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권에 대한 인식 자리잡기를

SBS <그것이 알고싶다> '외면당하는 모성'

강우진경 | 기사입력 2003/05/20 [13:22]

여성노동권에 대한 인식 자리잡기를

SBS <그것이 알고싶다> '외면당하는 모성'

강우진경 | 입력 : 2003/05/20 [13:22]
5월 17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외면당하는 모성, 그녀들의 선택은?'이 방송되었다. 제작진은 "'출산의 권리'와 '노동의 권리' 가운데서 갈등하는 여성들의 고민을 통해 모성보호관련법의 문제를 살펴보고, 사회가 여성의 출산권과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개정된 모성보호관련법은 2001년 11월부터 시행됐다. 60일이었던 출산휴가는 90일로 연장되었고 이 중 2개월의 임금은 사업주가 부담하고 1개월의 임금은 국가가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생후 1년 동안 아내와 남편은 휴직신청을 할 수 있으며 휴직기간 중에 한 달에 20만원이 지급된다. 그러나 모성보호법을 실제로 지키고 있는 회사는 별로 없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임신을 하거나 출산한 직장여성들의 다양한 사례들을 담아 내려 노력했다.

- 임신8개월에 사무직 회사원인 여성
"회사다니며 결혼, 임신한 경우가 사내에 내가 처음이다. 출산휴가를 받은 선례가 그동안 없었다. 한 달의 반 이상을 야근해도 주변에서는 그만두어야 될텐데 라고 말한다."

- 결혼한 지 10년 만에 임신한 여성
"쫓겨날까봐 임신한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도 못한다. 동료들도 임신하면서 다 떠났다."

- 병원 물리치료사로 일했던 여성
"직장에서 죄인 취급하고 원장이 커다란 혜택을 베푸는 양해서 출산휴가가 사업주의 권한 인줄 알았다"

방송은 또 모성보호법의 수혜 대상도 되지 못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전체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현재의 모성보호법은 의미가 없는 것이며 비정규직의 특성별로 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 학습지 교사로 일하다 근무 스트레스로 유산한 여성
"업무량을 줄여달라는 요구를 회사가 묵살했다. 법은 전혀 우리편이 아니다"

- 은행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여성
"회사에서는 상사들이 나보고 건방진 계집애, 3개월이나 출산휴가 쓰냐고, 버르장머리 없다고 말한다. 내가 이기적이고 동료의식이 없는 거란다. 결국 업무가 전혀 다른 팀으로 보내졌다"

정규직 여성들에 비해 비정규직 여성들에게 회사는 '재계약' 성사여부를 이용하여 협박하고, 훨씬 노골적으로 퇴사를 강요한다. 이들은 회사를 상대로 싸우고 진정서를 내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는 것이 정말로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모성보호법이 보다 효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사업주가 부담하고 있는 부분의 비용을 국가차원에서 사회보장비로 점차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외면당하는 모성, 그녀들의 선택은?'은 실질적으로 직장여성들에게 '권리'가 되지는 못하고 있는 모성보호법과 그 시행을 둘러싼 문제점을 잘 다루었다. 그렇지만 방송이 끝날 때 즈음엔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사회가 여성의 출산권과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지만 그 방안부분은 약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는 남성들의 반응들- 역차별이다, 여성들이 힘들다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등-을 보았을 때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다.

 
모성보호 관련법들이 제대로 제정되고,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외국사례들을 소개해주고, 그런 제도들이 국민들의 삶과 인식에 어떻게 자리잡았는지를 보여 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돈 있고 빽 있고 그러면 누가 부인 나가서 일하게 하겠습니까"라고 말하는 한 남편의 멘트를 내보낸 것은 몹시 불편했다. 기혼여성의 노동권이 남편에게 부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출산을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말한 사회자의 정리 멘트도 좀 의아한 것이었다. 여성의 노동권과 출산권, 그리고 모든 사람의 양육권이 보장되어야겠지만 '아이를 낳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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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nerpower 2003/06/17 [13:10] 수정 | 삭제
  • 모두의 의무.. 공감합니다.

    비단 아이를 출산하는것뿐만아니라...
    양육에서도 공동의 의무입니다.

    여성들의 출산휴가는 한정이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그 한정되어 있는 사이
    아이는 전부크지 않지요.
    분명.. 양육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생후 몇개월동안은 말이지요...
    그것을 여성이 혼자 다... 하는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일을 그만두게 되는 여성들도 많아지는 것입니다.

    모두의 의무입니다.
    남편도...
    반드시 출산휴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럼 남편들이 없을뿐더러...
    사회에서 인정해주지 않고있습니다..
    비웃고.. 팔불출 정도로 생각을 하지요..

    여성 출산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멀었습니다.
  • 모두의 의무 2003/05/21 [16:45] 수정 | 삭제
  • 저도 그 남편 말이 아쉬웠어요. 저 대목에서 저런 인터뷰를 꼭 넣어야하나.. 차라리 민우회노동센터 간사 인터뷰를 보다 전문가적인 의견으로서 더 실었던 것이 훨씬 나았겠다,싶었죠.

    '모두의 의무'란 표현은 옳다고 봅니다. '여자는 시집가서 아이낳아 잘 키워야'한다는 편견때문에 우리 여자들에겐 '의무'라는 단어가 반감을 먼저 떠올리게 할 수도 있지만, 권리와 의무가 '사회'라는 조건에서 존재하는 것이므로, 사회가 없다면 권리와 의무란 개념도 없죠. 그 사회의 존속을 위하여 사회구성원은 사회구성원의 재생산과 사회화가 의무입니다. 여기에서 출산과 양육에 대한 국가지원이 정당화된다고 봅니다. 아이를 선택한 사람만의 역할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세금으로 지원되어야 마땅하는 모두의 의무라고...
  • 2003/05/21 [00:12] 수정 | 삭제
  • 우린 목이 터져라 외쳐왔는데......
    색다를 것도 없는 뻔한 내용의 취재... 한 시간남짓한 TV방영...
    그것이 갖는 힘은 우리 모두의 투쟁보다 더 크다.
  • 아줌씨 2003/05/20 [15:23] 수정 | 삭제
  • 광수아저씨가 그랬거덩요.
    사랑하는 여자에게 험한 사회생활하게 할 수 있냐고요.
    자기는 아내를 곱게 집에 모시고 싶대요.

    좇선같은 남정네가트니라구!
    두 번 사랑했다간 여자 박제되겠네.

    근데 이렇게 말하는 남정네덜이 많더란 말이지요.
    그럼 사랑하는 여자에게 그 궂은 집안일을 시킬 수가 있담.
    애키우는 것 버금가는 노동도 없는데 육아까지 연약한 여자에게 전담시키고.

    사실은 여자들이 남자들과 동등하게 일하는 게 싫은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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