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고 살만 하십니까?

건강하지 않은 도시 서울

금오해령 | 기사입력 2004/10/24 [22:14]

숨쉬고 살만 하십니까?

건강하지 않은 도시 서울

금오해령 | 입력 : 2004/10/24 [22:14]
나는 지역의 70%이상이 산림지역인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서 성장했다. 그렇게 자라는 동안에는 농사를 지어온 집안이었기에 많은 농산물을 논밭에서 직접 가져다 먹었고 교과서에서 배우는 환경오염문제는 그저 멀게만 느껴졌던 듯 하다. 최근의 길지 않은 외국생활 동안에도, 운이 좋아 계속 ‘좋은 환경’에서 지냈다. 한동안 넓은 정원 가득 온갖 과일나무와 채소들을 가꾸던 모녀와 함께 지내느라 방금 따온 과일과 채소들을 먹을 수 있었다. 그 아주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종종 인근 목장이나 과수원으로 가서 신선한 치즈나 방금 만들어낸 주스 같은 것들을 사오곤 했다.

그 이후에 지내던 기숙사 역시 다소 외딴 곳에 위치해있어서 투덜거릴 소음이란 오로지 새소리 밖에 없었다. 호숫가의 백조나 거위가 이번에 몇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지가 새소식 거리가 되던 그 곳에서 여우나 붉은 다람쥐가 뛰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학교 가는 길에 수풀을 헤쳐서 산딸기를 따먹거나 이름 모를 열매를 입에 넣어보기도 했고, 잔디거나 잡초인줄만 알았던 푸른 풀들이 어느새 밀이 되는 것을 보며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 돌아온 서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소문으로만 듣던 ‘웰빙’ 물결이었다. 거대한 패스트푸드점들부터 동네 가게들까지 ‘해맑고’ ‘푸르른’ ‘자연의’ 식품과 메뉴들을 팔고 있다고 말하고, 각종 헬스클럽 등도 체형관리를 넘어서서 다양한 종류의 레파토리를 제공하며 ‘건강’을 말하고 있었다. 텔레비젼을 켜도, 신문을 펼쳐도 ‘녹색물결’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제껏 살아본 곳 중에서 가장 ‘푸르르지 않고’ ‘해맑지 않은’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곳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건강할 수 없을 듯한' 이 도시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문자 그대로 웰빙의 물결이 장악한 이 거대도시 서울에 들어선 첫날부터 심한 기침과 알레르기로 고생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집안에 쌓인 먼지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청소를 하고 공기 청정기를 돌리고 온갖 스프레이를 뿌려보았으나 기침은 멈추지를 않았다. 창문을 열어두어도 깨끗한 공기가 들어온다기보다는 각종 소음과 검은 먼지가 먼저 들어오는 듯 했다.

그러다 집을 나와서 버스를 타기 위해서 대로에 서있는데 숨이 탁하고 막히는 것이었다. 검고 탁한 매연이 입과 코로 화악 들어오는 듯해서 잠시 숨을 쉬기가 어려웠고 그 뒤로는 숨을 쉬고 있다는 자체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는 별다른 문제없이 끼고 있었던 반지와 시계까지 풀어두어야 했다. 피부가 간지러우면서 뭔가 피부에 접촉하면 돌기가 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이 기침과 알레르기의 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가 한 몫 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들 멀쩡하게 잘 지내는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전에 서울에서 몇 년 살아본 적도 있는데 이제와 혼자 예민하게 구는가 싶어서 그저 적응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이렇게 둔감해지는 것도 서글픈 혹은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도시가 주는 혜택들을 받고 있기에 환경에 대해서는 그저 체념하는 수 밖에 없는가 싶은 것이다.

