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팔고 싶은 사람은 없다

서울대 BK21, 성매매 피해여성 법적대응 모색

김이정민 | 기사입력 2003/05/25 [11:23]

성을 팔고 싶은 사람은 없다

서울대 BK21, 성매매 피해여성 법적대응 모색

김이정민 | 입력 : 2003/05/25 [11:23]
성을 사는 사람만 처벌하고 파는 사람은 처벌하지 않는 법률을 제정한 스웨덴의 사례가 각국 성매매 법안의 모델로 자주 언급된다.

"세상에 성을 팔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 성을 파는 사람만 처벌하는가 라는 질문에 스웨덴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성매매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 '성매매된 여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매매방지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23일 '성매매 피해여성과 법적대응'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서울대 BK21 법학연구단 공익인권법센터 주최로 열렸다. 토론회 1부 사회를 맡은 정인섭 서울대 교수는 "이제까지 여성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해 온 사안인 성매매 문제를 법학적 관점에서 이야기한다는 데에 이 자리의 의미가 있다"며 법학계에서 성매매 문제에 대해 구체적 법적대응을 모색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성매매 밀집 지역만 단속하겠다?

서울지방경찰청 김강자 총경은 현재 한국의 성매매 유형을 전업형, 겸업형, 자영형으로 나누어 이 중 인권유린이 심각한 전업형을 집중적으로 단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총경은 현실적으로 경찰이 모든 성매매 현장을 단속하기 어렵다는 점과 집단촌을 형성하고 이루어지는 성매매가 가장 심각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공창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온 김강자 총경은 이 날도 특정 지역에서만 성매매를 허용하고 이를 처벌하지 않는 규제주의 안을 지지하는 뜻을 보였으나, 다른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이에 비판을 제기했다.

이호중 외대 교수는 "규제주의가 과거 특정한 시공간에 집중하여 성매매가 이루어지던 시절의 모델이다. 이것이 앞으로 대안이 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며 반대입장을 표했다.

 
양현아 서울대 BK21 법학연구단 연구원도 "전업형, 겸업형, 자영형이라는 분류 자체가 문제가 있으며, 이들 사이의 상호관계나 유입이 없겠느냐"고 질문하면서, "전업형 안에만 착취, 학대, 채무, 인권유린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제숙 여성부 권익기획과장은 "경찰이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정책으로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강자 총경은 "겸업형이나 자영형 성매매를 하는 여성 중에는 명품을 사기 위해서, 더 많은 용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고 선불금 5억을 받고 마담을 하는 여성도 있다. 이런 여성들까지 우리가 보호해야 하느냐"는 발언을 해 참가자들로부터 반인권적인 발언이라는 빈축을 샀다.

성매매 피해여성 보호가 가장 중요

이 날 가장 무게를 두고 논의된 사안은 현행법의 한계와 성매매 피해여성을 지원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것이었다. 변화순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원은 외국의 현행법과 국제동향을 제시하면서 "금지주의의 원칙을 고수하되, 성매매 피해여성을 보호하고 성을 사는 남성과 중간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호중 외대 교수는 "성매매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자발성이 현재로선 보장되지 않는다. 일단 모든 성매매 여성들을 해방시킬 수 있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성매매 여성이 당연히 보유해야 할 구체적 권리를 확정하고 법제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이제까지 그다지 가시화되지 않았던 성매매 산업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자들, 즉 중간관리인들에 대해 엄격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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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티즌 2003/05/26 [13:03] 수정 | 삭제
  • 지금 여성계가 추진중인 성매매방지법에서는
    '성매매한 자'와 '성매매된 자'로 구분하여
    '성매매한'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리고 성매매 여성에 대한 강제적인 보호관찰제도도 그대로
    살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일다' 기자님의 생각은 어떤지 알고 싶습니다.

    '성매매방지법' 제정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분들이 보수적인 종교단체
    중심이어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보다는, 성매매 근절이라는
    다분히 "도덕적인 접근"을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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