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은 기후위기의 대안일까?

[베를린에서 온 기후편지] 채소와 과일의 생애주기를 살펴보자

손어진, 하리타 | 기사입력 2021/05/24 [12:15]

채식은 기후위기의 대안일까?

[베를린에서 온 기후편지] 채소와 과일의 생애주기를 살펴보자

손어진, 하리타 | 입력 : 2021/05/24 [12:15]

오늘날 환경 관련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비건(vegan, 육류와 닭알, 유제품, 생선 등을 먹지 않으며 동물을 희생시켜 얻은 의류나 동물실험을 거친 제품도 사용하지 않음) 인구가 늘고 있다는 점 입니다. 식생활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식문화가 발달하고 그만큼 고기 요리가 다채로운 곳에서조차 50만 명이 비건식을 하고 있다는 추정치가 있죠.(한국채식연합 2020)

 

▲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약 50만 명이 비건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2020) 이미지:pixabay


독일에서는 약 113만~260만 명(전체 인구는 8천3백만)이 비건 채식을 하고 있어요. 2008년에 비건식을 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8만명 미만이었는데, 10여 년 만에 이렇게나 늘어난 것이지요.(Veganz Ernährungsstudie, 2020) 인구가 6천6백만명인 영국에서도 최근 10년 사이 3배 이상 늘어나, 현재 50만 명 이상이 비건 식단으로 생활합니다.(BBC good food)

 

동물권과 생명윤리, 건강 및 영양학, 그리고 친환경성에 있어 비거니즘을 둘러싼 많은 논의가 있지만, 이번 편지에서는 ‘친환경성’에 초점을 맞춰봅니다. 고기를 안 먹거나 덜 먹는 개인적 실천과, 사회적 차원에서 고기 생산을 줄이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응책인 것은 분명합니다. 육류, 생선, 유제품까지 먹는 잡식에 비해 비건식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어요.

 

인류사회의 온실가스 배출 1/4 이상이 육류 소비에서 나오는데, 축산업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14.5%를 차지합니다. 단일 배출원으로서 상당한 양이죠. 비행기, 기차, 선박 등 모든 교통수단에 의한 배출량을 합친 양과 유사하다는 것을 봐도 큰 수치입니다.(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FAO, 2020) 하루 2천 칼로리의 고육류 식단이 같은 양의 비건식보다 2.5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IPCC Climate Change and Land Report, 2014)

 

전세계 모든 인구가 비건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의 70%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죠.(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2016)

 

탄소발자국이 큰 채소 먹거리가 쏟아지는 마켓

 

하지만 이런 자료들이 곧 모든 비건 식단이 친환경적이라거나, 모든 육류 소비가 반환경적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접하는 연구 결과는 평균적인 경향을 드러내주지만 거기서 벗어나는 먹거리들도 있어요. 이러한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여 섬세하게 공부하고 대화할 때 지속가능한 먹거리로의 ‘문명 대전환’을 더 잘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채소 소비의 환경적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도표에 나온 것처럼 수많은 관계 요인을 따져봐야 한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내에서 상품으로 유통되는 채소 한다발은 생산-보관-처리-유통-소비의 사이클을 거치며, 특히 소비자에게 잘 보이지 않는 처리 과정으로 포장, 냉장, 세척 등이 있다. 이 과정을 거쳐 채소는 통조림, 피클, 냉동제품, 건조제품 등이 되기도 한다. (출처: 연구 논문 ‘Environmental impacts of vegetables consumption in the UK’ © Angelina Frankowska Harish, Kumar Jeswani, Adisa Azapagic


채소지만 식탁에 오르기까지 탄소 발자국이 큰 것들, 고기지만 기후에 아주 큰 위협이 되지는 않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 구별을 잘 하려면, 오늘날 인류의 식생활이 생태계 균형을 깨고 환경에 해를 끼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인류가 늘상 해오던 잡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집약적, 이윤추구형 대량 생산 시스템에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여기 갓 만든 시원한 스무디 한 잔이 있습니다. 한 인기 유튜버의 레시피를 보고 만들었죠. 두유 200밀리리터에 잘 익은 아보카도와 망고를 한 개씩 잘라 넣고 블루베리 한 줌, 아몬드 오일과 코코아 파우더도 한 스푼씩 넣었습니다. 고소하고 새콤달콤한 맛의 이 스무디는 잡식인, 채식인, 비건인 모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음료예요.

