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표절관행, 낯설지 않다

도둑질 문화에 대한 자성 필요

박희정 | 기사입력 2005/10/04 [03:05]

언론 표절관행, 낯설지 않다

도둑질 문화에 대한 자성 필요

박희정 | 입력 : 2005/10/04 [03:05]
조선일보가 경향신문의 기사를 표절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조선일보는 9월 28일자 신문 2면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을 통해 조선일보는 “이런 중대한 잘못을 범한 데 대해 독자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를 드리며 용서를 구하고 경향신문사와 담당기자에게도 정중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6일 문화일보는 조선일보의 “평통 청소년 통일만화공모전-反美만화가 대상 받았다”는 제하의 기사를 거의 그대로 베껴 실은 것에 대해 1면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문화일보는 사과문에서 “동일한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주의와 태만 등으로 조간신문 기사를 그대로 옮긴 중대한 과오”라고 사건의 원인을 밝히고 있다.

연이어 두 곳의 굵직한 신문사에서 표절 사건이 불거지면서 언론의 표절 문제가 이슈화 되고 있지만, 사실상 언론의 표절/도용은 낯선 일이 아니다. 표절 관련해 ‘사과문’을 보게 된 것이 조금 낯설 뿐이다. 기자들 사이에선 취재하면서 서로 (다른 언론사 기자의 기사를) 베끼는 행위를 두고 “관행”이란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필자 또한 한 여성매체에 실었던 만평이 또 다른 여성매체에 버젓이 실린 것을 보고 아연실색한 경험이 있다. 이후에도 인터넷 언론이나 대학언론, 시민단체에서 발간하는 책자 등에 도용된 사건들 또한 부지기수다. 언론조차 필요한 자료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니, 우리 사회의 표절불감증의 수위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음악, 영화, 드라마, 만화 등 각 문화 영역에서부터 TV오락프로까지 표절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논문, 교수들의 연구 실적물 베끼기 등 학계의 표절문제도 상당하다. 그런데 ‘의혹’은 무성해도 이에 대해 명확히 시비를 가리고 마땅한 처리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별로 들은 바 없다.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결코 개인의 창의성이 발현될 수 없다. 열심히 만들었더니 도둑질 당하고, 대충 베껴 만들어도 통하는 세상에서 땀 흘리는 자의 미덕을 칭송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일 뿐이다. 표절행위는 이를 겪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 전반에 엄청난 문화적 손실을 가져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언론은 가장 먼저 표절관행을 자성하고, 표절과 도용행위에 대한 사회적 고발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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