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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의 자매들
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18)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공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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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 축구하는 여성 © goalsforgirls.blogspot.com    
코스타리카 우리 동네 한복판에는 성당이 있었고 음악회 등 각종 행사가 열리고 주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쉼터가 있었으며 또한 축구경기장이 있었습니다. 대규모 경기장이 아니라 학교 운동장 정도의 규모로서 누구든지 와서 축구를 하는 것 같았는데, 지나다니면서 축구 시합이나 연습 광경을 늘 볼 수 있었습니다.

 
누구든지 와서 축구를 하는 것 같다고 했지만 축구를 하는 사람들은 어른이건 아이이건 간에 볼 때마다 항상 남성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구경을 하거나 응원을 하는 여성들은 있었지만 말입니다.
 
중남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그라운드에서 공을 차며 환호하는 사람들은 남성들이 아직은 대다수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지 구경하고 응원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공을 차는 여성들이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소녀들을 위해 골을!” 캠페인

 
국제축구연맹 피파(FIFA)의 여성 월드컵 대회는 1991년에 처음 개최된 이래로 4년마다 열려 지금까지 총 다섯 번 열렸으니 아직 역사는 짧습니다(남성들의 월드컵은 1930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독일과 미국이 두 번씩 우승했고 노르웨이도 우승한 적이 있습니다.
 
2007년에는 중국에서 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때 피파는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UNICEF)와 공동으로 ‘소녀들을 위해 골을(Goals for Girls)!’이란 제목의 캠페인을 실시했습니다. 소녀들이 사회에서 대등하게 활동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데에 스포츠가 도움이 될 거라면서 유니세프는 스포츠를 통해 소녀들이 타인들과 접속하는 기회를 갖고 성별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에 저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캠페인의 목적과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유니세프의 보고서 <2007년 세계 어린이들의 상태>는 양성평등을 보다 확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여성에게 힘이 되는 여성(women empowering women)”이란 방식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들 그 자신이야말로 변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촉매라는 주장입니다. 여성 개인과 단체들은 사회와 공동체 내의 차별적 태도에 도전하면서 미래의 세대를 위해 소녀들과 여성들의 권리를 신장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에게 힘이 되는 여성” 

▲'여성스포츠의 상징적 아이콘' 이라는 찬사를 받은 미국  축구선수 미아 함(Mia Hamm)   © 위키피디아    
이 캠페인을 위해 소녀들의 역할모델로서 피파는 유명한 여성 운동선수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미아 함(Mia Hamm, 1972~)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운동선수 중의 한 사람”이고 “여성스포츠의 상징적 아이콘”이며 “소녀들에게 영감을 주는 역할모델”이라는 찬사가 바쳐진 여성축구선수입니다.

 
미국의 국가대표로 17년 동안 활동하면서 미아 함은 국제대회 득점 기준으로 여성과 남성 통틀어 가장 많은 골(158골)을 기록했다고 하니 실로 뛰어난 경기력의 소유자인가 봅니다. 그녀는 2004년에 은퇴했는데 그해에 피파 백주년을 기념하여 선정한 가장 훌륭한 생존 축구 선수 125인 중에 팀 동료 미첼 에이커스(Michelle Akers)와 더불어 전체 125인에 포함된 단 두 명의 여성 선수이자 또 양성을 통틀어 단 두 명의 미국 선수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인정을 받고 박수갈채를 얻은 여성 축구선수의 눈부신 삶이 있는 반면, 차마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게 살해당한 여성 축구선수의 이야기가 저 너머 다른 세계에 있습니다. 피파로부터 소녀들의 역할모델로 소개될 일은 절대 없을지 몰라도 여전히 무섭도록 어두운 여성의 현실을 직시하고 더 용감해지기 위해 반드시 기억되고 애도되어야 할 이름입니다.
 
레즈비언 축구선수 유디의 죽음
 
유디 시멜레인(Eudy Simelane, 1977~2008)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여성 축구선수이자 동성애 인권활동을 했던 레즈비언입니다. 그녀는 옷이 벗겨진 시체로 요하네스버그 근처에 있는 집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강가에서 발견됩니다. 얻어맞았고 얼굴과 가슴과 다리에 스물다섯 번 칼에 찔렸습니다. 그리고 집단성폭행을 당했습니다. 
 
▲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여성축구선수이자 동성애 인권활동가 유디 시멜레인. 2008년 살해당했다.     ©  The Global Game    

이 사건은 동성애 혐오와 여성학대가 결합되어 자행된 극단적인 참극입니다. 유디의 장례식에는 약 2,000명의 추모객이 몰려 그녀의 짧은 삶과 비극적인 죽음을 기렸고 범행이 일어난 강가에는 그녀를 추모하는 다리가 세워졌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성범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여성이 읽는 법을 배울 기회보다 성폭행당할 기회가 더 많다”는 문장을 어느 기사에서 읽었을 정도입니다.
 