 

그런데, 친환경성을 따진다면 감점 요소가 많습니다. 아보카도는 멕시코, 망고는 페루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 블루베리는 우리나라에서도 재배하는 열매지만 추운 계절엔 수입해 들어옵니다. 두유에 들어간 대두와 아몬드 오일, 코코아 파우더도 마찬가지로 원재료는 멀리 아메리카 대륙에서 수확한 것들이고요. 항공기로 조달되어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우리를 만나는 이런 과일들은 킬로그램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같은 지역에서 나온 가금류 고기보다 많을 수도 있습니다.

 

환경을 생각해서 앞으로 망고나 아보카도를 아예 먹지 말자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수요와 공급점만 맞아 떨어지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래가 일어나는 자본주의 경제로 인해, 농업 시스템과 식생활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과, 맛있는 것에 혹한 소비자들은 자기도 모른 채 이런 시스템에 공모해 탄소발자국을 쾅쾅 찍게 된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거지요.

 

소비자 눈에 안 보이는 ‘재배 과정’의 반환경 요소들

 

운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만 문제가 아닙니다. 과일이나 채소를 어떻게 재배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이왕 아보카도가 등장했으니 더 깊이 살펴볼까요. 아보카도 나무는 열매를 맺기까지 물을 많이 먹는 작물입니다. 미시간대학교 지속가능한 시스템 센터의 보고서(Center for Systems Integration and Sustainability, 2017)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농장의 아보카도 나무 한 그루를 키우는데 여름 날엔 매일 물 209리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물 부족을 겪는 지역으로써 아보카도 농사가 지역 경제에도, 생태계에도 사실상 부담이 되는 겁니다.

 

다른 상업적 아보카도 생산지인 칠레와 멕시코, 스페인 남부에서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페루에서는 강물을 불법으로 끌어다 쓰는 농가들도 있어서 물 부족과 관련한 지역 갈등도 깊어졌다고 합니다.

 

▲ 호주 전역에 30여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Costa 사의 버섯재배실 모습. 연중무휴의 자동화된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는 직원 1,200명 규모의 이 기업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costgroup.com.au)


영양가 높고 종류가 많으며,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버섯은 어떨까요? 스티로폼 트레이와 비닐에 싸여 대형마트에서 진열대에 놓여있는 상대적으로 흔하고 값싼 버섯들은 대부분 공장에서 대량 재배된 것들입니다. 앞서 소개한 미시간대 연구센터에 의하면, 버섯 공장의 재배실은 통상 어두컴컴하고 덥고 습합니다. 발효 중인 유기물 퇴비(compost)나 특수 배양된 흙 더미에 있는 버섯이 빨리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재배실 온도는 62도에 달하기도 하며,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달라지므로 집약 이산화탄소 농도가 일반 대기 중보다 48배 이상 높은 곳도 있다고 합니다.

 

‘프리미엄 버섯'은 야생에서 퍼온 흙에서 자라는데, 한꺼번에 흙을 많이 퍼가면 민감한 숲 생태계가 망가지기도 합니다. 공장 재배 버섯은 1kg 당 탄소배출량이 3kg 가량 되는데,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한 닭고기가 4.1kg, 바다에서 잡은 참치가 2.2kg 인 것과 비교하면 많은 양입니다.(BBC Future, Richard Gray, 2020)

 

지속가능하지 않은 채소나 과일의 대량생산 시스템이 환경에 미치는 파괴력은 또 있어요. 2015년 발표된 UN 식량농업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경작과 인공 비료 및 제초제 사용 때문에 2.5~4천억 톤에 달하는 토양이 매년 부식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계식 경운 과정에서 흙 속에 있던 탄소가 많게는 70%까지 공기 중으로 방출되고요.(The Science Journal Nature, 2017) 이런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은 채 비건 인구가 계속 늘어난다면, 먹을 채소와 과일이 넘쳐날 뿐 기후위기를 늦추지 못할 수도 있죠.

