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성폭력 일생을 망친다?

교육부 학생성폭력예방 홍보배너 효과 의심돼

박희정 | 기사입력 2008/01/29 [05:25]

순간의 성폭력 일생을 망친다?

교육부 학생성폭력예방 홍보배너 효과 의심돼

박희정 | 입력 : 2008/01/29 [05:25]

교육인적자원부는 현재 학생성폭력 예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4편의 홍보배너를 제작해 홈페이지에서 상영 중이다. 총 4편의 홍보배너는 ‘싫어’, ‘네 잘못이 아니야’, ‘설마’, ‘때 늦은 후회’로 구성되어 있고, 이 캠페인은 1월 15일부터 시작해 2월 10일까지 계속된다.

문제는 십대들을 대상하고 있는 이 배너들이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올바른 지식을 전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성폭력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성적 불쾌감 주는 그림들이 교육자료로?

▲ 교육부 학생성폭력 예방 캠페인

먼저 홍보배너 ‘싫어’ 편부터 보자면, “엉덩이 더듬기, 가슴 만지기, 강제키스, 음란 메시지 전송” 등이 “성폭력 범죄”임을 꼬집어 말한다.

그러나 싱글거리며 뒤에서 껴안고 가슴을 만지는 남학생과 비명을 지르는 여학생의 모습 등. 이용된 삽화들이 오히려 보는 여성들에게 성적으로 불쾌감을 주고 있다. 이런 설정과 행위를 묘사한 삽화가 배너를 보는 남학생들에게는 어떻게 전달될까. 성폭력 행위가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는 범죄라는 인식보다는 소년만화의 한 장면에 등장하는 성적유희에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이 배너들은 학생성폭력을 학생과 학생 사이, 남학생 가해자와 여학생 피해자로만 전제하고 있으며 성폭력을 “음란전화, 엉덩이 더듬기, 가슴 만지기, 몰래 카메라 촬영, 강간”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성폭력은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행위를 통해 심적, 육체적 고통을 주기 때문에 ‘폭력’이다. 이런 이해가 선행되기 전에 특정 행위로만 성폭력을 말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소위 ‘강도 높은’ 성적 행위가 아니면 성폭력이 아니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적 효과보다 예산 낭비 우려돼

한편, ‘때 늦은 후회’ 편에서는 ‘성폭력 가해자’가 된 남학생이 학교에도 못 가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취직도 못하고 실패와 후회로 인생을 보낸다며 이렇게 말한다. “순간의 성폭력 결국 자신의 일생을 망칩니다.”

배너가 말하는 메시지는 성폭력이 ‘범죄’이며, 성폭력을 저지르면 ‘범죄자’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설마” 편에서도 “평생 범죄자 꼬리표를 달고 살게 될 지도” 모른다고 위협적 대사를 던진다.

물론 성폭력이 사소한 일이 아니며 ‘범죄’임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성폭력이 타인에 대한 폭력이고 인권침해라는 점을 함께 이해하고 있을 때 진정으로 ‘예방’의 힘을 가지는 것이다.

왜 해서는 안 되는가에 대해서 ‘너 잘못하며 벌 받고 사회에서 매장된다’고 말하는 것이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수정하는 교육효과를 가질 것인가는 의문이다. 이는 문제가 생겼을 때 체벌 등의 방법을 통해서 행동을 수정하려는 일방적 교육태도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십대를 대상으로 만화, 온라인 배너 등 십대에게 친숙한 매체를 활용해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는 것은 좋은 교육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관점 없이 쉽게 만드는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본래 목적에 부합되지도 못하고, 단지 이벤트에 그치는 이러한 캠페인은 교육적 효과보다는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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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들너무해 2012/11/22 [14:01] 수정 | 삭제
  • 중학생남자부터어른까지성폭행그만
  • 미친 2010/01/23 [15:20] 수정 | 삭제
  • 제발좀그만해요 미친사람들이아니면 ㄷ또또또라라이
  • 성폭행 꺼저! 2010/01/22 [11:39] 수정 | 삭제
  • 성폭행은 물러가라 성폭행은 물러가라! 성폭행 꺼저!
  • dbdb 2009/10/13 [16:05] 수정 | 삭제
  • 성 폭행은 그만하는게... 좋을듯...
  • 그만좀.... 2008/12/15 [16:19] 수정 | 삭제
  • 어른들 제발 그만해요! 성폭행 한사람들 이상한 사람임
  • 대안을 좀 2008/10/27 [01:26] 수정 | 삭제
  • 뭐 어떤 것이 잘못이다... 이런 거 누구나 씁니다...
    그럼, 저걸 만든 생각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기자분께서 이렇게 하라~~고
    대안을 주시면 안될까요???
    저도 읽으면서 그럼 뭘로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생각이 드네요....
    기자님이 생각하시기에는 어떻게 해야 바른 방법이 될까요????????
  • 전남자 2008/06/03 [18:38] 수정 | 삭제
  • 아무리 남자라도 저는
    안으럽니다!
  • asa 2008/02/08 [17:56] 수정 | 삭제
  • 저번에 다음에선가 한 번 보고 충격받았던 기억이...-_-
    그땐 내가 너무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면서 깊이 있는 걸 요구하나 싶었는데,
    역시 (특히)남학생들한테 뭔갈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걸 다시 한 번 공감하고 갑니다.
  • mayru 2008/02/01 [19:56] 수정 | 삭제
  • 뭔가를 하려고 했으면, 좀 찬찬히 깊이있게, 전문적으로 해야지, 공무원들 하는 일이 자신들이 뭘 해야 하는 건지 모르고, 학생들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지 않고, 학생성폭력 문제를 다루니 저런 결과가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결국 예산낭비만 하고, 실효성은 없게 되죠. 이런 건 언제쯤 바뀔까요 영원히 안바뀌려나.
  • 무니 2008/01/31 [12:18] 수정 | 삭제
  • 학생성폭력이 저래가지고 어떻게 예방이될까..
    참.. 한심합니다.
  • 오즈 2008/01/30 [19:45] 수정 | 삭제
  • 예전에 여성부도 이상한 홍보 했었는데..
    정부가 하는 캠페인 중에 저런 종류의 예산낭비만 해도 꽤 될 것 같습니다.
  • 그렇군 2008/01/29 [22:50] 수정 | 삭제
  • 바른 지적입니다.
    좀 더 깊이있고, 근본 문제에 접근하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아직도 부족한 우리 공무원들의 의식 문제입니다. 언제쯤 우리나라는 여성 남성이 같은 인간이 될꼬..
  • 독자 2008/01/29 [17:40] 수정 | 삭제
  • 배너가 캐릭터 안 들어가는 만 못하네요.
    성폭력 문제를 너무 가볍게 취급하는 것 같습니다.
  • lola 2008/01/29 [15:11] 수정 | 삭제
  • 저런 거 보고 어떤 남학생이 성폭력에 대해서 경각심 가지겠어요.
    비웃을 걸요..
    여자들만 더 피해 입는 거죠.
    성교육 한다고 하면서 여자애들을 창피하게 만드는 그런 식으로 하는 거..
    어른들 제발 좀 그만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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