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인 삶의 질, 전생애 ‘성차별 누적결과’

독거 여성노인 23.5%에 달해

고유영아 | 기사입력 2003/06/25 [23:18]

여성노인 삶의 질, 전생애 ‘성차별 누적결과’

독거 여성노인 23.5%에 달해

고유영아 | 입력 : 2003/06/25 [23:18]
우리 모두는 언젠가 노인이 된다. 그러나 ‘자신이 노인이 된다는 것’은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다. 젊은이들 상당수가 “몇 살까지 살고 싶냐”는 질문에 “노인이 된다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싫고”, “짧고 굵게 살고 싶다”고 답한다. ‘노인으로서의 삶’, 65세 이상이 되었을 때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하기조차 싫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해서 우리에게 노년기가
 찾아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7%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사회는 ‘고령화’가 시작되었으며 노인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노인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곧 우리들 미래의 문제이다.

현재 많은 노인들이 빈곤,질병.소외,무위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앞으로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인문제는 보다 심각하게 될 것이다. 노인인구의 약 2/3가 여성. 25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고령사회와 여성노인의 삶과 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노인 빈곤문제 심각할 수밖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인복지연구팀 정경희 팀장은 “노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노인의 삶의 질 향상 없이는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은 어렵다”고 강조한다. 2003년 현재 노인의 60.6%가 여성이며 ‘초고령 사회’로 예견되는 2026년에는 77.5%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인문제 중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 고립 즉 소외인데, 남성노인의 경우 대부분 배우자나 자녀와 동거하는 경우인데 반해, 여성의 경우 무려 23.5%가 혼자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거노인의 경우 신체적 도움이 필요할 경우 수발해 줄 사람이 없는 등 사회적 관계망 유지에 매우 불리하다는 점에서 사회적 고립 정도가 매우 높다 할 수 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김동일 교수도 “남자중심의 가부장제적 사회경제제도 하에서는 여성노인이 빈곤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한다.

60세 이상의 노인들 가운데 취업여성은 30%미만에 불과하고(남성은 49.4%), 이들 직종 대부분이 농.어.축산업(58.3%)과 단순노무직(28.3%)에 집중되어 있어 소득수준이 낮을 수 밖에 없다. 30만원 미만의 가구소득을 버는 여성노인은 30.1%를 차지, 20.5%를 차지하는 남성노인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여성노인의 경우 직업 소득이외의 소득원은 자녀로부터의 지원이 가장 큰 비중(68.6%)을 차지하고 있고 근로소득 이외의 연금,퇴직금,이자소득에 있어서도 남성노인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월평균 용돈 액수는 남성노인이 여성노인보다 2배나 높다.

또 1999년 65세 이상의 우리나라의 거택 보호대상자 가운데 여성 가구주는 전체 노인의 79.6%에 달해 노년기에 사회 안전망을 완전히 상실한 노인의 다수는 여성임을 보여준다. 적금,연금,퇴직금 등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도 여성이 남성(58%)보다 적은 수치(33.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여성의 경우 노후준비를 남편과 별도로 하지 못해 노후에 빈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1인1연금 체제 전환, 여성질병 고려해야

정경희 팀장은 “현재 여성노인이 경험하는 낮은 수준의 삶의 질은 여성들이 전생애동안 경험해온 성차별의 누적 결과”라고 지적하며 여성노인만을 겨냥한 정책접근이 아닌 “우리사회의 여성을 위한 성평등적 사회를 만들어 가는 작업만이 궁극적으로 여성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가난한 계층인 여성노인을 위해서 소득보장정책,경로연금수급제도를 강화할 뿐 아니라,미래의 여성노인에 대한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연금제도는 여성, 특히 주부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으므로 연금제도를 배우자나 직업의 유무와 상관없이 기초연금을 포함하는 ‘1인1연금 체제’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정 팀장은 또 “그간 간과되어온 여성 특유질병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물리치료서비스가 보건소의 필수 서비스 항목으로 지정될 필요가 있고 더불어 기초생활보호대상 노인에게 실시하는 무료건강검진 항목에 유방암, 자궁경부암 검사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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