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아현동 웨딩거리

여성들의 삶의 길

강우진경 | 기사입력 2003/05/08 [01:08]

[사진] 아현동 웨딩거리

여성들의 삶의 길

강우진경 | 입력 : 2003/05/08 [01:08]

수많은 웨딩샵을 지나면 바로 옆에 그것만큼이나 많은 맥주양주집이 늘어서있다.

촛불, 약속, 야시, 은하수, 장미, 불꽃, 만남, 나그네...

어릴 때는 늘 궁금했었다.

도대체 저런 가게는 뭐 하는 곳일까,
저 좁은 문에 실루엣처럼 촌스럽게 그려진 그림들은 뭐지.
저런 곳에 사람들이 가서 술을 마시는 건가.

맥주양주집이 내가 흔히 가보았던 호프집과는 다른 곳이라는 것을,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것을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되었다.


반면 늘 화려하게 반짝이는 웨딩샵.
결혼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새하얀 웨딩드레스에 대한 선망.

이 사회에서 여성들의 삶의 길은 과연 다양할 수 있는가.
성매매된 여성이거나 결혼제도 안의 여성이거나.

성매매에 대한 오해와 결혼에 대한 환상의 지점이 얼마나 가까운지,
아현동 거리는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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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nerpower 2003/06/17 [13:01] 수정 | 삭제
  • 절묘한 표현이네요.

    그런데...
    표현을 .. 되씹어 보니..
    조금..아슬아슬합니다.
  • 영영이 2003/05/11 [05:53] 수정 | 삭제
  • 성매매 오해와 결혼에 대한 환상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쫌 우울하네요..
  • 이유 2003/05/10 [14:28] 수정 | 삭제
  • 기사의 마지막 문장에 500점 드리고 싶군요.
    성매매와 결혼이 얼마나 가까운지, 닮은 꼴인지...
    여자를 파먹고 그 힘으로 딛고 있는 그 모습...
  • 올리브 2003/05/08 [14:34] 수정 | 삭제
  • 용산에서 전시돼있는 여성들 보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여성들은 전시돼있었다.
    웨딩숍의 드레스처럼.
    인형가게 인형처럼.
  • 신디 2003/05/08 [11:00] 수정 | 삭제
  • 근처로만 이사를 다녀서 십년 넘게 그 거리를 지납니다.

    어렸을 때는 화려한 웨딩드레스들 구경하고 그랬는데 커서는 웨딩거리라는 것 자체가 기분나빴어요.

    맥주, 양주라고 써진 곳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가 최근에 저도 알게되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드레스는 안 보이고 맥주, 양주라고 써진 깜깜하고 좁은 그 곳들만 보여요.

    항상 닫혀있는 문..... 한 번은 문이 열리는 걸 보았는데 그 안은 정육점 불빛이더군요.

    저 안에 있는 여자들은 얼마나 답답하게 살고 있을까 생각했었어요.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이 무섭구요.

    그러나 이제보니까 웨딩드레스 속에 갇힌 여자들도 답답하게 살고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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