 

채소의 ‘생애주기’에 따른 환경 영향…대안은 로컬 푸드!

 

좀 더 엄밀한 자료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께는 2019년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저널 682호에 실린 연구논문 ‘영국에서 채소 소비의 환경적 영향’(Environmental impacts of vegetables consumption in the UK)을 보길 권합니다. *논문 링크: https://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48969719319758#!

 

▲ 연구논문 ‘영국에서 채소 소비의 환경적 영향’ 중, 각 채소의 생애주기(재배-수확-처리-보관-판매-소비)에 따른 환경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요약한 표. (출처: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682호, 2019)


논문 저자들은 영국에서 주로 소비되는 56개 채소 제품 (생 야채 및 가공품 포함)의 생애주기영향(life cycle impact)을 19개 카테고리(물 소비, 지구온난화, 화석연료 고갈, 금속 고갈 등)에서 비교 분석했는데요. 아스파라거스가 가장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배추와 샐러리, 방울양배추가 가장 지속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한 항공기로 수입한 작물이 자국에서 나온 것에 비해 5배 환경영향도가 높다고 합니다.

 

채소 제품 생애주기의 맨 마지막 단계인 ‘소비’ 부문을 살펴봅시다. 편의성을 중시하고 주로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바쁜 도시인들이 주의해야 될 점도 있습니다. 비건 인구의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다양한 간편식 두부나 반조리형 대체육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는데요, 대개 플라스틱과 종이 겹겹의 포장재 속에 들어있고 안에 든 첨가물도 많더라고요.

 

대형마트 신선 코너에서 생고기를 사거나 생치즈를 살 때에 비해 포장재 쓰레기가 더 많이 나옵니다. 재료의 원산지도 제각각이네요. 친환경 목적으로 비건식을 하는 소비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들이죠. 비건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하루빨리 소비자의 이런 마음을 파악하고 진짜 ‘그린 비즈니스’를 하길 바랍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시사하는 바는 사실 간단명료합니다. 농산물을 직접 길러 먹거나, 제철에 나는 ‘로컬푸드’를 사 먹으라는 것. 물론 먹을 만큼만 사서 남기지 말고요. 허나 이 간단한 일을 해내기 위해 온갖 광고와 마케팅 속에서 분별력을 유지하고, 시간을 내어 직접 요리에 나서는 것, 이국적인 식재료를 많이 알아버린 입맛을 달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 지역에서 난 제철 유기농 먹거리를 일회용 포장재 없이 배달해주는 한 ‘채소상자’(Gemüse Kiste) 업체의 인터넷 사이트. 독일에 사는 녹색당원이며,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는 생활을 지향하는 필자들은 이제껏 잡식, 채식, 비건식을 오가며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프라이부르크에 사는 필자는 채소상자에서 주로 식재료를 얻고, 주 3-4끼 고기나 생선을 먹는다. 베를린에 있는 다른 필자는 오랜 채식 생활 이후 작년 9월부터 비건식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brokkolise.de)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축산업 가능할까?

