자체도 안 하는 거지. 그리고 또 우리가 잘 몰라. 이렇게 사무실 돌아가는 그런 거를. 그러니까 그냥 우리가 따질 것도 없고 그러니까 넘어가고, 넘어가고 그냥… 그렇게 하다보니까. 뭐 우리가 요구를 한다고 해서… 사무실이 어렵다고 그러면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야기 안 하지.”

 

이는 사회서비스 바우처 수가의 낮은 인상률과 연관된다. 사회서비스 제공 기관들은 돌봄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4대 보험, 연차수당, 퇴직금은 물론 사무실을 운영하기 위한 관리비도 수가 범위 내에서 책정해야 한다. 최저임금 대비 적정 수준의 수가가 책정되지 않으면, 기관들은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적자 운영을 회피하게 된다.

 

▲ 요양보호 종사자 대상 인식조사 결과 중. (2019 보건복지부 장기요양 실태조사 결과 발표자료에서 일부 편집)

 

방문요양 돌봄 노동은 자녀를 돌봐야 하는 중년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건강하다면 정년이 보장되는 몇 안 되는 일자리였지만 수입은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률에 좌우된다. 2021년 최저임금은 8,720원으로 인상률은 역대 최저 수준인 1.5%이다. 하지만 수가 중 75%가 인건비로 책정되는 현 바우처 사업 지침을 고려할 때, 적절한 수가 인상이 없이는 이마저도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저희 나이에 어디 가서 취직을 하겠어요? 취직 못하잖아요. 보통 우리끼리 만나면 통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우리가 맨날 똥 치우는 일이라고 그래요. 우리 똥 치우는 일 한다고. 그래도 우리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일하냐 그렇게 말해요. 이 일은 또 정년이 없잖아요, 내가 건강하면. 처음에 여기 상담 왔을 때부터 내가 그만두지 않으면 끝까지 할 수 있다고 해서 그래서 여기를 선택하고 여기 직장을 온 거예요. 어디 가서 내가 이 나이에 그래도 이렇게 일을 좀 만족스럽게 할 수 있겠어요. 어디 가서 못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을 되게 좀 즐겁게 하려고 많이 생각을 하고 일을 해요.”

 

내가 돌보는 노인처럼 될까 봐 두렵다

 

‘정상가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혼자 사는 중년여성의 사회적 위치는 필연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홀로 지탱해야 하는 삶’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은 비단 금전 문제만이 아니었다.

 

노동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대상자들이 대부분 아픈 노인이라는 사실은 은경 씨가 더 열심히 건강을 위한 자기 돌봄을 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거나 극단적인 생각을 자주 표현하는 대상자들을 보며 그는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되게 좋으신 분이었어요. 치매가 전혀 없었는데… 지난 주부터 갑자기 누가 물건을 훔쳐갔다고 자꾸 이야기하고. 치매가 있으신가 하고 보건소에 한번 시간 내서 같이 검사하러 가보자고 했더니 소리를 지르면서 치매 이야기 하지도 말라고 그러시는데. 그냥 아 하루아침에 저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막 드는 거예요. 그런 게 이제 좀 두렵기도 하고… 최대한 내가 내 건강 지켜서 치매에 걸리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다 보니까 뭐라도 계속 배워보려고 영어도 하게 되고. 운동하려고 집에서 자전거도 막 타고 그래요.”

 

아픈 사람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는 사회에서 치매는 생계의 위협은 물론, 인정하기도 힘든 ‘두려운’ 상황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나약하고 의존적이게 되는 생의 어떤 순간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그의 자기 돌봄을 절실하게 만들었다. 매일 아픈 노인들을 마주하는 양은경 씨가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을 물었을 때 그는 곧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일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치매는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뭐든 병은 안 걸리고 그러면 좋은데 그건 살면서 어쩔 수가 없잖아요, 나이를 먹어 가면. 그런데 치매는 어떻게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또 우울증도 마찬가지고. 성격이 자주 변하시니까 맞추기도 힘들고, 그런 분들 만날 때마다 아… 정말 내가 살면서 치매랑 우울증은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좀 되게 이렇게 심각성을 느끼다 보니까. 나도 이렇게 지금 현재는 좀 건강하지만, 매일 매일은 우리가 모르잖아요. 노후를 생각하다 보니까 이렇게 하게 되는 거예요. 정말 내가 좀 잘 가꾸고 곱게 늙고 건강해야, 그래야 75살 때까지도 일할 수 있는 거잖아요.”

 

매주 아픈 대상자들을 돌보면서 오히려 그는 ‘돌봄 없이’ 살고 싶다고 바라게 됐다. 주위에서 모두가 인정할 만큼 어르신들을 잘 돌보고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온 순간부터는 ‘그들’과 다른 노후를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노년에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자립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 은경 씨는 교회 동아리에서 매주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그가 반드시 하는 자기 돌봄이다.

 

은경 씨가 노후에 떠올리는 사람이 오직 자기 자신뿐이라는 사실도 영향을 미친다. 그는 하나뿐인 딸과 함께하는 노년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 남편의 병간호를 하는 동안 딸이 간병비를 부담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딸에게 부담을 지워줄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제 아픈 노인을 온전히 가족들이 책임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면서, 아픈 노년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감은 더욱 강해졌다. 필요하다면 자신도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노후를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할 뿐이다.

