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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2년 나기]
여성주의 저널을 만들어오면서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조이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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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겼어요!”

2004년 2월 27일. 구직 중인 여성노동자, 즉 실업자의 노조가입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벌인 싸움에서 노조 측 대리인을 맡았던 김진 변호사는 결국 3년간의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내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김진 변호사는 그 동안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 법조계에서 ‘이기기 어려운’ 소송만을 맡아왔기에 그 기쁨은 더 컸던 것 같았죠. 그 틈을 타서 원고 청탁을 했는데, 승소의 기쁨에 흔쾌히 수락을 해주셨던 기억이 즐겁게 남아있습니다.

2003년 11월엔 기독교계 총회장이라는 한 목사의 “기저귀” 발언이 문제가 됐습니다. 기독교계의 성차별성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사건이라고 판단, 일다와 함께하는 분들 중에 기독교인을 물색했습니다. 교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교회의 문제점을 고발할 때 설득력이
더 크리라는 판단에서죠. 아마도 이 때의 기사청탁은 ‘이렇게 가부장적인 교회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기사)책임을 지라’는 강요같은 것이었을 겁니다. 그리하여 한 여성교인이자 전도사인 기자분의 목소리로 내부고발과 더불어 교회의 성찰을 촉구하는 기사가 나가게 됐죠.

그런가 하면 몇 년 새 갑작스럽게 ‘저출산’ 현상이 사회의 커다란 ‘문제’로 이슈화되기 시작했죠. 정부와 야당이 출산수당을 주겠다는 식의 대책(?)과 육아휴직, 육아보조금 등을 제시했을 때 여성들, 특히 직장을 다니는 기혼여성들이 분개했습니다. 여성들이 하고 싶은 말들은 무척 많았지만, 하나로 좁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책 만들 때 누구 의견을 듣는 거야? 우리한테 물어봐!” 일다 기자 중에 막 임신을 한 직장인이 계셔서 누구보다 절실하게 직장여성들의 일과 양육현실을 취재하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누구의 목소리를 담을 것인가. 이 문제에 있어서 일다의 저널리즘은 원칙적으로는 당사자주의를 표방해왔습니다. 일다 기사들엔 스토킹 피해의 경험, 이혼의 경험, 동거의 경험, 성폭력의 경험과 치유의 경험, 고소고발의 경험, 커밍아웃의 경험, 여성운동의 경험 등이 당사자의 목소리로 녹아나 있고, 이 같은 여성들의 경험은 언제나 독자들과 깊이 공명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2004년 9월, 네 개의 일다 칼럼 코너를 신설한 것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확장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성노동’ 칼럼은 어떤 방식으로든 ‘노동’하고 있는 전체 여성들이 가부장제와 노동시장의 성차별성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2주년 기획으로 ‘노동운동의 가부장성’을 여성노동자의 입으로 비판하는 기사연재를 시작했는데, 그것은 노동운동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일다의 특색으로 많은 사람들이 꼽고 있는 <성소수자> 코너는 그 자체로 ‘당당함이 좋다’는 평을 받아왔습니다. 혹자의 표현으로,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일다 사이트에 안착해있는 이 코너가 이성애중심 사회를 비웃는 것 같다”고요. 거기에 더해 <이반감성> 코너에선 다양한 레즈비언들의 감성이 묻어나는 글을 싣고 있는데, 밤 12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십대 레즈비언이 짬짬이 글을 보내온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쟁을 어떻게 보도하느냐의 문제에 있어서도 여성들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하는 방식이 가장 정확한 보도였다고 판단됩니다. 가령, 이라크의 현재를 살아내고 있는 여성들이 보내온 서신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진짜 전쟁의 모습을 보도하는 방식이 될 수 있었습니다. 2003년 7월, 이라크여성연맹(IWL) 측이 급수시설, 전기시설, 통신시설 복구를 촉구하면서 요청한 내용 중엔 ‘오염된 식수로 인해 아기분유는 보내도 소용이 없으니, 안전한 식수와 식량을 가정의 가장이 아니라 수유하는 어머니들에게 먼저 지급해달라’는 부분이 있었다는 걸 기억합니다.

새로운 세계관을 지향하며

한편 일다에서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고무적인 변화가 있다면, 환경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는 것입니다. 면 생리대나 플라스틱 제품 사용, 쓰레기 분리수거,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하지 못한 채 살아왔는데 갈수록 환경에 대한 감수성이 민감해지더군요. 그것은 예전 일다 사무실 바로 옆 건물에서 1년간 공사가 진행되는 바람에, 평소에 붉은 공기를 마시며 엄청난 소음공해에 시달리면서 업무를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당장 몸에 변화가 왔으니까요.

