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감호제도엔 ‘치료’가 없다

정신장애인 범죄예방 위한 제도개선 필요

강진영 | 기사입력 2003/11/16 [21:18]

치료감호제도엔 ‘치료’가 없다

정신장애인 범죄예방 위한 제도개선 필요

강진영 | 입력 : 2003/11/16 [21:18]
사회보호법 중 보호감호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왔으나 치료감호제도에 대한 논의는 턱없이 부족했다. ‘사회보호법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는 사회보호법 폐지 이후에 ‘치료감호’가 아닌 새로운 ‘치료보호’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료감호제도의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지난 11일 명동 향린교회에서 열렸다.

‘치료감호제도의 개선을 위한 워크숍’에서 우선 논의가 된 것은 용어 사용에 관한 것이다. 현행 사회보호법과 형법에는 치료감호와 관련된 조항에 ‘심신장애자’라고 표기되어 있고, 정신보건법상에는 ‘정신질환자’라는 표현이 등장하며, 장애인복지법시행령에는 최근 ‘정신장애인’이라는 범주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법마다 다른 표현을 쓰고 있어 개념상 혼동이 되고 있으며, 이 날 논의 참가자들도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했다.

이영문 아주대 의대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외 연구결과를 보면 정신장애인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살인, 폭력 등의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비율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며, “대중매체의 악영향과 사람들의 편견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정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역시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다 정신질환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범인을 잡지 못하면 뉴스에서 꼭 ‘정신이상자’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비판했다. 영화나 언론에서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침해 대응 어려운 치료감호 대상자

이상희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는 “피치료감호자가 면회·서신수발·전화통화 등을 할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당하고 있다”면서, “사회보호법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치료감호의 내용을 담을 때 피감호자의 인권이나 치료받을 권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사회방위’라는 명분 아래 제도 도입만을 꾀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는 “보호감호제도의 문제에 대해선 청송감호소에 있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알려내고 개선을 강력하게 호소하고 있지만, 치료감호제도의 문제는 당사자들이 주체로 나설 수 없는 상황에 있다보니 더욱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기 쉽다”고 말했다.

한편 워크숍에선 치료감호소에서 11년간 일해 온 조성남 국립부곡병원 원장이 “투명하게 운영된다면 제도적인 것으로 인한 인권침해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1994년에 1년 6개월간 치료감호소에 있었다고 밝힌 한 참석자는 “(감호소) 직원들이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이나 동성애자 등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미쳤다’고 주장했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정신장애인과 약물중독자 치료 분리돼야

치료감호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해 이영문 아주대 의대 교수는 “치료보호라는 것은 정신장애로 인해 범죄가 성립되었다고 판단되는 정신장애인을 치료하는 것을 뜻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정신장애가 치료된다면 그 해당자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의학적 전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치료보호라는 큰 틀 안에 입원을 통한 치료, 외래를 통한 치료 등이 포함되어야 하며, 지역사회 정신보건시설과의 연계를 위해 외래치료명령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지금의 치료감호제도로는 ‘치료’가 제대로 되기 힘들고, 이것은 곧 정신적인 장애로 인한 범죄의 예방 역시 막지 못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치료’와 ‘감호’는 같이 묶일 수 없으며, “정신장애인과 약물중독자에 대한 치료는 따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형법이 ‘정신장애인들은 범죄에 대한 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면, 범죄예방을 위해선 이들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 방안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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