 

“저도 이제 60이다 보니까 내일이 될지, 70살이 될지 80살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노후에는 케어를 저도 받아야 되겠죠?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저도 뭐 자식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딸만 하나 있는데, 걔한테 어떤 나로 인해서 짐을 지워줄 수는 없는 거고. 지가 뭘 하겠어요… 요즘엔 또 자식이 안 하잖아요. 제가 늙어서 힘 없어가지고 얘한테 도움을 받으려고 하면 요즘 애들이 그렇게 도와주겠어? 안 도와주지.(웃음)”

 

아파도 가족에게 의지할 수 없겠다는 마음은 자립적인 노년에 대한 더 큰 갈망으로 이어졌다. 아프고 의존적인 노년은 스스로의 삶을 알아서 설계하는 활력 있는, 그가 바라는 ‘멋있는’ 노년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나를 위해서 돈도 쓰면서 조금씩 여행도 다니는 삶, 이것저것 배우면서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삶. 이 ‘멋있는’ 노년에 대한 바람과 홀로 생을 부담하겠다는 책임감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지금의 자기 돌봄으로 나타났다.

 

은경 씨에게 가까운 미래의 삶에 대해 물었을 때, 그가 수행해온 자기 돌봄이 지닌 의미가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남은 생을 내가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되게 부담이 되고. 이제 항상 불안한 게 뭐냐면, 요즘에 어디 가면 뭐 전세 얻을 돈도 없는 거고. 지금 사는 여기서 나가야 되면 월세부터 시작을 해야되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게 가장 많이 두려워요, 이제. 여기서 나가라고 그러면 어떡하지? 지금 여기서 살게 내버려두면 어떻게든지 또 살아나가는 방법을 뭐 생각해보겠지만 지금은 당장 어떻게 하라 그러면 방법이 없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요즘에 좀 많이 두렵고 그래요. 어디에서 써주는 데도 없고. (이 일은) 정년도 없으니까 계속 해가지고 내 경제력으로 내가 벌어먹어야지.”

 

부담과 불안감이 동력인 ‘자기 돌봄’이 드러낸 현실

 

내가 내 힘으로 인생을 문제없이 지속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나 말고는 어느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을 것 같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쉼과 즐거움, 활기와 같은 자기 돌봄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부담감과 불안함이 은경 씨에겐 자기 돌봄의 이유가 되었다.

 

▲ 집 근처 공원을 산책 중인 양은경 씨의 모습.

 

그의 삶에서 출발했지만, 이는 비단 은경 씨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나 말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의지할 곳이 없다는 생각과, 실제로 그러한 조건에서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이와 유사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적인 삶’에 대한 욕망과도 닿아있다. 이 사회에서 ‘좋은 삶’이란 대개 자아실현, ‘정상가족’, 생산적이고 아프지 않은 몸, 독립성 등과 같은 것들이다. 그렇지 않은 삶은 제도적으로도 인식 면에서도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결국 그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로 재현되기도 한다. 비록 실제로 가능한 물질적·사회적 기반이 없더라도 말이다.

 

‘정상적’으로 살 수 없을 때, 인간답게 살거나 인간답게 죽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깔린 사회에서 진정으로 ‘나’의 쉼과 즐거움을 위한 돌봄이 가능할까? 양은경 씨의 삶이 보여준 자기 돌봄은 그동안 수없이 봐온 활기찬 자기 돌봄의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이면이 아닐까. 그리고 이 이면이 바로 우리가 불안함을 안고도 끊임없이 홀로 생의 부담을 지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현실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국여성노동자회는 ‘페미니즘으로 노동을, 노동으로 페미니즘을’ 사유하며 성평등 노동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회원모임 <페미워커클럽>을 통해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우리 삶에 박혀있는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성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후원회원 가입 및 소모임 참여는 kwwa@daum.net 메일로 문의해주세요.)

  • 도배방지 이미지

  • 눈이내린다 2021/01/07 [01:20] 수정 | 삭제
  • 중년여성인 요양보호사의 이야기지만 발을 땅에 딛고 있는 현실적인 우리 모두의 자기돌봄의 모습이 읽혀서 너무 몰입해 읽었어요.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처해져있는 모습을 드러낸 인터뷰어에게도 감동!
  • ㅇㅇ 2020/12/14 [23:15] 수정 | 삭제
  • 너무 훌륭한 기사다 기자님을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 2020/12/12 [11:59] 수정 | 삭제
  • 자기 돌봄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게 해준 기사입니다. 양은경 보호사님 행복하세요!!
  • ra 2020/12/09 [11:54] 수정 | 삭제
  • 제가 아는 요양보호사 분도 60이 좀 넘으셨는데 엄청 힘든 일을 하시면서도 여러가지 생활체육에 여행모임도 가신다 하고 너무 열심히 사셔서 놀랐어요. 자기돌봄을 하지 않는 것보다야 당연히 건강에 대한 동력이 있는 삶이 좋아보였지만, 노년이 되었는데도 노동을 계속해야만 한다는 절박한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는데-거기다 요양보호가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든 노동이니까요- 딱 이 기사가 그걸 얘기해주고 있어서 반갑네요.
  • 예비사회복지사 2020/12/08 [19:30] 수정 | 삭제
  • 저희 엄마도 비슷한 돌봄 일을 하셔서 정말 와닿네요. 일다 기사엔 기존 미디어에서 보기 힘든 진짜 제 이야기, 제 주변 이야기가 있어요. 실제 제 일상에선 너무나 흔히 뵙는 분들인데, 이렇게 고민하는 부분이 세상에선 참 잘 드러나지 않죠...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