 

채소과 과일 생산의 지속가능성을 재고하는 한편, 축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개선하려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유기농 저밀도 방목형 농장과 같은 축산업 방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토양 생태계를 복원하고, 생물 다양성을 유지시켜주며, 수질오염 및 홍수를 완화하기도 합니다. 지속가능한 축산 농장은 미생물부터 야생 포유류까지 생태계 내 다양한 동물들에게 집이 되는 한편, 인간의 육류 공급처가 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는 동물복지 농장 인증제도 등을 통해, 많은 축산 농가 및 육류 가공 시설들이 앞으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영국 서섹스에서 자연 방목형 유기농 축산 농가를 운영하는 이사벨라 트리(Isabella Tree)는 “세상을 구하고 싶다면 비거니즘이 답은 아니다”(If you want to save the world, veganism isn’t the answer)라는 가디언 기고 글(2018년 8월 25일자)에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고민하는 농부 트리는 “우리 모두가 고기를 적게 먹어야 한다는 점, 탄소집약적, 비윤리적, 곡물 사료 중심의 축산업을 끝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합니다. 하지만 환경, 동물복지, 자신의 건강에 대한 비건인들의 염려가 고기와 유제품을 포기한다고 해서 전부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직관에 어긋나는 것 같아도, 때때로 유기농 스테이크를 먹는 게 친환경 선순환에 옳은 방법일 수도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납득이 좀 되시나요?

 

쏟아지는 정보량에 지친 독자 분들의 한숨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네요. 고기와 생선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노력이 드는데, 채소나 과일을 구해 먹는 것에도 이처럼 많은 고민과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골치 아픈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나’의 식탁에 오르는 채소 한 다발, 간식으로 베어먹는 과일 한 알이 나에게 오기까지의 뒷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무엇이 더 건강하고 현명한 식생활인지 궁리하면서 얻는 배움과 즐거움, 자부심도 꽤 큽니다.

 

사실 먹거리 문제는 산업구조, 일자리, 종교적, 문화적 정체성 등 수많은 삶의 요소가 모두 관련되어 있어서 빠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 보자고 독려하고 싶습니다. 건강한 맛을 누리는 지구인으로 사는 긴 여정을요!

 

(다음 편지에서는 2022년까지 핵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한 독일의 탈핵 정책, 그 중에서도 핵발전소 오염수, 폐기물 처리 등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필자 소개] 손어진: 정치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독일/유럽연합의 R&D 정책 분석 일을 하고 있다. 움벨트(Umwelt) 모임 소속으로 독일 녹색당 싱크탱크인 하인리히 뵐 재단 자료도 번역한다. 독일 녹색당의 정치적 역동을 경험하고 싶어 독일에 왔으며, 베를린의 녹색정치, 환경, 여성, 이민자 영역에서 다양한 만남을 통해 존재의 확장을 경험 중이다.

 

