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 성소수자 차별 처벌법 약속

‘SOS 호모포비아’ 효과적 예방정책 요구

황보신 | 기사입력 2003/07/23 [21:03]

프랑스 정부, 성소수자 차별 처벌법 약속

‘SOS 호모포비아’ 효과적 예방정책 요구

황보신 | 입력 : 2003/07/23 [21:03]
지난 7월 18일 프랑스 라파렝 수상은 소수자 인권단체 대표들을 수상관저에 초청한 자리에서 2004년에는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처벌 법안을 국회에 꼭 제출하도록 하겠다며 굳게 약속했다.

이에 프랑스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프랑스 역사상 수상이 성소수자 인권단체 대표들과 환담한 일 자체가 처음있는 일"이라며 놀라워했고, 수상이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처벌을 입법화하기로 약속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동안 참을성 있게 법개정을 추진해 온 그들의 노고가 라파렝 정부에 의해 처음으로 인정받고 결실을 맺었다며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이다.

무엇보다도, 성소수자 차별을 제재하는 법안은 성소수자 혐오자들, 혐오단체들과의 투쟁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욕설, 비방 등에 대해 성소수자 개인이 법적 처벌을 요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권단체들 역시 성소수자 혐오사건 희생자를 지원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SOS 호모포비아’ 단체는 공식성명서를 통해 "비록 호모포비아와의 투쟁에 있어 법의 억제기능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교육기관, 감호센터, 기업, 군대, 공직 사회 등에서의 효과적인 예방정책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한번 더 강조했다.

그 이유는 “프랑스에서 약 30여년 전부터 정착된, 인종차별적 행위와 언동을 처벌하기 위한 법적장치가 불행히도 인종차별, 유태인차별을 근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적 성찰 속에서,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처벌법안이 마련되더라도 호모포비아, 레스보포비아, 트랜스포비아라는 사회적 재앙을 쉽사리 뿌리뽑기 어려울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우익정부의 성소수자 혐오증, 정말 사라졌나?

사실 현 정부관료들이 과거 98년에 팍스(PACS, 시민연대계약)를 격렬히 반대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번 일은 보수 우익정권의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 변화를 내보이는 듯 하다.

그러나 수상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나 태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만을 약속했을 뿐, 팍스(PACS)의 개선, 동성결혼, 동성커플의 자녀입양 등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다른 주요현안들에 대해서는 구체적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성소수자 센터들의 연대체인 ‘Inter-LGBT’의 대변인, 알랭 피리우가 수상을 만난 후 “절반정도만 만족한다”고 이야기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수상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화’가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성소수자 정책들을 담보해내지 못한다면, 그것조차도 우익정부의 ‘이미지 관리 제스츄어’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떨쳐내기가 힘들 것 같다.

<이 기사는 라파렝 수상과의 대면 이후의 ‘Inter-LGBT’가 낸 공식성명서와 ‘SOS 호모포비아’의 공식성명서를 참고로 하여 작성된 기사입니다. -편집자 주>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