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4개국 레즈비언의 ‘다른’ 목소리

BECAUSE OF LOVE-Voices of Asian Sisters

수연, 슬기 | 기사입력 2004/08/22 [20:57]

아시아 4개국 레즈비언의 ‘다른’ 목소리

BECAUSE OF LOVE-Voices of Asian Sisters

수연, 슬기 | 입력 : 2004/08/22 [20:57]
아시아 지역 4개국 여성 성소수자(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어판 에세이 모음집이 발행됐다. 아시아 지역의 여성 성소수자 네트워크 단체인 icWoW(Information Center WOMYN FOR WOMYN, 여성을 위한 여성정보센터)가 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의 레즈비언 5명의 글을 모아 를 엮었다.

이 에세이 모음집은 icWoW측이 아시아 성소수자 여성들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목소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발간한 것이다. 책은 서문에서 ‘목소리 프로젝트’의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현재 섹슈얼리티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우리 성적소수자 여성의 목소리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우리는 ‘큰 소리’로 우리의 존재와 문화, 계급, 사회적, 지리적 지역을 가로지르는 우리 안의 다양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는 차별적 세상에서 평등을 위해 싸우는 여성들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각기 다른 문화권에 속한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여성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지금까지 알려져 왔던 성소수자 문화가 대부분 서구의 모습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이슬람 전통문화가 큰 장벽

말레이시아의 Joey는 자신의 글에서 이슬람 국가의 문화, 종교가 자신의 성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녀는 무슬림(이슬람교도를 지칭함)이었던 애인들과의 만남을 회고하면서 “종교와 가족의 반대는 결국 내가 애인들과 헤어지도록 몰아간 두 가지 요소이며, 말레이시아인이라는 내 존재와 전통적인 펀자비(이슬람 문화권의 여성들이 입는 일상복, 무릎까지 내려오는 상의와 바지, 숄로 구성되어 있음)가 레즈비언으로 내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가장 큰 장벽”이라고 말하며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 책에는 필리핀에서 꽤 알려진 레즈비언 작가인 Libay Linsangan Cantor의 글도 실려 있다. 필리핀 최초의 대학 내 레즈비언 조직인 U.P.Sappho(Univeristy of the Philippines Sappho Society)를 만든 그녀는, 자신이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하게 된 과정과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여성동성애자, 남성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그룹 사람들을 만나왔던 이야기들을 담았다.

또한 필리핀의 구체적인 지역 명을 언급하며, “마닐라의 멋진 모든 장소들, 즉 일반(이성애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LGBT 사람들도 역시 있었다. 물론 LGBT 사람들이 자주 가는(나 역시 돌아다녔던) 특정 바, 카페, 레스토랑과 클럽이 있었다. (중략) 나는 레즈비언 특정 파티에서, LGBT 자부심 행진에서, 게이와 레즈비언 연대모임에서, 나 같은 레즈비언 친구들을 만났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대만, 고등교육 문화에서 동성애 우호적

한국과 가장 유사한 문화권에 속하는 대만의 Chen Yi는 자신의 글에서 “대만에서는 교육 환경이 높을수록, 동성애에 대해 더 관대하다. 이는 특히 예술대학에서 그렇다”며 대만의 고등교육 문화 안에서의 여성 성소수자에 대한 태도를 묘사했다. 그녀는 자신이 “대학원을 다녔기 때문에 레즈비언으로서 운이 좋았으며,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상당수의 동성애자가 있다는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고, 섹슈얼리티를 공개적으로 선언하지 않더라도 캠퍼스에서 여자친구와 공공연하게 걷곤 했었다”며 캠퍼스내의 동성애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묘사했다.

한편 한국 측에선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소속의 박김수진씨가 “이성애가 ‘유행’인 세상에서 살/아/남/기”라는 제목으로 한국 레즈비언의 삶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박김수진씨는 결혼, 복지제도 등 우리 사회의 레즈비언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 제도, 문화적 측면의 차별을 지적했다. 그녀는 여성 성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제도적 개선 노력에 대해 “동성간 결혼을 인정하는 것이 그룹 홈, 한부모, 장애여성 공동체 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과 함께 가듯이”, 다른 소수자들과 손잡고 이루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을 발간한 icWoW는 아시아에서 레즈비언 단체들의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비영리 민간기구로, 2000년 1월에 태국, 방콕에서 시작했고 현재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하고 있다. 이 책의 전문은 icWoW 홈페이지(www.icwow.org)에서 볼 수 있다. 전문은 영어로 수록되어 있고 중국어와 한글로 부분 번역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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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 2004/08/25 [22:12] 수정 | 삭제
  • 유안슈치 때문만이 아니라;;
    이미지 점점 좋아지는군요..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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