집에 있으려니, 아파트 전세대 해충소독을 해야 한다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개미가 있다고 했더니 요즘 날로 해충들의 면역이 강해진다며 최근에 나온 강한 약을 권해준다. 한참 공기에 예민해져 있던 판인지라, 뭔가 약을 뿌려댔다면 개미보다 내가 먼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거절을 하려 했으나 다행히 분말 가루 같은 약이었다. 개미들을 왜 없애야 하는 건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보니, 이런 식으로 점점 더 독해지는 농산물의 농약들과 그러한 독한 무언가들에 그저 익숙해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미쳤다.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기침은 멎을 듯 하고, 항상 뿌연 듯한 시야도, 별이 거의 보이지 않는 밤하늘에도 아마 다시 익숙해 질 것이고, 슈퍼에서 야채 한 다발을 사는데도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익숙해져서 더 이상 문제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해도 그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닐 터이다. 지금 서울이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지적들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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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 2004/10/27 [15:58] 수정 | 삭제
  • 정부나 특히 국회의원들은 자기네 임기만 생각하기 때문에..
    환경문제는 손을 안 댄다고 그러죠.
    멀리 보는 문제니까 말이에요.
    위정자들 때문에 나라 말아먹겠다는 게 딴 얘기가 아닌 것 같아요.
  • 어둠 2004/10/27 [15:57] 수정 | 삭제
  • 예전엔 돈만이 최고 가치였죠. 저만해도..
    그래서 주위환경 특히 자연이나 .. 매연이나 그런 등등에 대해선 눈 감고.
    그래도 성매매 업소 주변은 아니길 바라면서.. 그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좀더 각박해진 것 같아요.
    왜냐면 매연때문에 질병을 얻게 되니까요. 결과적으로 돈이 더 드는 거죠.
    서울 전체로 봐도 결국 셈을 해보면 개발이란 게 돈을 잃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진짜로 2004/10/27 [14:14] 수정 | 삭제
  • 헷;.. ^^
    그래서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있잖아요.
    문제는 외곽들도 비대해져서. 그리고 비싸져서 그렇지.
    서울시는 돈이 많다는 점을 이용해야 할 것 같아요.
    엄청난 예산 들여서 버스노선을 바꿔버리는 걸 보면..
    고 절반만큼만 환경복지를 위해 쓰면 좀 달라질 거 아닐까요.
    명박이 대선 꿈 꾸느라 뭐든 일 치려고 할텐데.. 흠..
    개발이라는 거 밖에 눈에 안 보이는가 봐요.
  • ㅋㅋㅋ 2004/10/27 [07:15] 수정 | 삭제
  • 서울시 환경오염은 저를 비롯한 모든 서울시민들의 책임입니다.
    누구를 탓할수없는 문제입니다.
    우리들이 샴프쓰고 자동차 매연 등등. 우리들이 오염시키는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 의식수준은 환경을 철저히 지킬려고하는 선진국들 국민들 의식에 발가락에 떄만큼도 못따라 갑니다.
    누굴 탓할꼐 아니라 자기자신을 먼저 반성해야합니다.
    여러분들도 환경오염을 시킨 주범입니다. 남을 탓하지 마세요
  • 구름과자 2004/10/27 [04:45] 수정 | 삭제
  • 도시에 속하는 전주에 사시는데도 한 번 서울에 오실라치면 공기 때문에 숨도 못 쉬겠다고 하시죠. 그만큼 저도 서울에서 전주 내려가도 확 트인 느낌이 들죠.

    서울이 교육의 도시긴 하지만 애들 키우기에 건강에 많이 해로울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앞으로 환경오염 때문에 생기는 질병들이 훨씬 더 많아질거라고 그러더군요.

    지금이라도 좀 관련 규정을 엄하게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배기가스도 그렇구, 한강 더럽히는 오염원에 대해서도 엄벌을 내려야할텐데, 솜방망이 처벌만 하니까 문제죠.
  • apple 2004/10/27 [00:47] 수정 | 삭제
  • 요즘 갑작스럽게 더 심해진 것 같아요.
    근데 왜 수도이전 얘기 한창일 때
    서울의 환경에 대한 얘긴 없었는지 의아하더군요.
    그만큼 환경에 대한 관심은 제로라는 거겠죠.
  • 피린 2004/10/26 [16:49] 수정 | 삭제
  • 투덜거릴 소음이란 오로지 새소리 밖에 없었다니.. 부럽네요.
    제가 사는 곳은 집도, 회사도, 회사 가는 길도, 다 주위에서 공사를 하고 있답니다.
    한 번은 바로 집 근처에 공사판에서 너무 소리가 시끄럽길래,
    동네 주민(아이가 있는 분)이 항의를 했는데..
    업체는 꿈쩍도 안 하고.. 관련 부처인지까지 항의를 해야했죠.
    그런데도 법 규정상 수치를 어긴게 아니라고 하더군요. -_-
    규정이 어떻게 되어있길래.. 정말 괴로운 일이었죠.
  • 2004/10/26 [13:34] 수정 | 삭제
  • 서울 환경안좋은건 개나소나 알고잇는데
    이런문제 한두번 드러본것도 아닌데
    대안이라도 제시하십쇼
    대안은 아무것도 없네... ㅡㅡ
  • Hong 2004/10/26 [12:50] 수정 | 삭제
  • 처음에 서울 올라왔을 때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팠죠.
    토할 것 같은 매연에, 시커먼 하늘에, 별도 안 보이고 말이죠.
    하루도 더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몇 주 안 돼서 곧 적응하게 되더군요.
    지금의 서울은 더 심각하잖아요?
    몸이 공해에 익숙해지는 게 무서운 일 같아요.
    익숙해지긴 했지만 피부도 안 좋고, 몸 속은 더 안 좋겠죠.
    서울은 없는 게 없고 편하지만, 환경이 좋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도시같아요.
  • 밍키 2004/10/25 [10:28] 수정 | 삭제
  • 친구들과 한 번 올랐다가 서울 공기 내려다보고 질식했거든요.
    아주 새카맣더라구요.
    그거 보고 충격 먹어서 답답한 기분이 들면 북한산에 올라요.
    그러면 그동안 시커멓게 쌓인 폐속의 먼지를 털어내는 느낌이 들거든요.
    저는 서울토박이인데도 어렸을 때랑 환경오염이 너무 다른 것 같아요.
  • zzz 2004/10/25 [10:05] 수정 | 삭제
  • 기자양반 당신도 반성하고 나서 이런글 쓰쇼.

    당신은 환경오염 전혀 안시킵니까?

    샴프안쓰고 자동차운전안해요?

    공해문제는 서울시민 전체가 반성해야할 문제입니다.

    님도 반성하세여. 비판만하지마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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