환경과 생태주의에 대한 고민은 1년간 <다시 짜는 세상> 칼럼 방을 한 주도 빠뜨리지 않고 운영해온 윤하님의 글을 통해서도 많이 자극을 받았습니다. 또 동물의 권리와 관련한 일다 기사들엔 애완동물을 반려동물로 키우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무척 고생했던 기자 몇 분의 고민이 담겨있습니다.

환경과 생태계를 생각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사가 있습니다. 윤박경님이 새만금 지역 여성들과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하며 이들의 갯살림과 간척개발에 저항하는 과정을 담은 보고서를 접했을 때는 가슴이 다 떨려왔죠. 이 보고서는 2003년 9월부터 일다에 “새만금 그곳엔 여성들이 있다” 제하의 기사로 요약, 발췌돼 3회 연재됐는데, 여성이 만드는 녹색정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일다가 2년을 지내오는 동안 기사의 절반 가량은 사이트가 아닌 사무실 벽 속에 녹아있을 거란 느낌이 들 정도로 끈질기게, 박 터지게 고민해왔던 이슈들이 있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여성운동의 흐름에 대한 성찰과 여성정치세력화의 방향, “효를 버려라!”로 시작한 가족주의 비판과 가족주의를 넘어선 사회를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 수많은 여성들의 삶과 직결돼있는 성매매 산업과 이를 지탱하는 구조에 저항하고 대안을 찾는 최선책 등입니다. 이러한 고민들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아마 일다의 역사가 계속되는 동안 끝까지 함께하지 않을까 합니다.

한편, 소위 얘기하는 ‘진보진영’ 지식인 또는 매체와의 대립 각이 서기도 했었습니다. 진보진영 혹은 사회 운동권 진영은 일다의 시선을 어떻게 판단해야 좋을지 몰라 헤매는 분위기입니다. 아래로부터의 여성정치세력화를 주장하는 걸 보면 민중언론인 것 같은데,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줄곧 이야기하는 걸 보면 보수언론인 것 같고. 이런 식이죠. 북한인권 얘기만 나오면 일다를 공격하는 ‘진보’들이 계신데, 어쨌든 일다가 여타의 진보진영과 다르다는 점 하나는 확실합니다. “그 민중에 여성이 없다”는 것을 성찰해야 일다의 시선이 기존의 진보, 보수 틀이 아닌 새로운 세계관에 바탕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다와 만난 사람들

일다의 상근자는 편집장을 포함해 두 사람입니다만, 일다와 함께 하는 사람들, 일다가 만나온 사람들은 수백 명에 이르지요. 일다 연재기사들은 갑작스레 사무실을 방문한 사람들로 인해 기획되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여자가수들을 돌아보는 한국여성음악인 재조명 기사는 주문정언님이 개인적인 감성을 담아 회고하듯 기술한 기사들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공명한 관계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식민지 시기 근대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동성애’ 관계를 따라가보면서 시작된 일다와 ‘신여성’의 인연은, 이후 인터넷 전문매체인 <퍼슨웹>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기획 시리즈가 가능해졌습니다. 김미지, 손유경님이 신여성의 연애와 직업, 사상 등을 훑어볼 수 있는 기사를 보내주셨고 일다와 <퍼슨웹>에 공동 연재됐죠. <퍼슨웹>의 공숙영님이 일다 인터뷰 방식에 관심을 갖고 연락해오셨다가 이런 인연의 끈이 이어졌는데, 앞으로도 일다와 만나갈 일들이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일다에선 딱히 여성문학, 여성영화라고 이야기되지 않는 작품들에서도 여성주의, 혹은 여성들이 공유할 수 있는 ‘무엇’을 건져내는 방식으로 기사화를 시도해왔습니다. 일다 호프에 물품을 지원해주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한 최김지은님은 조선시대 여성의 삶을 ‘기녀작가’나 ‘사대부작가’로 대표되는 여성작가만 아니라, 남성작가들의 한시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지 않은가 라는 의견을 주셨죠. 이렇게 ‘적극적으로’ 문화를 읽고 시대를 읽고 여성의 삶을 읽는 방식의 기사연재가 시작됐고, 계속해서 새로운 주제의 연재기사를 준비 중입니다.

