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마음을 움직인다

진주를 찾는 사람, 최형선

김이정민 | 기사입력 2003/06/08 [03:08]

음악은 마음을 움직인다

진주를 찾는 사람, 최형선

김이정민 | 입력 : 2003/06/08 [03:08]
사진을 꼭 찍어야 하냐고 투덜대더니 카메라를 갖다 대자 이것저것 재미난 표정들을 지어 보인다. 개구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 늘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 최형선. 한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던 그녀는 그 에너지를 담아낼 적절한 그릇을 찾아 학교를 휴학하고 보스턴에서 ‘열심히’ 음악을 공부하는 중이다. 전공은 뮤직 비지니스와 영화 음악.

음악의 매력을 발견하다

다니던 대학까지 ‘버리고’ 유학 길에 올랐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는 것이 “학교는 재밌냐”라고 한다. 딱히 머리를 치는 거창한 계기가 있었다거나, 음악이 하고 싶어 미치겠다 싶은 것은 아니었다. 인터뷰에 어울릴만한 그런 대답을 굳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어릴 때부터 싫증 내지 않고 좋아했던 두 가지, 책 읽기와 음악 듣기였다고. 오랜 시간 같이 하면서 평생 해도 좋겠구나 라고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도 발견이다.

“한국에서는 하기 힘든 거,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싶기도 했구요,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 같아요. 회계로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나요? 향을 피워서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것처럼 음악은 소비욕구마저도 그런 식으로 움직이잖아요. 매력 있었죠.”

보스턴으로 떠날 때까지도 음악이라곤 어릴 때 배웠던 피아노 정도였단다. “몇 개월 학원을 다니기도 했지만 거의 모르고 갔죠. 어떤 면에서 무모했지만 가길 잘한 거 같아요.” 뮤지션보단 음악 마케팅을 꿈꿨지만 그러려면 음악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젠 어느 정도 알게 된 거 같다고.

새로운 의견에 열려 있는 곳을 찾아서

“이 학교는 20점이던 학생을 80점으로 키워주는 거 같아요.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땐 자는 게 일이었는데, 여기선 수업시간에 잠을 잔 적이 없어요”라며 멋적게 웃는 그녀에게서 어느 정도 가고 싶은 길을 찾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에서 내가 안 맞는 공부를 했던 것도 같아요. 새로운 의견에 대해 열려 있죠.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처음 보는 코드 진행을 만들어 오면 그걸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런 코드진행은 이제까지 내가 모르던 것이다. 저 학생이 새롭게 발견한 것이니 학생의 이름을 붙여서 부르자’ 이런 식이죠. 재미있지 않아요?”

유학을 너무 쉽게 결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만만치만은 않다는 얘기. 그녀가 다니는 학교는 제대로 졸업하는 학생이 몇% 안 되기로 정평이 나있다. 들어오기보다 나가기가 어려운 곳. “족보나 다른 사람 힘으로 학점 따는 사람도 많죠. 한 학기씩 지날 때마다 점점 더 어려워지니까.”

 
그녀는 어떤 쪽일까? 이 물음에 노코멘트라고 웃었지만 학기 중에는 늘 잠이 모자라는 바쁜 모습을 봤기에 자기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 가는 중일 것이라 확신한다.

상품화해서 잘 파는 것만 마케팅이 아니다

음악 비지니스라면 가수를 양성하고 음반을 많이 팔리게 하는 일이라는 게 내가 아는 짧은 생각. 그녀가 어떤 ‘비지니스’를 하고 싶은지 궁금했다.

 
“새로운 가수를 만들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에는 크게 관심 없어요.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건 진짜 잘하는 친구들 키우는 거에요. 상품화해서 잘 파는 것만 마케팅이 아니잖아요. 내가 발견한 실력은 있는 친구들 주목 받게 하는 데는 마케팅의 힘이 중요하죠.”

앞으로 살면서 돈을 버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 공부중인 그녀인지라 돈을 많이 벌겠다는 대답보다 훨씬 반갑다. “요즘엔 ‘인디’라고 나오는 애들 중에도 실력 없는 경우도 많다구요. 그런 데서 진주를 발견하는 게 의미 있는 거 같아요”

문제 푸는 길은 가지각색

영화음악까지 전공을 두 개 하느라 그녀는 졸업이 아직 2년 남았다. 한국에서 1년 반을 다니던 대학도 아직 휴학 상태. 정리해야 할 일들도, 앞으로 또 정해야 할 것들도 많다. 그래서 선택할 수 있는 길도 많을 테고. 이제 23살, 지금까지 해 온 것 보다 하고 싶은 일들이 더 많은 것이 당연하다. 꿈을 찾아 걸음마를 뗀 정도라고 할까.

불쑥 던진 ‘결혼할거냐’는 질문에 그녀는 소탈한 답을 했다. “결혼을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우리 엄마는 20대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결혼과 직업이라고 했는데, 20대에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결혼해서 아이 키우면서 일까지 잘 해낼 자신이 지금으로선 없어요.” 결혼도 딱 정해놓고 싶지는 않다는 말. 그만큼 하고 싶은 일에 있어서 양보하지 않을 야무진 욕심이 엿보인다.

“고등학교 때 천문학도 무척 공부하고 싶어했어요. 수학과 물리를 좋아했는데, 수학은 정답은 정해져 있지만 답에 이르는 길은 사람에 따라 정할 수 없이 많잖아요. 그게 좋았죠.”

 
문제 푸는 방법이 가지각색이라 좋았다는 그녀, 내 길을 찾았다는 말이 아직은 어색하다. 영화음악도 재미있어서 같이 공부하고 있다는 그녀는 계속해서 그때그때 재미난 것을 찾아보고 싶단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기를 만들어 가는 시기다. 한계를 짓지 않는 태도로 그녀의 실력을 마음껏 키울 것이라 믿어본다. 계속해서 음악을 공부할 수도 있겠고, 또 다른 길에 들어설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다음 선택이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용기 있게 도전할 에너지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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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6/08 [21:30] 수정 | 삭제
  • 음악.... 매력있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부러워만 하지만요.
    숨은 진주를 꼭 찾게되길 바랍니다.
    가능하면 실력있고 빽은 없는 여성뮤지션으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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