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할 것을 알게 하는 동화책들

세상을 바라보는 건강한 생각 제공

윤하 | 기사입력 2004/11/14 [23:17]

알아야 할 것을 알게 하는 동화책들

세상을 바라보는 건강한 생각 제공

윤하 | 입력 : 2004/11/14 [23:17]
지난 번 기사를 통해 겉으로는 그럴듯한 생각을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잘 살펴보면 비교육적이고 왜곡된 가치관을 내포하고 있는 어린이 그림 동화책들을 살펴 보았다. 이런 동화책들 틈에서 진정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일깨우는 책들을 고르기가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또 그렇게 힘든 것만은 아니다.

어린이 책을 고르는 어른들이 주변 문제들에 대해 보다 진보적이고 예민한 시각을 가진다면 좋은 책들이 넘치고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기성세대의 생각이 녹아있는 세계명작 정도의 책들도 귀해서 읽기 힘들었던 지난 시절에 비해 요즘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많아지고 있으며,더불어, 우리의 삶을 일깨줘 주는 책들 역시 참 많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동물원은 동물을 위한 곳일까?”

우선 앤서니 브라운의 <동물원>은 기존의 책들이 문제의식 없이 동물을 사랑하는 한 기제로서 동물원을 바라보고 있었던 시각에 대해 진지하게 되묻고 있다. 동물들의 배설물로 냄새가 지독한 코끼리 우리, 사람들이 “아무리 고함을 지르고 유리문을 탕탕 두드려도” 구석에 웅크린 채 꼼짝도 하지 않는 오랑우탄 등, 여기에 등장하는 동물원의 동물들은 결코 행복하거나 보호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또한 이야기 속의 아이들은 끊임없이 서로 싸우고 소란을 떨며 동물들에게 집중하지 않는데, 그 모습 또한 참으로 사실적이다. 물끄러미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고릴라를 보면서 어머니는 “동물원은 동물을 위한 곳이 아닌 것 같아. 사람들을 위한 곳이지”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아이가 동물원 우리에 갇혀 있는 꿈을 꾸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이렇듯 이 책은 사람의 구경거리로 취급되고 동물원의 동물들의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과연 동물원이 진정 동물들을 위한 것인지를 물으며, 또 우리가 이들처럼 우리에 갇혀 있다면 어떨까 하는 문제제기를 조심스럽게 하면서 끝맺고 있다. 적어도 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마냥 즐거운 구경거리로 동물원의 동물들을 구경했던 어린이들이 그들의 처지가 되어 동물을 생각해 보게 되지 않을까?

장애, 삶의 다양성 차원에서 다뤄

두번째, J. W. 피터슨 글, D. K. 래이 그림의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는 장애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이 책의 화자인 ‘나’의 청각장애인 동생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의 불편을, 더 나아가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들을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는지를 보여 준다. 따라서 그들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 소리가 아니라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점은 이들이 가진 장애가 결코 장애라고만은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가르침이다.

예를 들어, “아주 작은 소리까지 들어내는 사람은 나예요. 풀밭의 아주 작은 움직임까지 보아내는 사람은 내 동생이고요.”라든지, “폭풍이 불어올 때, 갑자기 우르릉 천둥 소리가 울려도, 바람에 덧문이 덜컹덜컹 흔들려도, 내 동생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요. 그 애는 색색 잘도 잔답니다. 무서워하는 사람은 바로 나고요.”라는 부분은 장애인을 특별히 불편을 지닌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일반인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시각을 갖게 한다. 장애라는 것이 모든 상황이 그렇듯 단점도 있지만, 또 장점도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들과 다르기도 하지만, 조금도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은 장애를 시혜나 보호의 차원이 아니라 삶의 다양성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보기 드문 좋은 책이다.

이 책들 외에도 요즘 점점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이혼문제를 다루고 있는 네레 마어의 <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 죽음의 문제를 진지하게 사색할 기회를 제공하는 미스카 마일즈의 <애니의 노래>, 마녀에 대한 편견을 깨뜨려 주는 패트리샤 폴라코의 <바바야가 할머니>, 또 가난과 개발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국내 저자로는 보기 드문 한성옥, 김서정의 <나의 사직동>도 감동적이다.

물론 이런 책들이 아이들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좌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이 보다 진지하게 세상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데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은 부모 수준 이상으로 성숙할 수 없다. 그들 부모들의 말들, 가치관, 또 그들이 제공하는 책과 교육에 맞는 사람이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좀더 건강한 의식을 가지길 바란다면 부모부터 건강한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좋은 어린이 그림동화책들 속에는 어른들을 깨우치기에도 충분한 좋은 이야기들이 넘친다. 동화책을 고르며, 아이들과 함께 독서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한개 2004/11/19 [17:50] 수정 | 삭제
  • 초등 4학년 가르치는 데
    요즘 사회시간에 가정생활에 대해 가르치는데
    참 가르치기 난감합니다..

