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성매매 업주 편드나

성매매특별법 시행 둘러싼 언론보도

박희정 | 기사입력 2004/09/27 [02:05]

언론, 성매매 업주 편드나

성매매특별법 시행 둘러싼 언론보도

박희정 | 입력 : 2004/09/27 [02:05]
성매매 업주와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성매매특별법이 지난 23일 시행되면서, 경찰은 한달 간의 집중 단속기간에 들어갔다. 언론들은 시행 첫 주 관련기사들을 연이어 내보내며, 특별법 실시 이후의 변화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포주들이 피해자인가?

성매매특별법 시행 첫날인 23일 밤.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라는 집창 지역에서 성매매업주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기습 시위를 벌였다. 각 신문과 방송들은 일제히 이를 보도 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대다수의 언론들은 적절한 논평 없이 업주들의 주장을 전달하는 기사를 내보냈으며, 일부 언론은 수십 조에 달하는 성산업 붕괴의 파장을 염려하며 ‘생계보장’ 이라는 주장에 동조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하였다.

”미풍양속에 저해된다는 사회적 인식을 감안해 평소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삼가온 집창촌 업주와 종업원들이 이번에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당장 생계 유지가 어려울 만큼 궁지에 몰렸다는 판단에서다. (중략) 관계자는 "업주와 종업원들이 계속 궁지에 몰리면 어떤 행동을 할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성매매 업주, 종업원 집단반발, 헤럴드경제 2004년 09월 24일자)

“이들은 ‘꼬박꼬박 세금 내면서 장사하고 있고, 강압적인 감금행위 같은 것은 진작 사라졌다’며 ‘생계를 위해 단속을 유예해달라’고 요구했다.” (집창촌 "생계보장" 시위, 문화일보 2004년 09월 24일자)

기사들에 따르면 이 날 시위에서 업주들은 “강압적인 감금행위가 없다”, “생계를 위해 단속을 유예해 달라”고 주장했으며, 함께 참여한 성매매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시위를 하겠다고 해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같은 주장은 거짓이라는 게 23일자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따라 밝혀졌다.

그러나 아무 논평도 없이 이를 보도한 언론 기사들을 보고 있으면, 지금까지 폭력과 선불금 등을 이용해 여성들을 도구화시켜 이득을 취해 온 업주들이 ‘생계 곤란자’거나 ‘피해자’, ‘사회적 약자’처럼 보일 지경이다. 이는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우물에 독치기'도

또한 일부 언론은 성매매특별법의 취지를 무색케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첫날 밤 서울 ‘미아리 텍사스’에서 여자 종업원 400여명이 외친 구호와 성토 대상은 예전에 들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생계 보장하라’ ‘특별법 유예기간을 달라’. 이들은 성 매수자 처벌을 강화한 새 법으로 손님이 끊겨 살 길이 막혔다며 정부를 원망했다. 이날 시위는 일부 업주들이 부추긴 흔적이 없지 않았다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새삼 씁쓸하게 돌아보게 했다.” (만물상 '텍사스村' 의 시위, 조선일보 2004년 09월 24일자)

“그러나 이 법을 시행해도 성매매를 근본적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고 더 음성화될 뿐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네이버(naver) 여론 조사에서는 성매매 근절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33.5%에 불과했고 성매매가 더 음성화될 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63.5%에 이르렀다.” (네티즌의 소리, 성매매특별법, 매일신문 2004년 09월 24일자)

성매매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 문제

표현의 문제에 있어서도 여전히 ‘윤락’, ‘윤락녀’ 등의 왜곡된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들을 기사(조선일보, 중앙일보, 부산일보, 연합뉴스 등)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락’이란 용어를 고집하는 것은 성매매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내는 일이다.

성매매특별법 실시 이전에도 성매매는 불법이었다. 그러나 남성들에게 성매매는 범죄가 아닌 ‘오락’의 하나로서 인식되어 왔으며,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됐다. 언론 또한 이러한 인식에서 자유롭지 않다. 연합뉴스는 <연합시론>을 통해 경찰의 집중 단속에 우려를 표명하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현실적으로 성매매에는 역사와 인간의 본성, 사회구조 등 온갖 것들이 함께 녹아 들어 있고 단순히 법과 국가권력의 관장영역 아래 그 전체구조를 편입시키기 어려운 철학적, 국가정책적 난점들이 적지 않다.” (연합시론, 성매매 집중단속 문제 있다, 2004년 09월 24일자)

현학적 용어들로 포장하고 있지만, 감춘 속내는 간단하다. 역사와 인간본성이란 말이 무엇인가.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들이 흔히 주장하는 ‘매춘은 인류최초의 직업이다’, ‘남성은 성욕을 해소할 곳이 필요하다’ 등의 말들을 의미한다는 걸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다.

성매매는 개인의 윤리문제가 아니라, 여성의 성에 대한 구조적인 착취의 문제다. 단순히 ‘돈을 주고 하는 성관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성 산업은 지금도 끊임없이 피해자들을 양산해 내고 있는 괴물이다. ‘근절이 가능한가, 불가능한가’ 같은 말장난은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매매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려면 성 산업을 둘러싼 ‘피해’에 대해 먼저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고민해보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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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10/17 [12:24] 수정 | 삭제
  • 기사가 필요해..내용의 일부를 좀 썼습니다..
    출처를 밝히라는 게 - _-;;;어떻게 하는건지 몰라..
    그냥이렇게글을남깁니다..
    양해해주시길바라면서..기사잘보고갑니다..
  • 내일 2004/09/28 [07:14] 수정 | 삭제
  • 저도 그 기사 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업주들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더군요. 포주들의 모임까지 소개해주면서 '관계자'는.. '관계자'는.. 이러면서 말입니다. "업주와 종업원들이 계속 궁지에 몰리면 어떤 행동을 할지 걱정스럽다"니, 이런 건 성매매특별법 시행하지 말라고 협박하는 거 아닙니까? 해럴드경제는 경제문제 다룰 때만 문제 있는 데가 아닌 것 같더군요. 그런 언론은 여성계가 도마위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Tim 2004/09/27 [19:49] 수정 | 삭제
  • 기사들마다 그런 것 같더군요. 예전엔 법이 윤락행위등방지법으로 윤락이란 말을 명시하고 있어서 여성운동쪽 입장을 반영안한다고 변명을 하면 그래도 봐준다지만, 이제 법에서 윤락이란 표현을 안 쓰는데도 계속 윤락이란 말을 쓰는 건, 언론이 의도적으로 여성들에게 도덕적인 화살을 돌리는 거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 라떼 2004/09/27 [15:00] 수정 | 삭제
  • 성매매를 낭만적으로 그린 사설을 썼잖아요. -_-
  • 도미노 2004/09/27 [12:37] 수정 | 삭제
  • 성매매 얘기할 때 '역사'와 '인간본성' 꺼내는 남자들이 제일 재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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