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말고 애완동물이 필요해

<너는 펫> 만화 vs 드라마

조김지영 | 기사입력 2003/06/13 [13:20]

보호자 말고 애완동물이 필요해

<너는 펫> 만화 vs 드라마

조김지영 | 입력 : 2003/06/13 [13:20]
일본 드라마 문화는 우리의 드라마와는 다른 부분이 많다. 드라마의 내용에 상관없이 11화 안팎의 미니시리즈가 주종을 이루면서 그 내용에 있어서도 차이가 많다. 방송사들은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좀더 눈길을 끌 수 있는 소재를 찾아 헤매며, 만화 왕국답게 수많은 만화들이 드라마화 되었다. <너는 펫>이라는 제목으로 현재(2003년 4월~6월)방영되는 드라마도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것이다.

만화에서의 주인공 스미레는 강하다. 강한 그녀의 모습은 흔들리지 않는다. 내면의 소심함이라던가 고지식함, 상처들은 어디까지나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부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속과 겉모습은 잘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가끔은 내부의 소심함을 표현함으로써 풀 수 있는 재주며, 그것은 그녀의 펫을 만나면서 조금씩 풀려나간다.

만화의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이중성이다. 그런 이중성의 약한 부분을 펫인 모모로부터 위로 받고 있는 그녀의 생활은 수많은 사건에도 불구하고 안정되어 보인다.

그러나 이런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에서의 그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명문대의 전도유망한 신문 기자인 배경은 그대로 있으나 그런 균형은 여기서 완전히 깨어진다. 언제나 안절부절하고 강한 ‘척’만 하고 있는 모습은 늘 주위 남자들에게 들키고 그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고 돌보아주지 않으면 안 되는 대상이 되어있다. 펫은 오히려 그녀의 보호자 같고 애인에게 그녀는 쥐면 바스라질 것 같은 유리인형이다. 원작의 술 잘하고 강한 스미레는 없다.

원작에서 그려낼 수 없는 심리 묘사를 나타내기 위해 원작에는 없던 카운슬러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그녀를 제대로 이해하기보다는 위태하기 짝이 없는 스미레를 더더욱 타인의존형의 사람으로 규정짓는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그녀는 늘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혼자 서있을 수도 없을 것처럼 위태로워져 간다. 그러면서 더 ‘사랑스러워져’ 가는 것이다. 일 처리 몇 가지만 잘 할 뿐 연적에 대해서도 늘 당하기만 하는 불쌍한 여자, 애완동물 남자에 대해서도 늘 쩔쩔매기만 하는 그녀는 그 모습 때문에 ‘사랑스럽게’ 여겨진다.

드라마라는 매체는 사회 대중의 일반적인 기준에 대해 아주 쉽게 아첨한다. 사랑 받는 주인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대중의 기호에 따라서 밀가루 반죽 주무르듯이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원작에서 자유 분방하고 유쾌했던, 다만 내면을 표현하는 법을 몰랐을 뿐이었던 주인공은 그닥 대중에게 편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드라마에서의 그녀는 위태로운, 그리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아가씨로 변해간다. 그 순진함을 보조해줄 두 명의 든든한 남자들이 등장하면서 말이다. 이에 따라 원작에서의 귀여운 애완동물은 강렬한 눈빛의 보호자 같아지고 무심하고 철이 없던 애인도 친절한 보호자가 되어버렸다.

일본 드라마의 경우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토대에서 여성캐릭터가 선택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우리보다는 드라마 소재의 선택에 있어서 훨씬 허용되는 범위가 넓고, 다양한 인생을 다룬다고는 하지만 결국 이런 식으로 여성이미지의 한계를 만들고 그 테두리 안에서 그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한국에서 김희선이 주연을 맡아 리메이크한다는 일본 드라마 <야마토나데시코>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캐릭터 읽기와 우리의 읽기는 어떤 차이가 있을 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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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뚜덩 2003/06/14 [15:41] 수정 | 삭제
  • 기사랑 상관없는 뚱딴지같은 얘기지만, 저 만화 정말 재밌습니다.
    살아 숨쉬는것같은 캐릭터가 특히 압권이죠. 개그도 풍부하고 그림도 좋습니다.
    주인공 스미레는 외강 내유형의 인물인데, 정말 마음 끌리고 매력적이예요.
    드라마는 보지도 않고 볼 수도 없지만, 만화는 꼭 한번들 보시길. ^.^
  • 마린 2003/06/13 [21:49] 수정 | 삭제
  • 일본도 마찬가진가 보죠?
    우리나라 드라마들 십년이 지나도 안 바뀌는 거 보면 환장하겠어요. 답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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