    부모님 이혼해서 엄마랑만 사는 아이, 별거한 아이, 이혼하셔서 안계셔서 할머니, 할아버지랑만 사는 아이..별별 애들이 다 있는데
    사회 교과서를 보면 모두 다 엄마,아빠, 귀여운 아이 둘(그것도 꼭 남자, 여자 아이 한 명씩)이 있는 삽화만 있습니다..

    애들이랑도 쭉 훑어보면서
    세상에 이런 가족들만 있는 것도 아닌데,
    교과서의 그림은 이런것만 있으니 이상하지 않냐,
    교과서에 이런 그림들 실어서 너희들한테 이런 가족들만 정상이라는 식으로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니까
    애들도 정말 그림들이 다 똑같고 이상하다고들 대답은 하더군요..
    정말 그렇게 생각들 생각해서 그렇게 대답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애들한테 가족의 형태는 여러 형태가 있고
    모두 다 서로 믿고 사랑하면서 기대고 살 수 있으면
    특히 내가 가족이다라고 느끼면 그게 가족이다 라고 가르치고 싶은데 마땅한 자료가 없더군요..
    애들도 지금까지 배웠던 것이랑 다르니까 혼란스러워하고..

    기사에 나온 <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한 번 구입해서 애들하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제가 가르치려는 방향하고 맞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돼지책>도 사서 같이 읽어보고..

    딴얘기인데..
    생각해보니 도덕시간에 뭔가 배우면서 점자 블럭같은 장애인 편의 시설이라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무성의하게 만들어졌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어떤 애가 물어봤던 것이 기억나네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왜 밖으로 나와요? 집에 있어야지."

    뭐 순간 할 말 잃고
    너 같으면 방학 때 집에 1주일동안 꼼짝말고 있으라고 하면 어떨것 같냐고 물어보니
    절대 그렇게 못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런 일 있을때마다 얘네들을 어찌 가르쳐야 하나
    난감하고 또 슬픕니다..

    애들 그 놈의 장군들 위인전 좀 그만 읽고 좋은 책 많이 찾아서 읽어주고 읽으라고 시키고 해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런 책들은 별로 없더군요..특히 우리나라 작가분이 쓴 것은요..

    아무래도 우리나라 분이 쓴것이 더 실제모습도 잘 반영할 수 있고
    이름들도 친숙해서 아이들도 더 친근감을 느끼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그 점이 좀 안타깝네요..
  • 누비 2004/11/17 [14:14] 수정 | 삭제
  • 어렸을 때 동화책 많이 읽었는데 어떤 동화가 좋은 거였는지 생각해보니까 딱 떠오르는 게 하나도 없네요.. 좀 커서 읽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정도..

    동화 기사들 보니까 동화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져요. 요즘은 많이 나왔다고 하는데 책방에서 책 고르는 재미도 좀 느껴보고 싶구..
  • 와키 2004/11/16 [02:15] 수정 | 삭제
  • 책 소개 해주는 기사처럼 동화같은 것도 좋은 것들 소개해주는 그런 코너가 있음 좋겠는데요. 기사 보니까 <내게는...>이랑 <아빠는 지금...>이나 <애니의 노래>같은 책을 읽어보고, 읽혀주고 싶군요.
  • -_- 2004/11/16 [00:23] 수정 | 삭제
  • 미꾸라지와 동급인 인간들이 몇몇 보이네.
  • .... 2004/11/15 [18:28] 수정 | 삭제
  • 저 중에 제가 본 동화가 한 권 있네요. 독특한 동화구나 싶었죠...
    동화라고 다 같은 게 아니라 어떤 건 읽혀서 해가 되는 것도 있다는 거..
    중요한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게 다 교육이고,사화회죠.
    저도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 수미 2004/11/15 [17:04] 수정 | 삭제
  • 좋은 동화책들 가리는 것도 일이에요.

    동물원이란 책도 좋지만..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이 책 참 얘기만 들어도 감동적이네요.

    그리고 그림도 넘 맘에 들어요..

    느낌이 좋은 동화책인 것 같은데, 취학 전 아이들에게 읽혀주면 좋을 듯 해요..
  • 777 2004/11/15 [07:09] 수정 | 삭제
  • 페미들을 위한 동화책 광고하는것 같군,,, ㅋㅋ
  • 오호.. 2004/11/15 [03:55] 수정 | 삭제
  •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이 책은 어른들도 읽어야할 동화책인 것 같은데요.. 꼭 사서봐야겠어요.
  • 바보 2004/11/15 [01:07] 수정 | 삭제
  • "국내 저자로는 보기 드문 한성옥, 김서정의 <나의 사직동>도 감동적이다."

    도대체, 기사를 발로 읽냐?
  • ㅋㅋㅋㅋ 2004/11/15 [00:05] 수정 | 삭제
  •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든 동화책은 없습니까?
    기왕이면 문화가 틀린 외국동화책보다 우리나라 동화책을 읽어주면
    더 좋을껏 같은데? ㅋㅋ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