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호모포비아, 치료 가능하다

동성애공포증을 앓고 있을지 모를 당신에게-(끝)

박이은실 | 기사입력 2003/05/31 [00:46]

[기고] 호모포비아, 치료 가능하다

동성애공포증을 앓고 있을지 모를 당신에게-(끝)

박이은실 | 입력 : 2003/05/31 [00:46]
오랜 역사 동안 인간은 단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리고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불신하고 멸시하고 폭행하고 또 살육해 왔다. 편견에서 자유로운 자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바이른 폰의 ‘호모포비아’ 중에서)

동성애공포증이란

흔히들 '포비아'라고 원어를 빌려와 쓰곤 하는 ‘공포증’은 어떤 것, 사람 등에 공포심을 갖는 ‘병’이다. 동성애를 생물학적 성이 같은 사람 사이의 애정이라고 했을 때 호모포비아 즉, 동성애공포증은 별다른 이유없이 생물학적 성이 같은 사람 사이의 애정 혹은 그 당사자들에 대해 공포심을 갖는 ‘병’이다.

동성애가 생물학적 성과 그에 따른 사회적 성역할 등의 '자연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믿는 편견등과 함께 유발되는 동성애공포증. 이 병의 증세들 중에는 '여성적인 남성', '남성적인 여성'에 대해 갖는 반감부터 시작해 동성애가 법적, 정치적, 윤리적, 도덕적 질서를 흐트린다고 믿는 것까지 다양한 양태를 띈다.

엘리자벳 영-부르헐(Elisabeth Young-Bruehl)에 따르면 이러한 공포 증세를 크게 세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그 첫째가 강박적 편견증세다. 이 증세는 상대방을 자신을 파괴하려는 적으로 봄으로써 상대방을 반드시 제거해야 할 존재로 여기는 증세이다.

둘째는 병적 신경증적 편견증세다. 이는 상대방을 자기 자신과는 ‘다른 종’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기보다 열등하다고 믿으며 상대방을 성적으로 위협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증세다.

셋째는 자기도취적 편견증세다. 이는 단순히 자신과 ‘다른’ 사람을 참지 못하는 증세다.


동성애공포증과 성차별주의자는 형제자매간

소위 '여성성'에 대한 이성애 남성중심적인 편견은 여자는 약하고 비이성적이면서 성적이고 때문에 열등하다고 믿는 사회심리적 증세를 낳았다. 이들 남성중심 이성애주의자들은 남성동성애자들에 대해서도 꼭 같은 편견을 갖는다. 왜냐면 이들은 남성동성애자들이 “여자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어의 ‘패곳 (Faggot, 여자같이 연약한 동성애 남자를 욕할 때 흔히 쓰이는 말)’이나, 한국에서 욕설로 쓰이는 ‘기집애같은 놈’이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


동성애공포증은 이성애자들만의 병은 아니다

오랜 노예세월을 겪는동안 노예들이 배우는 논리는 노예와 주인 관계를 타파해야 한다는 인간평등의 논리가 아니라 '주인는 주인이고 노예는 노예'라는 주인중심의 사고관이었다.

오랜 성불평등과 남성중심적인 사회 속에서 나고 자란 여성들이 배운 것들은 여자와 남자가 사람 대 사람으로서 평등한 존재라는 인간평등의 논리가 아니라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생물학적 성에 의한 이분법적 위계와 차별의 논리였다.

오랜 세월 동안 이성애자의 논리가 권력을 잡아왔던 사회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배운 것은 이성애자건 동성애자건 또 다른 성애자들이건 상관없이 하늘 아래 인간 모두는 성애에 관계없이 평등하다는 인간관이 아니라 '이성애만이 오로지 존재할 수 있는 모두'이고, 그 외의 것들은 병이고, 도착이라는 논리였다. 온전한 제 스스로의 모습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생존을 위해 스스로의 존재를 거부해야했던 많은 동성애자들은 남성중심의 이성애적 논리를 내면화하고 스스로의 존재를 거부하기에 이른다. 혹자는 이를 일러 또한 동성애공포증이라 한다.


