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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재밌으면 생활도 즐겁다”
장애여성 숨은 그림 찾기(13) - ‘나는 꼼수다’와 정치
<여성주의 저널 일다> 다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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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 숨은 그림 찾기” 연재는 다섯 명의 장애여성들이 다양한 ‘매체 읽기’를 통해 비장애인, 남성 중심의 주류 시각으로는 놓칠 수 있는 시선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몇 년도의 일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어렸을 때 ‘표준 한국인’을 뽑아 인터뷰하는 방송이 있었다. 선정된 ‘표준 한국인’은 ‘서울’에 거주하는 ‘중산층’의 ‘40대 남성’이었는데 다른 말은 기억나지 않고 자랑스러운 얼굴로 “제일 싫어하는 것이 정치인데, 제일 관심 없는 것도 정치”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표준 한국인이면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표준이란 말인데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저래? 당시 운동권 언니를 두고 있던 십대 후반의 사춘기 소녀가 (그땐 금서였던) 임꺽정과 태백산맥, 정지용과 백석의 책들을 읽으며 던진 의문은 사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답을 모르겠다. 그 후로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도 없었다.
 
나꼼수 열풍, ‘정치가 쉬워졌다’는 사람들
 
▲ 인터넷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 출연진
요즘 가장 뜨거운 화제 중에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만드는 미디어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있다. 전파를 타고 방송하는 것이 아닌 개인 미디어로서 방송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 대신, 나꼼수팀이 녹음 파일을 미국계정인 팟캐스트(Pod cast)에 업로드하면 듣고 싶은 사람들이 다운로드해서 듣는다.

내용은 ‘가카’ 헌정 방송을 표방하며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 등 정치권의 사람들을 풍자한다. 놀랍게도 업로드 할 때마다 팟캐스트 다운로드 순위 1위다.

 
공중파 방송에서 정치와 권력자에 대한 풍자와 유머는커녕 바른 비평마저 사라진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탄생한 나꼼수는 대중의 욕구를 채워 주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한발 나아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오히려 정치권과 기존 매스미디어의 집중 관심과 경계를 받는 기현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매 회마다 폭로처럼 밝혀지는 팩트(fact)와 귀청 떨어질 웃음소리에 추임새처럼 욕을 남발하지만 듣다보면 정치가 더 이상 어렵지 않다. 복잡하게 난립해 있는 것 같은 정치(人)와 정책들이 나꼼수 몇 번 청취하고 책 몇 권 읽다보니 줄기가 잡힌다. 웃다가 배우는 정치 현안이다.

내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이유
 
나꼼수의 메시지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쫄지 말고 하라’는 것인데 사실 나꼼수 4인방(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17대 민주당 국회의원, 김영민 시사평론가, 주진우 시사in 기자)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 아니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법이다. 하고 싶어도 못 하고, 했어도 들어주지 않아 허공에 산산이 부서지는 말들이 무진장이다. 
 
나는 장애가 있는 여성으로서 정치에 관심이 많다. 인생이 정치와 정책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당장만 해도 11월부터 ‘장애인활동보조’의 본인부담금이 40%가까이 인상됐다가 보궐선거로 새로운 서울시장이 당선되고서야 백지화됐다.

수많은 장애인들은 십 만원에 가까운 금액이 매달 생활비에서 나가야 한다는 현실에 ‘쫄았다’가 겨우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맛봤다. 줬다 빼앗다를 반복하며 길들이다가 나중에는 빼앗지만 않아도 감지덕지하는 동물처럼 정책에 길들여지는 것 같았다.

 
지난 4년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장애인 정책 중에 그나마 실낱같은 좋은 정책과 복지가 거의 축소되거나 소멸되었다. 복지 후진국인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에게 사유재산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몸은 살 길이 까마득하다.

소유한 집도 없고, 재산도 없고, 유산도 기대 못하고, 정기적으로 월급 나오는 직장도 없다. 남편에게 기댈 기혼이 아니니 노년에 의지할 자녀도 없다. 홀로 청정하게 대한민국에서 장애여성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언젠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힘들어 하던 지인이 “너(장애인)는 좋겠다. 가만히 있어도 나라에서 먹여 살려주니까.”라며 내 가슴에 가볍게 비수를 꽂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내 평생 나라에서 한 푼도 받아 쓴 적이 없다. 20대 때 잠 줄여가며 일해서 저축한 것으로 살고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는 합리적이지도 너그럽지도 않다. 비장애인이지만 비정규직 여성인 지인도 장애인인 나도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욕망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니 그만큼 불안한 거다.

 
시혜를 거부하고 현실 정치를 택하라
 
정부의 복지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그들의 복지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회적 약자에게 베푸는 시혜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그런 시각에서만 보니까 무상급식을 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변변치도 않은 복지가 아니면 살 수 없는 시혜의 대상으로 만들기 전에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드는 게 먼저일 것이다. 사회와 가진 자들에게 빚지고 사는 열등 시민인 것처럼 마음대로 강등시키지 말고.
 
복지가 무상급식처럼 소외계층에게만 ‘자비롭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있는 사람이건 없는 사람이건 가리지 않고 사회구성원 모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로 정착한다면 지금처럼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사유재산 증식에 목매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실망만 시켜온 정치에 관심 없다고, 치 떨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안다. 하지만 온 국민의 인기 속에서 시청률이 높은 사극은 내용의 98% 이상이 정치와 정치가의 이야기다. 정치드라마를 그토록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면, 또한 나꼼수가 그렇게 웃기다면, 우리들의 삶과 생활에 직격탄을 쏘아대는 현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선거 참여와 여론으로 생활의 스트레스를 줄여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소수의 소리는 힘이 없지만 다수가 지켜보고 말하면 무시할 수 없는 외침이 된다는 믿음을 나는 아직 잃지 않았다. ‘나꼼수’가 강자들의 엄한 꼼수들에 대항하듯이 나를 비롯하여 힘이 약한 우리들도 함께 강해지기를 바란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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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1/25 [18:13]  최종편집: ⓒ www.ildaro.com
 
호호아줌마 11/11/25 [19:13] 수정 삭제  
  저도 요즘 나꼼수 듣는 재미에 빠져 있어요. 제 주변엔 욕설이 난무하는 마초적인 분위기가 싫다는 분도 물론 계십니다. 근데 난 전혀 거슬리지가 않아요. 것보다 우리삶을 송두리째 쥐고 흔드는 최고권력, 교회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하면서 느끼는 통쾌함이 더 큰 것 같아요.
하루 11/12/01 [23:48] 수정 삭제  
  저도 매주 나꼼수 듣는 재미로 살아요. 일단 개그콘서트 이상으로 재밌고 많이 웃게 되네요,
그러면서 작금 벌어지는 정치적 상황들을 쏙쏙 이해하게 되지요. 그들이 해내는 일들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하고 있지요.
저는 11/12/04 [15:49] 수정 삭제  
  나꼼수만큼 재미있으면서 마초적이지 않은 정치토론 정보제공의 프로그램이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이미 재미라는 코드에 일정 부분 폭력성이 내포되어 있다는 게.. 슬프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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