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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재벌’ 문제 언제까지 계속될 건가
시설 안에 갇힌 사람들이 말하는 진실에 귀 기울여야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윤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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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의 실제 배경이 되었던 광주 인화학교. 문제가 외부로 밝혀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이었지만, 장시간 해결되지 않은 채 끌어오다가 광주시는 뒤늦게 시설폐쇄 결정을 내렸다.
 
최근 ‘우리는 도가니보다 더 지독한 경험을 했다’는 피해자들이 나왔다. 1980년대 부산에서 한국 최대의 사회복지시설이었던 형제복지원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피해자인 한종선(37세) 씨가 <살아남은 아이>(문주)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20년도 더 지난 형제복지원이 왜 지금 다시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는 것일까.
 
형제복지원 문제는 사회곳곳에서 ‘현재진행 중’
 
▲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인 한종선(37세) 씨가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사건의 진실을 담은 책 <살아남은 아이>(문주)를 펴냈다.  
당시 수많은 수용자의 죽음, 학대, 성폭력, 굶주림으로 시설폐쇄 결정이 난 형제복지원이 형제복지지원재단으로 이름만 바꾸었을 뿐이며, 복지원 원장은 여전히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지역사회에서 군림하고 있다.

 
인권활동가들은 형제복지원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 문제의 전형”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가니>가 알려지자, 이 책은 읽은 많은 사람들이 소설이니까 조금 과장됐겠지 하면서 ‘그거 소설이지? 그거 사실은 아니지?’ 라고 물어왔다. 이 책 <살아남은 아이>를 읽고는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볼 것 같다. ‘그거 28년 전 일이지? 이제는 (복지시설에서) 안 그러지?’라고.”
 
김정화 <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 활동가의 말이다. 그는 곧바로 자문자답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28년 전 기록일지라도 (복지시설에서) 어떤 다수의 사람들에게 가하는 폭력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장애인시설, 아동시설 등 복지시설 문제와 관련하여 인권활동을 해온 여준민 씨는 “한종선 씨 이야기가 시설 문제를 해결하는 큰 물결을 만드는 데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설 피해자가  ‘자신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하다
 
<살아남은 아이>는 복지시설 피해자인 한종선(37세)가 시설 내부에서 있었던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2부에는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논문과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의 글이 덧붙여졌다.

책이 나오고 일주일 후, 지난 달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 책에 대한 발간보고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야기된 그간의 사연을 들어보면 재미있다.
 
무더웠던 올해 여름, 국회 앞에서 한종선 씨는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기대와 달리 보름이 지나도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국회에 볼일이 있었던 전규찬 교수가 이 앞을 지나가다가 그를 보고 말했다.
 
“자신의 언어를 찾아라. 기억나는 대로 써보라.”
 
초등학교 2학년도 채 마치지 못하고 복지원에 끌려갔고, 그 후 학교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그가 어떻게 글을 쓰나. 그러나 “기억나는 대로 써보라”는 말만 믿고 짐을 싸서 집으로 내려간 후 종선 씨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 안에 갇혀있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복지시설 안에서 지냈던 시간, 구타와 고문, 성적 학대와 강간의 기억, 야산에 늘어가는 무덤들. 그는 이 과정이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기억을, 자신의 언어로 썼다. 그리고 기억나는 대로 그림을 그렸다.
 
전규찬 교수를 다시 만나 글을 다듬어서, 11월 22일 <살아남은 아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국회 앞 뙤약볕 아래에서 ‘내 얘기를 누구라도 들어주길’ 간절히 소망하던 그는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국회의사당 안에서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복지시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 <살아남은 아이> 출간보고회.     © 윤정은
이날 발간보고회에는 세 명의 저자가 자리에 앉았고, 인권운동가들과 언론인들이 자리를 메웠다. 28년 전 부산의 복지시설에서 일어난 일인데, 지금 와서 왜 이렇게 반향을 일으키는 것일까. 그 동안 복지시설 내부의 인권피해에 대해 우리 사회는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않았던가.

 
일단은 그가 증언한 형제복지원 내부의 실상은 지금 듣기에 충격적이다. ‘끔찍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12년간 531명이 구타와 고문으로 사망할 정도였으니.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복지시설 피해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언어로 얘기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시설 피해자들이 가지는 위치에 대해 인권운동가 박래군 씨는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이나 부랑자이기 때문에) 시설에 갇히는 것이 당연하고, 시설에서 어떤 고통을 당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자고 하는 우리 사회 정서였어요. 80년대, 70년대에도 (시설 비리나 문제나 인권침해 사건이) 종종 있었어요. 그때마다 똑같은 패턴들이 반복됐죠.
 
어렵게 폭로되면 이것을 고발할 사람들은 검찰 경찰인데, 수사를 대충하거든요. 시설장의 얘기만 반영하는 거죠. 시설에 있었던 사람들 목소리는 무시하고. 그리고 검사 손에서 대충 기각하는 거에요. 그래서 (시설 문제는) 법정에 가져갈 수 없어요. 간다 하더라도 판사들도 제대로 판단 안 하죠. 사회복지 시설장 같은 경우는 정상 참작해주는데, 시설장들은 대부분 대통령 표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죠. 왜 그럴까요?
 
한국의 사회복지 시설을 둘러싼 진짜 오래된, 구조화된 문제에요. 지역에서 경찰, 검사, 판사까지 복지시설 원장들과 유착관계가 있어요. 사회복지 시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권이 지원해줬고, 법 위에 군림할 수 있었죠. 우리 사회가 민주화 됐다고 하지만, 지금도 진상규명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1987년 형제복지원의 엄청난 비리와 인권침해가 외부로 알려졌지만, 시설장이었던 박인근 원장은 대법원에서 2년 6월형을 확정 받는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사회복지재단을 운영하고 있고, 정부로부터 매년 10억 원 가량을 지원받아 왔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업가’ 대 복지시설에 수용된 장애인, 부랑인, 노숙인, 고아. 각자 서로 다른 사실을 얘기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그 동안 어느 쪽 말을 더 신뢰하고, 비호해왔을까.
 
그런 의미에서, 한종선 씨의 <살아남은 아이>는 가난하고, 무지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세상의 문을 열고 나와 입을 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인권활동가들은 이 점을 크게 평가한다. 시설 안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얘기하기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이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형제복지원, 아가동산, 인화원… 이제 끝내야 할 때
 
인권활동가들이 또 주목하는 점은, 형제복지원에서 겪은 한종선 씨의 이야기가 지나가버린 과거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래군 씨는 과거에도 계속 됐고 “지금도 사회 곳곳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덕우 변호사는 “이 책에 나와 있는 형제복지원, 양지마을, 아가동산 등 우리 사회 사회복지시설 문제가 연결이 되어서 계속 기억 속에서 튀어나오더라”고 말했다. 최근 <도가니>로 폭로된 광주 인화원까지, 사회복지시설을 잘 아는 전문가일수록 ‘옛날 일이나 한두 군데 얘기가 아니라 지금도 어느 복지시설 안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한종선 씨는 답한다.
 
“간절히 원하는 게 있다. 도가니 사건이 지금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 (형제)복지원 사건부터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일이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 기사를 쓰는 지금도, 전주에 위치한 대규모 사회복지법인에서 수년에 걸쳐 지적장애여성을 상대로 성폭력 문제가 발생했고, 대책위가 출범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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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12/10 [08:09]  최종편집: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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