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S가 전교조와 교육부 대립 문제인가

언론의 왜곡보도, 인권은 어디에?

박종일 | 기사입력 2003/06/04 [10:19]

NEIS가 전교조와 교육부 대립 문제인가

언론의 왜곡보도, 인권은 어디에?

박종일 | 입력 : 2003/06/04 [10:19]
NEIS를 둘러싼 논쟁이 하루가 다르게 과열되고 있다. NEIS 시행을 놓고 교육부가 몇 일 사이에 번복에 번복을 거듭하여 교육계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계만큼 언론도 말 뒤집기를 반복하는 교육부를 비판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사실 NEIS를 둘러싼 논의가 여기까지 온 데에는 언론이 톡톡히 한 몫 했다.

네이스? 나이스?

NEIS의 전체명칭은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 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이다. 통상 영어명칭으로 '네이스'라 발음하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뉴스와 신문에서 NEIS를 '나이스'라고 독어로 표기 또는 발음해왔다. 왜 NEIS를 '나이스'라고 굳이 발음하려고 하는가? 이는 NEIS를 추진하는 집단에서 좀더 친근하고 좋은 이미지로 부각시키기 위해 주장한 내용이다. NEIS를 '나이스'(NICE)라고 발음하면서부터 NEIS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고들 한다. 언론은 '나이스한 NEIS'라는 교육관료의 의중을 그래도 대변하면서 보도해 온 것이다.

언론의 편가르기식 보도

애초에 대부분 언론은 'NEIS시행이냐 유보냐', '전교조 연가투쟁 강행', '윤부총리 퇴진요구 잇달아' 등 제목을 달면서 NEIS의 본질적 문제보다는 NEIS를 둘러싼 갈등상황에 더 초점을 맞추어 보도해왔다. 사실 NEIS취재 기자들 대부분이 사회부 소속인데다 NEIS의 내용보다는 이를 대립과 각 진영의 반응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서 더 그러하다.

이러한 언론보도에 편승해서 보수관료들과 보수단체에서는 전교조를 오히려 특정이익단체로 몰아세우고 있고, 정부에서 특정이익단체인 전교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일관성 없고 소신 없는 모습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교육부 vs 전교조] NEIS 갈등 갈데까지 가나 (조선일보 5월 22일자)
    [NEIS 사실상 중단] 정부, 전교조에 白旗 들었다 (조선일보 5월 26일자)

NEIS를 폐기하는 것이 전교조의 집단적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닐 진데, 대다수의 언론보도는 전교조가 정부정책에 무조건 딴지를 거는 집단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투쟁하는 집단으로 비추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보인권을 위해 정당한 싸움을 하고 있는 전교조의 행동은 국가위기관리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는 문제로 왜곡되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의 편파적 보도는 교육부총리가 인권위의 권고조치를 받아들이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확연히 드러났다. 대부분의 언론은 "한번 결정했으면 밀고 나가야지, 이래서야 학생들과 일선 교사들이 교육부를 믿을 수 있겠느냐"는 논조로 교육부의 NEIS철회 조치를 강하게 비난했다.

    “문제는 교육당국의 최고 책임자가 집단의 압력 때문에 소신과 원칙을 포기한 점입니다. 윤덕홍 부총리는 여러 차례, 나이스 시스템이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sbs 5월 26일자 뉴스)

관련 보도에서 언론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반발’ ‘대혼란’ 등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가인권위가 사생활의 비밀 침해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항목을 권고 조치한 것에 무게를 둔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가인권위의 결정은 NEIS가 정보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근거로 상당히 의미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등 기사에서 국가인권위의 권고가 특정 단체의 ‘주장’에 불과한 양 보도했고, CS 시스템이 정보유출 위험성이 더 크다는 식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 보도를 했다. 위험성을 지적하는 권고를 수용한 것을 “소신을 버리고 파국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라고 한다면, 애초에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NEIS를 밀고 나가는 것 외에는 어떤 결정도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NEIS, 보완 아니라 폐기해야 한다

NEIS는 거칠게 말해서 개인정보를 시장에 팔아먹는 행위이다. 정부의 행정적 필요성보다는 국가와 기업이 교육정보를 확보하면서 시장의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속에서 정보유출 문제는 국가가 공인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지 정보인권의 문제는 NEIS 도입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최근 1천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NEIS의 문제를 제발 정보인권의 문제로 접근하자”는 요구를 했다. 이는 NEIS가 보수와 진보진영의 대결, 정부행정의 일관성 문제로 왜곡돼서 다뤄지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이고 NEIS의 본질을 논하기 위한 주장이다. NEIS가 단지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이념적 대립의 문제로 왜곡되지 않기 위해 NEIS에 대한 본질을 짚어나가야 할 것이고, 정보인권의 불모지인 한국사회에서 정보인권을 구현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있다는 것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네이스 가장 큰 문제점은?]

