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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할례’ 두 번째 이야기 - 절망 너머의 희망
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25) 버자이너 다이얼로그⑦
<여성주의 저널 일다> 공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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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여성 성기 절제 문제에 대해 코스타리카에서 친구들과 나눈 대화가 떠오릅니다.
 
“서양에서도 과거에는 성기를 절제하면서 여성을 억압했어. 그래놓고서는 이제 와서 다른 지역의 관습이 반여성적이라고 비판하며 없애라고 나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것은 또 다른 폭력 아닐까? 그들이 스스로 악습을 폐지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닐까?”
 
여성 성기 절제가 여성 억압적 관습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비서구지역에서의 여성 성기 절제를 철폐하라고 촉구하는 서구 사회의 ‘오만과 편견’이 타자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입니다.
 
이는 이른바 문화상대주의적 입장을 고려한 발언입니다. 문화상대주의란 모든 문화는 각자 고유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한 문화가 다른 문화보다 우월하지도 열등하지도 않기에 자문화에 기반을 둔 인식을 가지고 타문화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입니다.
 
악습과 전통 사이에서
 
▲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와 셰릴 우던의 공저 <절망 너머 희망으로(원제: Half The Sky)> (에이지21, 2010). 미국인 기자 부부가 쓴 이 책은 아시아, 아프리카, 아랍 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여성억압 및 학대에 관한 보고서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수많은 여성들이 고통 받고 있잖아. 고통을 계속 요구하는 문화를 문화상대주의란 명목으로 마냥 존중하고 침묵하는 것만이 올바른 일일까? 그들이 자유로운 의지를 갖고 그런 관습을 선택하여 순응하고 있는 것이 아니잖아.”

 
문화상대주의에 따른 ‘존중’과 ‘침묵’의 결과로 수많은 여성들이 억압적 관습의 희생자가 되어 계속 피를 흘려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가혹하기 때문에 팔짱을 끼고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는 반론의 목소리 또한 높습니다.

여성 성기 절제 문제를 처음 알게 해 준 친구는 올해 초 저에게 <절망 너머 희망으로(원제: Half The Sky)>이라는 책을 선물했습니다. 미국인 기자 부부가 쓴 이 책은 오늘날 아시아, 아프리카, 아랍 등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여성억압 및 학대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여성으로서 이 책을 읽는 일은 고통스럽습니다. 나와 같은 여성이 지금 이 순간 세계 각지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인신매매를 당하며, 명예살인이나 여성 성기 절제와 같은 차마 상상하기에도 끔찍한 폭력에 희생당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비서구인으로서 미국인들이 쓴 이 책을 읽는 일은 미묘한 불편을 선사합니다. 비록 서문에 저자들이 이렇게 썼지만 말입니다. “명예살인, 여성 인신매매, 여성 성기 절제 등은 현재의 서방세계 사람들에게 비극적인 일로 보이겠지만, 이는 먼 과거에 서방세계에서도 자행되던 일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학대받는 여성들과 소녀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범세계적 운동을 벌이는 것”이 오늘날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운동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인정하더라도 과연 어떻게 운동을 벌일 것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이 책 <절망 너머 희망으로>에 수단의 한 여성 산파는 여성 성기 절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저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우리 전통이야! 우리 모두가 원해. 미국인들이 무슨 상관이지?”
 
여성 성기 절제를 직접 수행하는 역할을 해 온 이 산파는 “나중에 소녀들이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고 말했다고도 합니다. 여성 성기 절제를 금지하는 법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단의 여성 성기 절제 비율은 90%에 육박할 정도로 대단히 높습니다.
 
여성 성기 절제가 이루어지는 지역의 모든 여성들이 저 수단 여성 산파의 말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성 절기 절제와 같이 대단히 문제적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어 온 관습을 놓고 이방인이 ‘야만인’ 취급하며 비난한다면 심지어 여성 성기 절제에 반대하는 현지인이라 하더라도 반발심이나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 모델이었다가  '여성성기절제'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소말리아 출신의 와리스 디리 ©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지난번에 소개한, 성기가 절제된 소말리아 여성 와리스 디리의 이야기를 담은 책 <사막의 꽃(원제: Desert Flower)>에는 와리스가 런던에서 만난 친구에게 절제당한 성기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여성 할례’가 어떤 건지 도무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입니다.

 
와리스의 성기를 보자마자 친구는 눈물을 주르륵 흘립니다. 와리스는 친구의 눈물을 보고 당황합니다. 친구가 절제 전의 ‘거기’가 어떻게 생겼었는지 기억이 나냐고 묻자 와리스는 “응”이라고 답합니다.
 
“끔찍해, 와리스. 누가 너에게 그런 짓을 했다니? 믿을 수가 없어.” “그러지 마. 그럼 내가 슬퍼지잖아.” “내가 슬퍼. 슬프고 분해. 어린 아이에게 그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어서 우는 거야.”
 
한편 런던에서 태어난 흑인 여성인 친구는 성기가 절제되지 않고 멀쩡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와리스는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솔직하게 술회합니다.
 
“나는 모든 여자들이 나와 같은 상처를 입었는지 궁금했었다. 그렇길 은근히 바래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통을 받게 되길 바란 것은 아니지만 외톨이가 되는 것도 싫었는데......”
 
도저히 자신의 상태를 참을 수 없다고 느낀 와리스는 오래 미루어 온 성기복원수술을 마침내 받기로 합니다. 친구는 그녀를 위해 수술날짜를 잡아주고 수술 날 아침에 그녀를 깨워 병원까지 동행해서 수술대에 누운 그녀의 손을 잡아줍니다.
 
훗날 와리스는 고향의 여성들을 위해 피해자였던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과 그들을 돕는 일이 곧 자신을 돕는 일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됩니다.
 
“나이를 먹고 아는 것이 많아지자, 나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할례를 받은 이후 내게 생겼던 건강상의 문제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여자들을 괴롭힌다. 무지에서 비롯된 관습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고통스러운 일생을 보낸다. 우리 엄마처럼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사막의 여자들을 누가 도울 것인가? 누군가가 말없는 소녀를 대신해서 나서야 했다. 나도 그들과 같은 유목민이었으므로. 그들을 돕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옆에 있어 줄게”

 
▲ 와리스 디리의 책을 토대로 한 영화 <Desert Flower> 의 스틸사진  © 출처: DAUM 영화
‘사막의 꽃’ 와리스 디리가 친구에게 상처를 보여주고 도움을 받는 과정은 무척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친구는 피해자 와리스 앞에서 섣불리 여성 성기 절제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와리스가 당한 일이 매우 끔찍한 일이고 분노하고 슬퍼해야 할 일이라는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히며 그녀를 위해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는 수술을 결심한 와리스가 청하지 않았는데도 병원에 같이 가 줄 것을 먼저 약속합니다. 친구는 “내가 같이 가 줄까?”라고 물어보는 대신 “내가 같이 가 줄게, 와리스. 내가 옆에 있어 줄게. 약속해.”라고 먼저 말함으로써 와리스를 도와줍니다. 아마 그 친구는 종종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도움을 청하지 못하거나 청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나 봅니다.
 
아프리카로 떠난 제 친구 역시 현지의 고통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을 갖고서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 비록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 꼭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는 이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이 세상 어디에 있더라도 우리 모두가 꼭 배워야 할 것이라 하겠습니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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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9/23 [13:37]  최종편집: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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