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여자대학 축제 기간 동안 ‘제모제’ 광고를 위해 설치된 부스. 이런 스티커 설문을 받고 있었다. “털 많은 여자친구가 포근하고 귀여워요.” “깨끗이 제모한 여자친구가 깔끔하고 좋아요.” 여학생들에게 두 ‘여자친구’ 중 한 명을 선택하라는 이야기를 할 리는 없고, 아마도 ‘털 많은 여자친구’와 ‘깨끗이 제모한 여자친구’ 가운데 ‘깨끗이 제모한 여자친구’가 되는 것이 좋다는 소리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털 많은 여자친구는 포근하다’니, 우습지도 않다. 이 사회에서 젊은 여성은 누구나 남성의 ‘여자친구’가 될 가능성을 고려하도록 강요받는다. 그리고 저 제모제 광고처럼, 여성들은 털의 유무로 그 존재 가치가 갈리기도 한다. 제모를 비롯한 미용의 목적은 ‘깔끔한 여자친구’가 되는 것. 남성들의 털이 자연스러운 ‘몸’의 일부로 인식되는 반면, 여성들의 털은 있어서는 안 될 지저분한 것이자 ‘남성적’이라는 평가를 산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은 겨드랑이나 다리에 난 털을 제거한다. 여성이 남성의 ‘여자친구’가 아닌 ‘여성’으로 설 수 있을 때, 여성의 몸에 난 털도 온전한 신체의 일부로 긍정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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