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있었던 이라크 여성과의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그 분을 소개하는 활동가를 비롯하여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 분을 수하드 ‘아주머니’라고 불렀다.(혹은 그 호칭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았다)
모 인권단체에서는 국제지부에서 한국의 인권을 위해 십 수년간 활동했던 한 외국인 여성을 ‘고마운 할머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 여성을 ‘아주머니’나 ‘할머니’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여성들의 ‘평범한’ 위치나 일상을 폄하하려는 것도 아니고, 사적인 관계에서 서로가 느끼는 친근함에 간섭하려는 것도 아니다. 만약, 그 분들이 남성이었다면 사람들이 과연 ‘아저씨’나 ‘할아버지’라고 불렀을까. 많은 경우에 여성들의 ‘이름’이나 '직함'이 없어짐과 동시에 그 여성들의 활동과 역사는 지워진다. 이름과 직함을 부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존재와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칭은 단지 개인적인 관계로서만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밤에 택시를 탔을 때 택시기사는 방금 내린 여자손님에게 “아줌마냐, 아가씨냐”고 물었는데 화를 내더라면서 “아가씨였나보지?”라며 하하 웃어댔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여성들을 아줌마/아가씨로 생각하고 (그렇게 부르고) ‘아줌마’로 불렀을 때 기분 나빠하거나 문제제기를 하면 ‘아직 결혼 안 한 처녀에게 실수했나 보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면서 그런 호칭이 여성들에게 ‘왜’ 문제가 되는지를 고민하지 못한다. 우리는 여성들에게 이름과 직함이 있음을 기억하고 그것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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