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화’ 소송 제기한 학생들의 심경

“차별과 싸워 조선학교를 지켜나갈 사람은 우리들”

페민 | 기사입력 2014/06/15 [18:05]

‘고교 무상화’ 소송 제기한 학생들의 심경

“차별과 싸워 조선학교를 지켜나갈 사람은 우리들”

페민 | 입력 : 2014/06/15 [18:05]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편집자 주

 

도쿄조선고교 학생 62명, ‘고교 무상화’ 청구소송

 

일본에서는 2010년 4월부터 ‘고교 무상화’(공립학교 수업료를 무상으로 하고, 사립학교에게는 취학지원금을 지급)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정책 도입 단계부터 전국의 조선고등학교는 배제되었고, 2013년 2월에는 문부과학 성령을 통해 조선고등학교는 무상화 지정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  3월  도쿄조선중고등학교  고등부  교실  풍경     © 페민

올해 2월 17일, 도쿄조선중고등학교 고등부 학생들이 ‘고교 무상화’ 적용을 요구하며 도쿄지방법원에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도쿄도 기타구에 있는 도쿄조선중고등학교는 1946년에 창설되었고, 현재 중고생 합쳐 595명이 재학 중이다. 도쿄조선고교 재판의 원고는 고교생 62명이며, 원고의 주장은 다음의 네 가지이다.

 

(1)취학지원금 수급 자격은 학교가 아니라 학생에게 있다 (2)조선학교 배제는 ‘고교 무상화법’(공립고등학교의 수업료 부징수 및 고등학교 등 취학지원금 지급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교육의 기회 균등’이라는 법률의 목적에 반한다 (3)조선학교가 배제된 것은 원고의 의지가 미치지 않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4)도쿄조선고교는 법이 정하는 ‘고등학교 등 취학지원금제도’의 지정 기준을 충족시킨다.

 

4월 2일 열린 1차 구두 변론보고회에는 많은 학생, 보호자, 지원자가 모였다. 2회차는 도쿄지방법원 415호 법정에서 7월 2일 오전 10시부터 열릴 예정이다. 도쿄조선고교 학생들과 교장 신길웅 씨에게 재판에 임하는 생각을 들어보았다.

 

솔직히 장래에 미칠 영향이 두렵지만… (박정사 가명, 17세)

 

처음에는 소송의 원고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오래 망설였습니다.

 

“이 문제와 정면으로 싸워 민족교육을 지켜야 한다”라는 담임선생님과 변호사분들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아, 이것은 내 문제이기 때문에 원고가 되어야겠다고 뜻을 굳혔습니다.

 

하지만 장래에 미칠 영향 때문에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완전히 이입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원고가 되었다고 별로 실감하지 못한 채, 제소 다음 날(2월 18일) ‘도쿄조선고교생의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결성 집회’에 갔습니다. 일본인분들이 열렬하게 의견을 표하는 모습을 보고 감사한 마음이 드는 한편, 그만큼 스스로 뜨거워지지 못한 데에 죄송함을 느꼈습니다.

 

불안감 때문에 이번 소송의 원고가 되지 못한 학생들 몫까지 제대로 싸우고 싶지만, 솔직히 두려워서 직접 싸우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조선으로 돌아가!” 성난 목소리를 들으며 (송미향 가명, 17세)

 

불안감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야 원고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중간한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도중에 마음이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친구의 말이 결심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우리들의 문제이니 당사자로서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과,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여럿이 함께라면 할 수 있는 일도 있다는 말에 납득했습니다.

 

“조선학교를 지켜나갈 사람은 우리들”이라고, 원고가 될 결심을 부모님께 전하니 “그렇게 하라”고 지지해주셨습니다.

 

조선어를 비롯해, 조선학교가 아니면 배울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조선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곳, 그리고 우리들이 돌아갈 곳이 조선학교입니다.

 

제 친구들은 길에서 “조선으로 돌아가! 이 조선의 쥐새끼!”라는 성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들에게 분노의 화살이 돌아오는 것이 정말 두렵습니다. 하지만 응원해주는 일본인에게는 감사의 마음입니다.

 

내가 누군가의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김영근 가명, 17세)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들도 일본인이지만, 이들은 일본인의 일부일 뿐, 우리의 집회를 응원해주는 일본인도 많습니다.

 

일본에는 언론 보도를 그대로 믿는 사람이 많으니 “북한은 나쁜 나라”라는 이미지가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거겠죠. 그러나 역사나 여러 관점을 공부하고 자신의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점이 조선학교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원고가 된 것은 학년 위원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런 책임감이 아니라 평범한 조선인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원고가 되었습니다. 친구들을 보고 저도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인터넷에 제 이름이 나오고 큰 일이 될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고가 되었기 때문에 최전선에서 싸울 수 있고, 제가 누군가의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이니치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 (신길웅 교장)

 

학교 관계자들은 집회와 데모, 서명활동 등을 통해 무상화 지정 대상으로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성령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더 이상 우리의 요구를 실현시킬 방법이 없어졌기 때문에 재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62명의 학생이 원고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맡겨두긴 했지만, 실은 더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향후 취업에 대한 영향이나 괴롭힘에 대한 걱정 등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학생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솔직히 놀랐습니다.

 

학교로 “불평을 하려거든 당신들의 나라 조선으로 돌아가라” 라는 전화나 사려 없는 편지가 배달 됩니다. 우리 학생들은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굉장히 상냥합니다. 그런 학생들이 상처를 입거나 부당한 취급을 당하는 사실에 화가 납니다.

 

학생들에게는 “역사를 스스로의 손으로 움직이자”고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 이것은 너희들의 싸움이고, 이 차별을 없애지 않으면 안 된다. 인권이라는 것은 싸우면서 쟁취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재판은 차별과 싸우는 정의의 싸움입니다.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재판은 학생들에게 ‘재일조선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확인해나가는 과정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단지 무상화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없었다면 그 존재 자체가 없었을 민족교육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무상화’ 대상에서 배제하고 학생들을 북한과 외교 문제 협상을 위한 인질처럼 취급하는 데 분노를 느낍니다.

 

‘무상화 재판’은 조선인으로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존엄을 지키는 싸움이자 짓밟히고 있는 민족교육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는 싸움입니다.

 

* 도쿄조선고교생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http://mushokashien.blog.fc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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