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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사각지대에 가두는 족쇄를 풀어라
시설장애인, 탈시설-자립의 조건② 부양의무제의 함정(하)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김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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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에 43만원으로 살 수 있습니까?"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요구하는 기초법개정촉구결의대회 중.     © 기초법개정공동행동
약 1년 전인 2010년 10월 6일 여의도공원에서, 50대 남성이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용직 노동을 하며 12살짜리 장애자녀를 키우며 살아온 A씨가 극단의 선택을 한 것이다. 자신이 죽으면 아들이 수급자가 되어 생계비를 받거나 복지서비스를 자기 부담금 없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난한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죽음을 택한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잔인한 선물이 된 셈이다.

 
오늘 이야기할 내용은 ‘빈곤과 부양의무제’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이다. 누군들 가난하고 싶었겠는가? 누군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가난의 굴레는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쉽게 벗어나지지 않는다.
 
11년 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었고, 우리 국민 누구나 최저생계비 이하의 삶을 살 경우, 국가는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법에 명시했다. 그러나 법의 정신과는 무관하게 최저생계비 이하의 삶을 살아도 국가로부터 사회보장에 필요한 비용을 받기 어렵다.
 
특히 부양의무제로 인해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고 있지만 국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극빈곤층은 103만 명에 달한다. 이 중 노인, 장애인이 가장 많으며, 정부도 빈곤의 사각지대라 불리는 이들의 문제가 심각함을 인정하지만 많은 예산이 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난한 가족은 ‘짐’이 되는 사회
 
“국가가 부자들을 돕는 건 ‘투자’라고 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건 ‘비용’이라고 하는가?”
 
전 브라질 대통령 룰라의 말이다. 정부는 빈곤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투자하는데 드는 예산을 늘 문제 삼는다. 대신 4대강공사와 각종 토목공사에 들어가는 예산은 합당한 투자라고 한다. 가난한 국민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데 인색한 정부와 사회에서 가난한 이들은 돌파구를 찾기가 힘들다.
 
정부는 부양의무제가 없어지면 우리나라의 효사상이나 부모자식이라는 가족공동체 정신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가난한 부모가, 가난한 자식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현대판 고려장과 같은 사건은 오히려 부양의무제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가난한’ 가족은 결국 ‘짐’밖에 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40살이 된 자식이 부모님을 모시지, 부모님이 아들과 며느리를 먹여 살려야 합니까?”
 
아래 이야기는 부산에 사는 정 씨의 편지글이다. 부양의무제 때문에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정씨가 청와대에 자신의 사연을 보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관련부처인 보건복지부로 이첩했다는 통보뿐이었고, 복지부는 부양의무제가 있는 한 어쩔 수 없다는 통보를 해 왔을 뿐이다. 부양의무제로 인해 최저생계비 이하의 삶을 사는 사람들, 이제 정부는 빈곤의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시키지 말아야 한다.
 
장애인 부부의 이야기: “부모님한테는 저희는 아픈 가시입니다”
 
<저희들은 부산에 살고 있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 부부입니다. 결혼한 지 6년 동안 해마다 한 번씩은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시댁재산과 부양의무자라는 이유에 걸려 안 되었습니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올해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이의신청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의신청에도 같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보통 상식선에서 생각해보십시오. 비장애인들 같은 경우에 40살이 된 아들이 부모님을 모시지  부모님이 아들과 며느리를 먹여 살리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우리 장애인들도 그 상식선에서 살고 싶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작년까지만 해도 1년에 2, 3번은 생활비를 보태주셨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살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그것마저 주시지 못하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왜냐고요? 이젠 몸이 안 좋으셔서 막노동조차도 할 수 없으시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되가지고 보태드리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거기다 대고 돈을 내놓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재산도 그렇습니다. 그 재산은 그분들의 평생 피땀 흘려 이룩해 놓으신 것들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살겠다고 그걸 팔아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형제들도 다 살기 어려운데 누가 도와 줄 수 있나요.
 
친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재작년에 돌아가시고 80이 다 되신 엄마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혼자사시는 막내 이모님과 함께 지내시다가 최근에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는 생활비라도 드려야 하는데 자식이면서도 자식 된 도리를 하지 못하는 마음 이해하실 수 있을까요? 가끔 친정 엄마한테 가면 이모 모르게 2,3만원을 쥐어 주시고 들어가십니다. 그걸 받고 돌아오는 마음은 정말 뭐라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이해하실 수 있나요? 그 아픈 마음을. 부모님한테는 저희는 아픈 가시입니다.
 
친정 오빠는 솔직히 말하면 빚은 있지만 웬만큼 자리 잡고 잘삽니다. 하지만 오빠한테는 손 내밀고 싶지는 않습니다. 결혼하기 전 죽어도 오빠한테는 손 안 민다고 해놓고 결혼 했습니다. 그리고 30년 넘게 가족들한테 짐이 돼서 살았는데 출가외인이 된 지금 또 짐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에 갈일은 더 많아집니다. 한번 가면 한 사람 앞에 1만원 넘게 나옵니다. 제 남편과 제가 지난 3.4 개월 동안 몸이 안 좋아서 거의 2.3일에 한 번씩은 병원에 치료를 받으니 임대비와 관리비를 미루기 일쑤였습니다. 남편이 어렵게 검정고시 공부해서 합격해 작년에 디지털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꿈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남편이 공부하는 게 소원이라고 알고 있기에 없는 돈을 쪼개고 쪼개서 등록금 모으기 위해 적금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병원비가 너무 들어서 적금도 해약하고 남편은 휴학을 하기도 했습니다.
 
▲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촉구하며 2011년 2월 17일 진행된 전국 동시다발 300인 1인시위.     © 기초법개정공동행동
우리보다 더 가난한 분들이 있으시다는 걸, 어렵게 혼자사신 할머님이 서류상에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권자가 안 되는 분들도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담당 복지사가 그러시더군요. 도와주고 싶지만 법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 안 된다고요 법이 나쁘다면, 아니, 나쁘다는 걸 알면 법을 고칠 생각을 왜 안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면 수정도 가능할거라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가 잘되어 있다면 우리 장애인들이 힘들게 나가서 집회를 하고 목숨 걸고 싸우지도 않을 겁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에게 한 달에 50여만 원을 가지고 생활에 보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비장애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장애인은 누구나 나라에서 돈 100만원씩 타서 좋겠다고. 우리가 집회를 하면 비장애인들은. 또 뭐를 달라고 할 거냐고 묻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특별한 것도 아니며, 남들보다 더 대우해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공부할 때 제대로 공부하고, 다니고 싶은 곳 마음 놓고 다니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애기 낳아서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게 우리 장애인들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꿈입니다. 이게 너무 큰 욕심일까요?
 
우리 부부도 그렇고 다른 장애인들의 소박한 꿈도 이루어 주지도 못하고 있는데 복지국가,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떠들어 대는 이 나라에 모순이 너무 싫습니다. 이게 인간다운 삶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도 못하는 몸뚱이, 자식 된 도리도 형제간에 우애도 지킬 수 없는 삶, 평범한 삶도 영위할 수 없는 삶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부모님과 형제간에 짐이 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요? 저희 부부는 이제 더 이상 갈 데도 손 내밀 데도 없습니다.
 
이 깊고 깊은 한을 어떻게 할까요? 제발, 제발, 제발. 저희 두 사람 뿐만 아니라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는 이 대한민국의 모든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합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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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2/07 [08:30]  최종편집: ⓒ 일다
 
하다 11/12/20 [22:49] 수정 삭제  
  감사합니다.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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