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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자도 노동자다
ILO 가사노동협약 비준하고 보호법령 마련해야
<여성주의 저널 일다> 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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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성들의 일자리이자, 여성의 사회 진출과 맞물려 ‘가사노동의 사회화’라는 측면에서도, 가사노동자의 권리는 사회 전반적인 여성인권과 직결된 사안입니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가 한국의 가사노동자 지위를 살펴보고, 법적 보호 실태와 대책을 모색해봅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아줌마, 식모… 반듯한 이름이 없는 가사노동자의 지위
 
종종 호칭은 그 사람의 지위를 가늠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다. 예컨대 우리는 의사를 지칭할 때 ‘의사 선생님’이라 부르고 판사를 지칭할 때 ‘판사님’이라 부른다. 직업명 뒤에 ‘님’ 또는 ‘선생님’을 붙이는 것은 좋든 싫든 존경의 의미를 내포한다. 반면 ‘노가다’, ‘알바생’, ‘짭새’는 비하와 조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 호칭은 어떤가.
 
‘파출부’, ‘아줌마’, ‘도우미’, ‘식모’
 
흔히 이렇게 불리는 사람들의 정식 명칭은 아직도 확립되어 있지 않다. 한국표준직업분류에서는 ‘가사도우미’, ‘가사보조원’, ‘가사종사자’라는 용어를 혼용하고 있다. 반면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에서는 ‘가사사용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일단 이 글에서는 ‘가사노동자’로 부르기로 한다. 반듯한 이름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가사노동자의 지위가 어떠한지 직감할 수 있다.
 
어쨌든 위에 열거한 가사노동자에 대한 일반적인 호칭에서는 이렇다 할 직업적 특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들이 고용된 가정을 방문하여 청소, 세탁, 요리, 육아 등 가사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다. 많고 많은 파출 노동자와 기혼 여성과 도우미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유독 이들만 이렇게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워낙 많은 사람, 그 중에서도 중고령 여성이 이 일에 종사하기 때문에 흔한 호칭이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가사노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허드렛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그 직업적인 특성이 부정되었을 것이다. 실태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중년여성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직업의 실상
 
산업.직업별 고용구조조사(OES)에 따르면 2009년 현재 가사노동자는 30만 명 가까이 된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가사노동자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규모는 60만 명 가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가사노동자 중 여성 비율은 99.8%에 이르며 평균 연령은 53.3세다. 중고령 여성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직업이 가사노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사노동자 대부분이 일당제와 시급제 형태로 월 평균 9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2009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사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이보다 적은 68.3만원이다.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401개의 직업 중 밑에서 두 번째로 적은 액수다.
 
가사노동자는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일을 하다가 다치면 자비로 치료를 해야 한다. 퇴직금이나 유급 휴가는 생각할 수도 없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사노동자로 일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불안정한 일자리와 고용보험, 산재보험의 적용 배제는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왜 이렇게 가사노동자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일까.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큰 역할을 하지만, 가사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없다는 게 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정확하게는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법률과 제도에 문제가 있다.
 
법이 가사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 2012년 6월 18일 '돌봄노동자 법적 보호를 위한 연대'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한 퍼포먼스.  ILO 가사노동협약 비준을 촉구하고, 가사간병노동자의 법적 보호를 위한 법개정을 촉구했다.  © 사진- 전국가정관리사협회
근로기준법은 “이 법은 가사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가사노동자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산업안전보건법, 고용보험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임금채권보장법 등 거의 모든 법령이 명시적으로 가사노동자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법적 보호를 방기한 가장 큰 이유로 관리 감독의 어려움이 꼽힌다. 가정 안에서 일어난 일에 국가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리 감독의 어려움이 법적 보호를 방기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가사노동자도 법의 적용을 받도록 하되 효과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순서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사용자가 돈을 벌기 위해 노동자를 고용하지만, 가사노동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헌법에서 노동권을 인정하고 근로기준법 등에서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정한 이유가, 사용자와 노동자의 대등하지 못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사노동자라고 해서 제외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일반적인 노동자보다 가사노동자는 사용자에 대한 정신적, 물리적 종속성이 더 강하다. 가사노동자가 담당하는 노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에는 노예노동이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가사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방기한 진짜 이유는, 보호할 필요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가사노동자 보호법령 마련, 한국은?
 
그러나 대한민국처럼 가사노동자를 법적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일컫는 나라들, 예컨대 프랑스나 벨기에, 네덜란드에서는 가사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령을 두고 있다. 미국 역시 가사노동자에게 일반 노동법령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도 가사노동자에게 일반 노동법령이 적용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성 인권이 취약한 중동 국가들이 대한민국과 같은 정책을 펴고 있다.
 
2011년 6월에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도 찬성 396표, 반대 16표, 기권 63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가사노동협약’이 채택되었다.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사노동은 전세계 여성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직업이 되었고,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대한민국 법령 시계만 가사노동자를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1953년에 멈춰 있다.
 
지금이라도 가사노동협약을 비준하고 가사노동자도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제를 개선해야 한다. 다만 가사노동자에 대한 논의는 만만하지 않다. 사용자를 가정, 그 중에서도 어머니로 지칭되는 사람으로 할 것인지, 그렇다면 그 어머니가 사용자로서 각종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인지는 현실적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일반적인 노동관계에서의 사용자 책임을 국가가 일부 부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사노동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예컨대 각 가정에서 고용한 운전기사도 가사노동자인지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는 간병인과 재가보육사도 가사노동자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인 노동 법령을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가사노동의 특성을 고려한 특별법을 만들 것인가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과제가 산적한 만큼 한시바삐 가사노동자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든지 간에 가사노동자도 노동자라는 원칙은 절대 포기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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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8/04 [11:06]  최종편집: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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