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육과 고용평등 두 마리 토끼 잡아라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국제포럼

금오해령 | 기사입력 2003/09/03 [22:04]

공보육과 고용평등 두 마리 토끼 잡아라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국제포럼

금오해령 | 입력 : 2003/09/03 [22:04]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선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평등한 일, 출산, 양육’이라는 제목의 국제포럼을 열었다.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가 주최한 이번 포럼에서는 남녀노동자의 일, 출산, 양육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일과 양육을 양립할 수 있는 지원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양육수당에서 일·가정 양립지원으로

한국여성연구소 박옥주 연구위원은 총 6개국(미국, 영국, 스웨덴, 프랑스, 독일, 일본)의 일,가족 양립지원 정책의 특성과 도입배경, 과정, 유형을 연구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짚었다. 이들 나라들의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보편적인 공보육 제도가 확립되어야 한다는 것과, 여성노동력 수요를 촉진하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

박 연구위원은 “가족(양육)수당제도는 보육정책의 방향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족수당은 오히려 성역할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키고, 프랑스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공보육화 정책의 확대를 제약하고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포지엄에선 한국 남녀노동자의 일, 출산 관련 실태조사와 외국과의 비교연구를 바탕으로 정강자 민우회 공동대표가 정책제언을 했다. 정 대표는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3.9%밖에 안 되고 여성노동자의 70.6%가 비정규직이며, 자녀양육시기인 20대 중반 이후에서 30대 중반 사이 낮은 취업률을 보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현실에서 일도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는 이중부담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부담을 덜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선 크게 세 가지 정책이 통합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용, 승진, 임금 등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평등정책과, 적극적 조치, 할당제 등 차별수정정책 그리고 직장과 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가족친화정책이 그것.

직장과 가정의 양립은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에, 기업은 기업의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의 접점을 찾고 비용부담을 감수하고, 국가는 이를 위해 재정지출을 하는 ‘삶의 질’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영아보육을 사회가 책임지고, 육아 휴직제를 현실화하는 등의 제도 역시 필요하다. 정강자 대표는 이어, 양립지원 모범기업 선정과 계약준수 프로그램 도입 등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임신·출산은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 문제

한편, 정책제언에서는 ‘조직문화의 변화’ 역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졌다. 예측되는 여성인력 활용의 순기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기존 편견을 버리고 여성인력을 차별 없이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은 여성인력을 평등하게 활용하려는 ‘공정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이번 국제포럼은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간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와 자본의 논리가 통합돼 여성에게 떠넘겨지다시피 해온 출산과 양육의 문제가 이제는 사회의 공동책임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는 것. 그간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여성들은 불연속적인 노동경험을 해왔고, 그로 인한 부당한 차별과 편견은 사적인 문제거나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겨져 왔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과 아이들에게도 부담이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출산과 양육의 문제를 사회구성원 모두의 ‘삶의 질’의 문제로 바라보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선 각 개인뿐 아니라 국가, 기업의 사고의 전환과 조직문화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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