하리타: ‘에코워리어’들이 많이 사는 환경 도시 프라이부르크에서 환경 거버넌스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탈서울 녹색전환을 위해 독일에 왔다. 다양한 종(種)과 성(性)이 공존하는 대안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소박하고 소신 있게 사는 것이 일관된 관심사. 관련 저서 <뜨거운 지구 열차를 멈추기 위해 - 모두를 위한 세계환경교육 현장을 가다>(공저,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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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아정 2021/05/26 [19:02] 수정 | 삭제
  • '지속가능하지 않은' 채소나 과일의 대량생산 시스템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이라는 수식어를 축산업 앞에 붙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필자분들은 한번 더 깊이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유기농 저밀도 방목형 농장'이 한국에서 가능하기나 한 지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동물복지'나 '친환경' 혹은 '유기농'으로 말끔하게 포장된 축산업을 말해버린다는 것은, 축산/낙농업을 낭만화하는 문제를 넘어서 그곳에서 자행되는 갖가지 폭력들을 은폐하는데 일조하게 되시는 겁니다.(필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필자소개에 보니, 다양한 만남을 통해 '존재의 확장'을 경험하고 있고, '다양한 성과 종이 공존하는' 대안공동체에 관심이 있다 하셨는데, 필자들에게 동물은 '존재의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고, 축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 유린당하는 '동물들의 삶'(강제이주, 강제노동, 강제임신, 강제죽음)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이 없으신데, 동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인간들의 식생활에만 주목하시면서 어떻게 성과 종이 공존하는 공동체를 꿈꾼다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지면에 동물들의 자리는 없네요. 철저하게 인간중심주의적인 내용의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축산업은 그 자체로 동물의 '생애주기'를 무시하거나 통제함으로써만 '지속가능'합니다. 식물이나 동물이 그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지속가능한 무엇이어야 한다면 저는 그냥 다같이 죽어버리자고 말하고 싶을 정도예요. ㅠ ㅠ '건강한 맛'이라는 말 속에 얼마나 많은 삶들이 구겨져 넣어지고 짓이겨져 있는지, 단 한 번이라도 축사 필드워크를 해보셨다면 이런 글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문장은 "지속가능한 축산 농장은 미생물부터 야생 포유류까지 생태계 내 다양한 동물들에게 집이 되는 한편, 인간의 육류 공급처가 되기도 한다"는 부분인데요, 농장은 어떤 경우에도 동물들의 '집'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 '집'이라는 곳이 "내 새끼처럼" 키우던 이들을 적정 무게가 되면 도축장에 보내고, 젠더편향적으로 삶과 생식을 통제하는 곳이라면 더더욱.
  • 래기 2021/05/25 [11:32] 수정 | 삭제
  • 먹거리에 대한 환경영향 연구들이 많은 거 부럽다 탄소발자국 알려주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
  • goat 2021/05/25 [00:23] 수정 | 삭제
  • 뱅기타고 온 유기농보다 지역 농산물 먹는 게 낫다는 얘기를 들었던 거가 생각나네
  • 정상순 2021/05/24 [22:18] 수정 | 삭제
  • 페미니즘 저널 일다의 구독자이자 후원자로서 이 글에 깊은 참담함을 느끼며 이 글이 왜 문제적인지만 짧게 언급하고자 합니다.

    1. 글의 시의성입니다. 비거니즘에 대한 백래시라고 할만한 남성 스피커들의 이야기가 줄을 서고 있는 현 상황에서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플랫폼에 이 글이 실려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2. 비건에 대한 왜곡된 시각입니다. 이 글은 아보카도, 블루베리, 수입 대두유 등으로 만든 비건 디저트를 예로 들어 그것이 가금류 고기보다 탄소 배출량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언급하는데, 아보카도의 마피아에 버금가는 생산 카르텔과 그 생산과정의 막대한 물 사용 문제 그리고 수입 농산물의 수입 경로가 발생시키는 탄소량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때문에 덜 소비하려는 이들이 바로 비건입니다. 스무디 한잔에 대한 설명이 부디 된장녀 오마쥬가 아니길 바랍니다.
    3. 사례의 균형감입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버섯 재배시 발생하는 탄소를 문제 삼으려면 공장식 축산, 사료 재배 과정, 열대우림 파괴시 발생하는 탄소 문제 역시 촘촘히 살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윗글은 정해진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원하는 예를 부각시키고 다뤄야 할 예는 가시화시키지 않았습니다.

    남성중심문화가 기본값인 사회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페미니즘 저널 일다라는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육식중심문화가 기본값인 사회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조롱과 왜곡이 이 글의 의도가 아니었다면 글쓴이와 페미니즘 저널 일다는 이 글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들려주었으면 합니다.
  • ㅇㅇ 2021/05/24 [19:17] 수정 | 삭제
  • 로컬푸드협동조합에 가입했는데 이런 기사를 읽게되니까 신기하다 ㅎㅎ
  • 옥성정원 2021/05/24 [15:49] 수정 | 삭제
  • 이런 깊이 있는 기사를 만나서 기뻐요. 로컬 푸드, 자급적 소농, 유기농 저밀도 방목형 농장. 이천식천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합니다.
  • 탄소발자국 줄이기 2021/05/24 [15:39] 수정 | 삭제
  • 도시에 살면서 텃밭 같이 하며 자급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실험해보고 있어요. 비건 시작하면서부터 내 삶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공부도 많이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깁니다.
  • 꼬물이 2021/05/24 [14:53] 수정 | 삭제
  • 저도 국내 생산된 야채들 위주로 소비하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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