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게 된 산부인과 진료목록에 처녀막 재생수술과 이쁜이 수술이 당당히 올라가 있다. 소위 ‘이쁜이 수술’로 불리는 ‘회음부 성형술’은 원래 출산 후 질 축소를 위한 수술인데, 대표적 진료목록에 올라 있을만큼 일상적인 성형술로 자리잡고 있다. 전문의들이 수술 이후 통증수반과 불감증 등의 부작용을 충고하고 있고, 질은 출산 후 대부분 자연 수축되기 마련인데도 ‘이쁜이 수술’은 ‘유명하다.’ “출산 후 사라진 남편의 관심을 되찾기 위해”, “남편의 바람기를 잠재우기 위해”, “중년여성들에게 특히 인기” 등으로 우리 사회는 이 수술을 설명한다. 한편 우리 사회의 순결신화를 보여주는 '처녀막 재생수술' 역시 산부인과 진료목록 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다. 12살 즈음, ‘처녀막’이란 건 원래 없거나 파열되지 않기도 하고, 격렬한 운동으로 파열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처녀막 신화가 허구니 하는 것에 앞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래서 내가 없으면 어쩌지?’였다. 친구들도 함께 걱정했다. 원래 처녀막이 없어, 나의 ‘순결’을 증명하지 못하면 어쩌지? 타고나서 그런 거면 부당하고 억울하지 않겠는가? 나중에 처녀막재생수술이 널리 행해지는 현실에 어처구니가 없어하는 나를 보고 누군가 말했다. “즐길 만큼 즐기다가(?) 처녀인 척 하는 건 괘씸하지만 성폭행을 당했거나, 사고로 처녀막이 없어진 사람들은 억울하잖아. 그런 사람들은 수술하게 해 줘야지.” 우리는 아직도 정말 무엇이 부당하고 억울한 것들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세상에서 살아간다. 푸른 바탕의 예쁜 글씨로 쓰여진 진료목록이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와 혐오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 하여,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내 몸이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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