한편 개인적으론 일다에서 1년 넘게 한 예술가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정은의 빨강그림판>을 50회 가까이 연재한 이정은님의 최근 작품을, ‘여성성’이라는 주제의 공동전시 <여덟 개의 방, 여덟 개의 시간>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보다 성숙한 작품세계를 보여주었죠. 2004 일다 다이어리의 일러스트레이터기도 한 정은님과 일다의 인연은 서로가 강렬한 색깔로 만나고 교합되는 부분이 있기에, 더욱 깊어질 것 같습니다.

두 돌을 맞이했다고, 무턱대고 머리에 떠오르는 지난 두해살이를 글로 적어보았는데 긴 글이 되었군요. 고마움을 표하려면 159명의 기자들 한 분 한 분에 대한 글을 써야 할 것 같고, 일다를 재정적으로 도와주신 모든 일다의 친구들과 사무실에 다녀간 분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아쉬운 대로, 단편적인 기억들로 창간 2주년을 기념하려 합니다. 일다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과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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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5/03 [13:14]  최종편집: ⓒ 일다
 
uGonG 05/05/03 [20:56] 수정 삭제  
  마지막에 "감사합니다."라고 끝나는데, 제 가슴 한 쪽이 뭉클해지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네요. '감사합니다.' 아마 이 말은 많은 일다 독자들이 일다의 기자 님들, 일다의 기고자 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게으른' 일다 독자이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일다 기사를 열심히 읽고, 알리고, 고민하고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희숙 05/05/03 [23:44] 수정 삭제  
 
늘 좋은 기사 볼 수 있게 해주신 거 감사드립니다.
2주년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들도 참 감동적이네요.
2주년을 축하합니다.

tksxk 05/05/04 [11:44] 수정 삭제  
  일다에서 놀랄만한 기사들을 몇 개 보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다른 언론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것에 감탄했습니다. 그렇게 멋진 기사를 건지는 재미가 있는 곳이라서 많이 좋아하는 사이트입니다. 2년이나 되었다니 멋집니다.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지은 05/05/04 [23:17] 수정 삭제  
  언니도 또 일다도
고맙습니다.
초록이 05/05/05 [12:10] 수정 삭제  
  여성운동도 제도와 법을 바꾸는 큰 흐름에만 몰입해서, 정말 우리가 소홀히 했던 생활주변의 많은 부분에 대해 크게 눈을 뜰 수 있게 해준 것이 일다라고 생각합니다.
호주제폐지에 목매어 다른 여성의 뼈아픈 현실을 드러내는 의제발굴에 소홀했고,
이젠 권력이 되어버린 거대 여성단체들에게, 여성이란 이름만으로 연대한다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지역에서 힘들지만 꿋꿋하게, 운동의 끈을 놓지 않는 많은 활동가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맨땅에 해딩하듯 2년간 이끌어온 일다가 이젠 운동의 관성에 물든 많은 운동단체에 신선한 자극이 되길 희망하며, 조이 편집장님, 그리고 많은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worm 05/05/06 [11:26] 수정 삭제  
  일다 기사들 무척 좋아해요. 다른 데선 볼 수 없는 기사들이라서 감사히 보고 있어요.
어떤 문제에 대해 궁금해지면 그 때마다 글을 찾아읽게 되는 곳이에요.
일다를 알게 된 게 기뻐서 친구들에게 기사 읽어보라고 보내줄 때도 있었어요.
2주년이 되셨군요. 축하해요. 앞으로도 번창하시기 바래요.
길찾기 05/05/06 [23:15] 수정 삭제  
  일다 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2년이라는 시간동안 참 많은 이슈들을 다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읽어봐도 새롭고 귀한 기사들입니다. 소수자, 경계에 선 존재들의 관점에서 대안의 목소리, 대안의 문화, 대안정치를 향한 일다의 힘찬 도약과 공명을 일으킬 수 있는 큰 울림으로 활짝 꽃피워지길 기원합니다. 일다,,아자아자 화이팅..! ^^
토끼 05/05/10 [14:59] 수정 삭제  
 
좀 늦게 달려왔네요.
일다 2주년 맞은 거 축하해요!

스밀라 05/05/21 [10:51] 수정 삭제  
  엉뚱하게 다시 찾아들어왔는데. 저릿저릿한 2년 나기 글 잘봤습니다.
2주년 축하드리고요, 일다를 만드시는 분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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