동성애공포증, 고칠 수 있다

동성애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믿는 동성애공포증 환자가 당신이라면 동물들의 동성애에 관한 과학적 연구자료들을 봐보면 어떨까? 그리고도 여전히 동성애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생각된다면 이런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도대체 자연스럽다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 생각대로 세상이 돌아가 주는 것? 그러면 다른 이들의 생각은? 우리의 자연스러움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면, 자연스러움에 대한 관념역시 역사 속에서 무심히 있어온 것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너무 발칙한가?

또 하나 동성애가 에이즈 바이러스 양산의 온상이라고 믿는 동성애공포증 환자가 당신이라면 당장 권할 것은 유엔에이즈(UNAIDS) 웹싸이트를 방문해 에이즈 환자군 통계를 내려받아 보라는 것. 2002년 12월 현재 전세계 바이러스 감염자 수 4천2백만명 가운데 반이 여성이고 이들 중 90%가 남편과의 이성애 성관계를 통해 에이즈바이러스를 감염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4천2백만명 중 8%가 넘는 5백만명의 에이즈감염자와 환자가 어린아이며 이들은 바이러스 감염 어머니의 수유를 통해 감염되었다는 것을, 이외에도 상당부분이 마약 복용과정에서의 주사나눠쓰기를 통해서였다는 것을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동성애가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동성애공포증 환자가 당신이라면 세상에 너질러진 진짜 혐오스러운 것들을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자본에 착취되어 값도 제대로 매겨지지 못하는 노동은 어떨까? 한 줌도 안되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저질러지는 대량학살행위인 전쟁은 어떨까? 한 잠자리를 쓰는 부부라는 이유로 인격이 무참히 유린되는 부부 사이의 강간은 어떨까? 또 애인 사이의 강간은 어떨까? 그리고 그 폭력과 강간 끝에 종종 덧붙혀지는 살인은 어떨까? 이게 혐오스럽지 않다면 그러면서도 동성애공포증 또한 앓고 있다면 당신은 진짜 중증환자다. 늦지 않게 가까운 병원을 찾길 희망해본다. 당신을 위해.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많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해와 포용의 능력이 없었다면, 오로지 편견어린 시선들만 있어 왔다면, 인류는 이미 멸망해 화석만이 인류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존재, 오늘 우리의 실존이 당신과 나의 이해와 포용의 잠재력을 증명해주고 있는 건 아닌가?

동성애공포증을 남몰래 앓고 있을지 모를 당신에게 말을 건넨다. 이제 대답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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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24 [01:47] 수정 | 삭제
  • ㄴ 최근 10년간 동성애 혐오가 급증했음을 알 수있게 해주는 댓글
  • ㅋㅋㅋ 2018/02/27 [12:51] 수정 | 삭제
  • 호모포비아가 치료? ㅋㅋㅋㅋ 그럼 동성애 새끼들도 치료 가능하겠네 ㅋㅋㅋㅋㅋ 좆병신 새끼
  • 결이 2008/10/07 [19:07] 수정 | 삭제
  • 이런식으로 풀이할수도 있다니 참 대단해요.. 그냥 호모포비아는 피해야지 했는데...
    퍼가도 될까요? 너무 좋아서..ㅎㅎ
  • 깜별★ 2005/04/01 [12:02] 수정 | 삭제
  • 치료는 좀 어려운것 같은데요 ? ㅋ
  • 코알라 2003/06/01 [23:53] 수정 | 삭제
  • 내가 직접 본 사례가 없어서 어떻게 말하기 그렇다.
    어쨌든 이론상으로나마 고칠 수 있다고
    낙관하자.
    푸핫!
  • del13 2003/06/01 [02:06] 수정 | 삭제
  • 자연스럼움? 그것이 뭔지..제가 생각했던 자연스러움또한 가짜일수 있다는 말.
    재밋네요.

    그리고 애인사이,부부사이의 강간.
    여기야말로 인권의 사각지대. 아무도 간섭할수도 없고 간섭하기도 꺼려하는 성역같은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랑을 핑계로 유린당한 몸.

    남녀 사이의 권력관계에 대해 더욱 알고 싶어요.
  • 주련 2003/05/31 [18:15] 수정 | 삭제
  • 치료가 가능하다니 다행이네요.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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