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 경찰의 강력한 성매매 단속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 경제지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보도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은 ‘타격’, ‘불똥’ 등의 용어를 사용해가며, 성매매 산업 붕괴가 도미노처럼 다른 산업의 붕괴를 가져와 관련업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들이 타격과 붕괴를 우려하고 있는 경제거래의 실체는 무엇인가. 성산업은 그 속성 상, 매매되는 여성들에 대한 착취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기사들은 성산업의 부정적 측면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돈을 버느냐, 마느냐’의 경제논리로만 접근하고 있다. 성매매 문제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생관광’ 침체 우려? 해럴드 경제는 7일 “성매매 단속 여행업계 불똥”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일본인 투숙률이 높은 서울시내 일부 중소 호텔은 일본 단체 관광객이 최고 20% 이상 줄었고, 한류상품을 판매하는 국내 여행사도 외국인 모객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일본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던 소위 ‘기생관광’의 수요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성매매 단속으로 섹스관광이 줄어들었다는 말은 섹스관광을 통해 그 동안 관광업계가 누려온 이익을 반증하는 것이다. 성매매가 관광상품의 큰 부분이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여자를 사기 쉬운’ 사회였는지를 보여주는 말이다. 그리고 그 ‘쉽게 여자 사는 문화’에 기대어 여행업계가 ‘안일하게’ 이익을 누려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건 반성해야 할 일이지, 수익 떨어졌다고 푸념할 일이 아니다. 여자를 팔아 경제를 굴러가게 만들도록 한 경제 시스템에 대한 향수를 ‘경제 전문지’가 표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어진 “어느 무역업자의 푸념”이라는 기사에서는 한 무역업 종사자의 입을 빌어, 일본인 바이어에 대한 성 접대가 힘들어져 “수출계약”에 “타격”을 입고 있다며 부정적인 논조를 드러내고 있다. [어느 무역업자의 푸념, “바이어 접대 어찌 하오리까”] (중략) 강모 씨는 "일본 바이어가 한국에 들어올 때 미아리, 청량리 등에 들러 이들의 욕구를 풀어줬다"며 "그러나 일본인이 성매매를 하다 단속될 경우 자칫 국제적인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중략) 대기업, 중견기업에서 일본 바이어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 부서 직원들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중략) 심모(39) 과장은 "일본에서 전제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월 1~2회 정도는 일본 본사 사람들을 접대해야 하는데 미아리, 청량리의 폐쇄로 인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해럴드 경제, “성매매 단속 여행업계 불똥”, 2004년 10월 7일) 성접대가 아니고서는 바이어를 대접하기 힘들고, 따라서 계약을 체결하기 힘들다? 성접대가 수출계약에 절대적 요소라면, 제품개발은 뭐 하러 하는가. 성접대가 아니면 사주지도 않는 물건을 만들고 수출하려 한다는 말인가? 납득하기 힘들다. 성매매가 아니면 ‘접대’가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룸살롱 접대비로만 한 해에 1조 6천억을 뿌려대는 접대문화에 찌든 사고에서 나온 왜곡된 관념일 뿐이다. 여자 팔아 손쉽게 돈 버는 사회 성산업의 경제규모는 거대하다. 일반적으로 성매매를 떠올리면 성을 매수하는 남성과 성매매 되는 여성, 그리고 이 매매를 진행시키는 포주의 삼자관계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성매매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돈의 먹이사슬’은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만큼 다양하고 거대하다. 집창촌 은행입금 ‘無’대구의 대표적 집창촌인 중구 도원동 일명 ‘자갈마당’의 경우 한때 업주 한명 당 매일 1,000만∼2,000만원을 입금, 은행 고객(VIP)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중략) 그러나 법 시행 후 보름간 돈을 입금한 집창촌 업주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략) 집창촌 인근 세탁소와 미용실, 슈퍼마켓들도 단골 고객인 성매매 여성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도미노 현상을 겪고 있다. (한국일보, “성매매특별법 은행도 유탄?”, 2004년 10월 8일) 디아지오코리아 홍준의 PR팀장은 "국내 위스키시장의 특성상 룸살롱과 단란주점 을 통해 판매되는 매출비중이 80% 이상"이라며 "법 시행 이후 룸살롱과 단란주점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위스키업계, 성매매특별법 발효로 `타격'”, 2004년 10월 10일) 이 기사들은 역으로 성매매 여성들을 둘러싼 착취 구조가 얼마나 거대한 것인가를 드러내 주고 있다. 수십 조에 달한다고 추정되는 성매매 산업의 규모가 허언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성산업의 거대한 경제적 규모는 성매매를 지속시키고 근절하기 힘들게 만드는 커다란 원인 중의 하나가 되어왔다. 흔히 왜곡된 관념으로 여성들이 손쉽게 돈을 벌려고 성매매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성매매 여성들은 손쉽게 돈을 벌려는 사회의 도구로 이용되어 왔을 뿐이다. 성매매로 손쉽게 돈 버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기형적으로 확대된 성매매 산업의 이면에는 국가가 있었다. 1970~1980년대의 제주도 기생관광의 예를 보자.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의 조직적인 지휘 아래 제주도의 관광자원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수요만으로는 ‘장사’가 되지 않자, 기생관광을 하러 온 일본인 남성들을 빈 호텔과 여관의 고객으로 맞이했다. ‘기생관광도 애국’이라는 말이 당시 문화공보부 국장의 입에서 나왔을 만큼, 외화벌이 등을 내세운 국가의 정책적인 성매매 산업 지원, 묵인이 있었고, 기생관광은 여성단체에 의해 문제제기 되기 전까지 확대일로를 걸었다. 이러한 문제는 기지촌과 집창촌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성산업은 단순한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려 들면 안 된다. 누군가 경제적 이익을 보기 위해, 다른 누군가가 일방적 희생을 감수하게 만드는 것이 올바른 경제구조인가? 지금은 책임 있는 언론의 신중한 말 한마디가 절실한 때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일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