NEIS는 현대적 기업 경영의 새 기법인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Enterprise Resource Planning : ERP)의 구조를 그대로 옮겨왔다. 또한 기업경영방식을 그대로 원용하는 과정에서 ERP시스템의 핵심인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 CRM) 시스템이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우선 CRM에 대한 간단한 살펴보자.

CRM은 신제품의 개발을 통하여 고객층을 확장해왔던 지금까지의 소비자 대응 기법과는 달리, CRM은 고객 관리를 전사(全社)로 확장하고 신규 고객 유치와 더불어 기존 고객에게 맞춤 형식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자사의 제품 및 서비스를 계속해서 이용하지 않을 수 없도록 환경을 형성한다는데 주안점이 맞춰져 있는 시스템이다. CRM은 고객 한 사람의 소득 수준, 소비 취향, 소비 패턴의 변화, 소비 확장(가족 구성원의 성향까지 포함한)의 가능성 등의 개인 정보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 결국 고객의 '모든 것'을 기업체가 알게 됨으로써 기업은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의 취향을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게 되어 안정적인 이윤 추구가 가능해진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데, 사실 기업의 입장에서 CRM 시스템의 구축은 기업의 사활까지도 달려있는 중대한 사업이 되겠지만 반대로 고객의 입장에서 CRM은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남김없이 기업에 보관시키는 결과를 맞는다는 것이다.

NEIS의 발상은 여기서 유래된 것이고, NEIS는 (기업)경영합리화 과정과 (인적)자원관리를 그대로 교육현장에 적용하려는 시도와 함께 교육을 시장논리로 재편하려는 교육정책관료의 원대한 포부가 담겨있는 결과물이다. 교육부에서 학생들과 관련한 수십 가지의 정보를 굳이 수집하고 관리하려고 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자기정보통제권 상실과 인권침해

NEIS는 '정보보안' 문제 이전에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최근 NEIS 문제점으로 언론이 다루고 있는 것은 정보보안의 안정성 유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NEIS의 가장 큰 문제점은 초중등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개인 정보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수집되고 집중 관리됨으로써 프라이버시권의 침해를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동 또는 청소년의 개인 정보 유출은 법률과 제도를 통해 특별한 보호를 받도록 되어 있지만 NEIS는 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아직 개인 정보에 대한 인식수준이 발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히 학교라는 기관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수집된 개인정보는 정보 수집자의 의사에 따라 대상 아동 또는 청소년의 장래 경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또한 이를 통하여 항구적인 이윤 추구의 기제를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재원이 되고 말 것이다. 이는 CRM의 목적 중 하나가 고객의 취향을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재구성하는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초중등교육은 받고 있는 학생들은 성인보다 더욱 용이하게 관리되고 통제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결국 초중등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개인 정보는 자본의 이윤 추구를 위한 원자재로 전락하게 되고, 이들의 인권은 항상 위협 속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된다.

NEIS는 학생들의 정보를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가운데 학생들의 인권보다는 학생들의 정보를 수치화시키고 계량화시키게 되고 만다. 예를 들어 학생의 가정형편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의 가정형편이 전국에서 몇 위안에 드는가를 파악하는데 유용하게 쓰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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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금해요 2003/06/05 [11:20] 수정 | 삭제
  • 그들이 NEIS를 고집하는 것은 또다른 까~만 이유가 있는 것 같네요.
    아~ 알아내고 싶어라!
  • 독자 2003/06/05 [10:15] 수정 | 삭제
  • 어디선 나이스라 그러구 어디선 네이스라 그러구 어째 이상했죠.
    요즘은 뉴스에서 아나운서들이 '앤이아이에스'라고 읽던데요.
    그런 논란이 있었군요.

    기사 잘 봤습니다.
  • 2003/06/04 [21:25] 수정 | 삭제
  • 정말 요즘 뉴스보면서 어리둥절해졌어요.
    NEIS가 왜 문제인지 알고 있다면 시정을 해야하는 거잖아요?
    근데 왜 교육부보고 방침을 바꾼다고 비난을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문제가 있는 방침이었으니까 바꾸는 거지, 그럼 한 번 결심한 건 그대로 밀고나가야 한다는 거밖에 안되잖아요.
    악법도 법이라는 건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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