특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종종 발생한다는 레즈비언 성폭행은 이성애자 남성의 성폭력이 동성애자 여성의 성적 정체성을 ‘교정’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미에서“교정강간(corrective rape)”이란 용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표현은 2000년대 초반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교정강간”이라는 말은 다분히 가해자 중심적인 용어로서 동성애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 - 동성애는 고쳐야 하며 고칠 수 있다? - 을 조장하고 유포할 위험성이 크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무지개 공화국
 

원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동성애는 범죄였고 동성애에 적대적이었던 백인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부는 동성애인권운동을 탄압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형성된 동성애인권운동은 인종과 정치노선에 따라 분열되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  유디의 파트너와 친구들.  법원 앞.   © Behind the Mask    
아파르트헤이트 폐지 후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동성애에 대해 매우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여 비범죄화는 물론이거니와 헌법에 성적 정체성에 기한 차별 금지를 명시한 세계 최초의 국가이자 입양과 병역을 포함하여 사회의 주요 영역에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특히 2006년에는 세계에서는 다섯 번째로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최초로 동성 결혼을 승인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무지개 국가’는 아파르트헤이트 폐지 후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별칭입니다.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가 “신의 무지개 국민”이라고 언급하면서 비롯된 이 말은 넬슨 만델라 당시 대통령이“그 자체로 또한 세계와 더불어 평화로운 무지개 국가”라고 표현하면서, 흑백화합과 인종통합이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역사적 과제를 표상하는 말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법 제도나 문화(대도시의 게이문화는 매우 발달되어 있다고 합니다)를 보건대 적어도 가시적인 영역에서 전 세계의 어디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동성애친화적인 국가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인종뿐만 아니라 동성애에 있어서도 무지개 국가라 불려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무지개 공화국의 어두운 이면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닙니다. 법 제도 면에서의 괄목할 만한 진전과 대도시 문화에서 보이는 자유로움과 별개로, 2007년에 조사된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가 동성애에 반대한 걸로 나타났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는 아프리카적인 게 아니라는 의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찬란한 무지개의 뒤에는 가장 암울한 그늘이 있으니 바로 유디처럼 성폭행당하고 공격당하여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레즈비언들의 존재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레즈비언 성폭행은 유디의 죽음으로 인해 한층 더 심각하게 사회문제로 주목받게 되었지만 실은 그 전부터 적잖이 발생해왔고 유디의 죽음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현지의 인권단체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이 실업과 빈곤으로 인해 소외된 남성들의 성정이 한층 거칠어진 점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유디가 죽은 그 다음 해인 2009년에는 유디와 같은 축구팀 동료이자 활발한 레즈비언 활동가로서 유디의 장례식에서 인상적인 추모 활동을 펼친 또 한 명의 다른 여성 축구선수도 칼에 찔려 살해되었습니다.
 
"우리는 단지 축구팀이 아닙니다"
 
▲<Chosen FEW Lesbian Soccer Club> © The New Black Magazine     
“나의 신은 축구장에 산다네, 그녀는 용맹하게 슛을 하고 장엄하게 프리킥을 날리며 기똥차게 막아내지, 그녀는 누구나 청할 수 있는 최고의 연인......” 축구연습을 끝내고 미리 싸온 샌드위치와 와인을 나눠 먹고 마시며 누구는 담배를 피우고 누구는 노래를 부르며 랩을 합니다.

 
이들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Chosen FEW Lesbian Soccer Club’이란 이름의 축구팀입니다. 2002년에 설립된 'FEW(Forum for the Empowerment of Women)'라는 흑인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 여성들을 위한 인권단체가 2004년에 이 팀을 창단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처음부터 서로 친밀하고 솔직하게 교감했던 것은 아닙니다. 2009년 3월에 팀 동료 한 사람이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비로소 그들은 각자 지닌 과거의 트라우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해에 유디 사건 재판이 시작되자 법원 앞에 가서 시위도 함께 합니다.

그들은 함께 축구를 하고 함께 삶을 나누며 함께 활동을 합니다. 그래서 그들 중 누군가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단지 축구팀이 아닙니다.”
  
* 이 기사의 제목은 카메룬의 여성들과 법정 이야기를 다룬 영화 ‘법조계의 자매들(Sisters in law)’를 차용하였습니다.
 
* 이 기사는 아래의 단체와 미디어의 자료와 기사를 참고하였습니다: FIFA(국제축구연맹), UNICEF(유엔아동기금), FEW(남아프리카 공화국 LBT 인권단체), Behind the Mask (아프리카 지역 LGBT 인권단체), The Global Game (대안 축구 미디어), From a Left Wing(좌파 축구 미디어), South Africa. Info(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보포털), IOL(남아프리카 공화국 종합통신사), Guardian, Wikipedia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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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7/15 [00:30]  최종편집: ⓒ 일다
 
새벽날개 10/07/15 [01:18] 수정 삭제  
  불과 며칠전 남아공월드컵이 폐막되고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의 이목이 월드컵에 집중되어 있을때 축구는 남성들의 전유물로 생각되고 거기에 비해서 여성들의 경기는 뒷전인것이 사실입니다.위 기사를 보고서 무지개 나라에서 그늘에 가리워져 일어나는 사건들이 단순한 한 나라의 문제만이 아닌것 같습니다.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성폭력의 문제 남녀불평등의 문제로부터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인권을 보호하자는 목소리는 높지만 진정한 인권의 문제해결책은 사람을 제일로 하는 복지정책을 펼쳐나가고자 하는 정치와 사회지도자들의 노력여하에 따라 그 속도가 다를것입니다.남아공의 만델라대통령처럼 나라의 한 획을 그어가는 민족지도자가 많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나그네 10/07/16 [08:51] 수정 삭제  
  글 잘 읽었습니다 =)
grace 10/07/17 [22:51] 수정 삭제  
  동성애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할말도 없지만,
동성애자든 아니든 사람이라는 생명체로서 누구나 존중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비참하게 살해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남아공은 동성애에 관한한 우리보다는 앞서 있는 나라군요.
.. 축구가 대단하긴 한데 여성축구도 남성축구경기 못지않게
성장 했으면 하고 바래 봅니다.
현성 10/07/26 [00:21] 수정 삭제  
  corrective rape이라니.. 정말 무서운 말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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